네이버웹툰, '연재직행' 투고작 모집은 왜 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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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이 "2024 연재직행열차 투고작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모집 분야는 생활툰/썰툰, 하이퍼리얼리즘, 군필공감, 로맨스, 귀요미 캐릭터, 열혈청춘 스포츠성장물 등 6개 분야로, 2월부터 4월까지 순차적으로 모집이 시작됩니다.

이 소식은 소식이고, 에디터는 궁금한 게 따로 있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왜 이런 작품들을 찾는다고 했을까요?

플랫폼, 사람이 오가는 곳

플랫폼의 사전적 정의는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 입니다. 열차는 필요에 의해 역을 만들고, 정해진 역 만을 오고 갑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의 플랫폼은 다릅니다. 사람이 올 '무언가'를 만들어야죠. 그게 플랫폼의 '이름'을 결정합니다. '웹툰 플랫폼'은 웹툰을 '보러 온' 사람들을 위한 가상의 공간입니다. '커머스 플랫폼'은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을 위한 가상의 공간, '영상 플랫폼'은 영상을 보러 온, '중개 플랫폼'은 중개가 필요한 사람들을 모으는 곳이죠.

이 플랫폼들에선, 거꾸로 사람들의 필요를 맞춰서 '그 무언가'를 제공해야 합니다.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걸 얹어놓으면,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무언가' 가 될 뿐이죠. 에디터는 물론, 웹툰계에 속한 분들이 계속 책임과 다양성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 쪽으로 쏠리기가 너무 쉽기 때문입니다.

생활툰/썰툰, 하이퍼리얼리즘, 군필공감, 로맨스, 귀요미 캐릭터, 열혈청춘 스포츠성장물, 왜 하필 이거지? 에 대한 뇌피셜

그래서 생각이 든 게 이겁니다. 왜 하필 저 태그로 작품을 모을까? 아무거나 다 모으는 공모전이 아니라, 그것도 지금 바로 들어갈 작품을? 그 궁금증에 대해 물어봐도 답할 곳이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에디터의 뇌피셜입니다. 아 그렇다고 도망가진 마시고, 한번만 잡솨봐요.

저기 써놓은 순서는 '접수 받는 순서'입니다. 왜 하필 생활툰, 썰툰이 가장 빠를까요? 여기에 에디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가장 빠르게 연재가 가능한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모집요강에도 '생활툰/썰툰 부문에 한해 소셜미디어 링크로 대체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인스타툰도 연재로 옮겨올 수 있다는 생각이 있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는, 23년 11월 29일 이후로 휴재중인 <신혼일기>의 부재입니다. 트래픽이 대거 빠져나가게 된 지금, 그 독자들을 다시 불러모아야 할 이유가 있죠.

하이퍼리얼리즘이나 군필공감, 로맨스 태그의 경우 확실한 수요층이 있지만, 장편보다는 중편(50~100화) 정도의 볼륨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건 꾸준히 필요한 장르기도 하고, 사실 가장 많은 독자들이 흩어져서 볼 수 있는 장르라고 볼 수 있겠죠. 이 독자층을 늘리는 건, 플랫폼 입장에선 꽤나 중요합니다. '충성도 높은' 독자층이 유입될 수 있으니까요.

'귀요미 캐릭터'의 경우에는 <마루는 강쥐>의 대성공 이후에 또 다른 성공 IP를 찾는다고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작품의 인기는 물론, 이후 굿즈-팝업으로 이어지는 네이버웹툰의 캐릭터사업과 연계는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 장르는 <가비지타임>의 대성공 이후 확실하게 알게 된 열혈스포츠물의 빈자리를 채운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가비지타임> 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 만화들이 슬슬 완결로 다가가고 있음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빈자리와 꾸준히 채워야 할 자리를 '지금 바로' 들어갈 수 있게 준비하는 거라고요.

갈 곳 잃은 원고, 여기로 모여라

또 하나 뇌피셜을 추가해보자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원고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2023년 투자 감소로 인력 감축을 겪은 웹툰계는 미친듯이 채용하던 시기를 지나 실력있는 사람들이 자기 원고를 만드는 사이클이 다시 커지는 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원고를 투고하고자 하는 작가들의 전체적인 레벨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이 때 '지금 당장 원고 들어갈 만한 수준이 된다면, 여기에 도전하라'고 창구를 열면 마치 댐의 수문을 연 것처럼 원고가 쏟아져 들어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모로 꽁꽁 얼어붙은 시장 상황을 이용한 전략이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종합 웹툰 플랫폼으로, '지금 빈 곳'에 필요한 원고를 찾기 위한 방법으로 이번 원고 투고를 연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시장조사를 할 때나, 이런 분석을 할 때나 '플랫폼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답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모아야 하는 곳이고, 그렇게 모으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준비해야 하니까요. 그 무엇이 어떤 것일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네이버웹툰이 하필 지금, 하필 저걸로 작품을 모은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보면 시장의 상황을 추측해볼 수 있지 않을까, 에디터의 뇌피셜이지만 재미있지 않나요? 앞으로도 이런 소식으로 추측해볼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전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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