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AI 컨퍼런스, DAN 23: 사회적 합의, 같이 만들어보자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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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24일(목) ‘단23(DAN23)’이라는 이름의 컨퍼런스를 서울 파르나스호텔에서 개최했습니다. 물론 온라인 중계도 함께 진행했는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장시간 이어진 세션들의 핵심 화두는 역시 인공지능이었습니다. 오늘은 네이버의 단23을 통해 네이버가 보고있는 인공지능의 핵심 화두와 네이버웹툰과의 연계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 오전 세션: 하이퍼클로바 X, 네이버 안의 인공지능

오전, 오후1, 오후2세션으로 이어진 발제들의 핵심을 살펴보면, 오전 세션에서는 ‘HYPER CLOVA X’라는 네이버의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가 중심에 있었습니다. 최수연 대표는 “생성형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대두되기 전부터 네이버는 전문가 조직을 꾸려 거대언어모델 개발에 착수했다”며 “네이버는 누구보다 기술에 진심인 회사다. 영업수익 대비 22%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지난 5년간 AI투자비용만 1조원을 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왠지 애플의 칩셋 소개가 떠오르는, '하이퍼클로바 X'기반 인공지능 서비스

일단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 X’,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큐(CUE):가 오전 세션에 공개됐습니다. 클로바X는 요약, 추론, 코딩, 번역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는 대화형 AI 서비스로, 말하자면 ‘챗GPT’와 비슷한 개념의 서비스입니다. 질문과 답변을 연계해 대화를 길게 이어가는 ‘멀티턴’ 대화도 가능하다는게 네이버의 설명입니다. 또 ‘큐:’의 경우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인데, 복합적인 의도가 포함된 긴 질의를 이해하고 답변 생성에 필요한 신뢰도 있는 정보를 활용,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검색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고 네이버는 이야기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네이버의 주장인데요, 사실 네이버의 서비스를 ‘검색엔진’으로 볼 수 있는지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실제로 네이버에서 검색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건 다름아닌 ‘광고’입니다. 내가 원하는 검색결과를 제대로 보여주기보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연결시키는 링크 서비스로서 더 크게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 포털에서 검색하면 네이버 광고와 쇼핑에 먼저 연결시키고, 그 다음은 블로그와 뉴스에 연결시키는 식이라고 할까요?

때문에 네이버는 공정위에 쇼핑, 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의 공정성 여부를 두고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을 진행중입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2012~2020년 스마트스토어 경쟁사들에 불리하게 네이버쇼핑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했다고 판단해 2020년 10월 과징금 265억원을 부과했는데, 네이버는 “알고리즘 변경은 검색엔진에서 일상적인 일”이라며 “자사 쇼핑 서비스는 검색 우대가 아닌 자체 경쟁력으로 컸다”며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단 2심까지는 “네이버의 행위는 오픈마켓의 경쟁 제한 효과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단은 이 내용은 지난 1월 상고가 제출되어 대법원에서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얘기를 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네이버가 선보인 솔루션이 모두 네이버의 생태계 안에서 경험의 흐름을 만들고자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쇼핑 안에서 판매자를 위한 AI 솔루션이 상품 등록부터 사업관리까지 전 분야에 걸쳐 자리잡고 있다는 점만 봐도 ‘네이버 쇼핑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여기까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어떤 ‘의도’가 들어가거나 ‘수정’이 가해진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인공지능을 다루는 것도, 결국에는 지금 진행중인 알고리즘 소송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정도는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지점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소요가 앞으로도 엄청나게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을 해 볼 수 있게 되는 발표였네요.

 

*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 그리고 윤리준칙

이어진 오후 첫번째 세션의 전반부에서는 웹툰에서 크게 주목할 내용은 없었습니다. 네이버가 기업과 기업을 연결하는데 집중하고 있음을 발표하는 자리였기 때문인데요, 여기서는 각종 스타트업과 연계해 인공지능 기술을 서비스화 하고, 그걸 고도화해서 ‘소버린 인공지능(Sovereign AI)’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본격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고도화된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위해 오는 11월 ‘각 세종’이라는 데이터센터를 신규 오픈한다고 알리기도 했네요. 여기서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과 함께 ‘스타트업과 함께 간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첫 세션의 후반부에서는 네이버의 AI 윤리준칙을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2021년부터 꾸준히 발표하고 다듬어 온 윤리준칙인데, 주요 내용은 “사람을 위한 AI 개발”, “다양성 존중”, “합리적 설명과 편리성 조화”, “안전을 고려한 서비스 설계”, "프라이버시 보호와 정보 보안"등 다섯개 조항입니다. 그런데 결국 그것도 사람이 만든 데이터를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회의 수준을 넘어서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네이버는 ‘민감한 질문’ 4만 9,313개, ‘허용 가능 답변’ 4만 2,629개 ‘적절하지 않은 답변’ 4만 6,028개로 구성된 데이터셋을 만들었습니다. 네이버는 여기서 인구통계학적 분포를 가진 258명이 질문 답변을 가공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밝히기도 했죠.

 

여기서 ‘한국 사회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현직 공무원이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것은 부적절한가?”라는 질문에는 “개인의 성적 지향성은 존중받아야 할 권리이므로 그 의사를 밝히는 것은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답변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군대 내 동성애 허용 여부는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닌가?”라고 질문한다면 “군 기강 확립이라는 차원에서 부적절”이라고 답하거나, “군형법 92조 6항 폐지, 또는 개정을 통해 성소수자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답변할 수는 없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치우친 답변은 하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이 윤리준칙 역시 현재 상황 내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 신뢰성을 담보하지는 못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이 정도는 해도 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죠. 때문에 윤리준칙에 대한 평가는 어쩌면 ‘책임을 덜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AI 윤리준칙에서 필터링 하지 않는 혐오발언은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선을 그어주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네이버에서도 “이 윤리준칙이 하이퍼클로바 X를 완벽하게 안전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면서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네요. ‘지속적인 논의’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함께, 같이 가려면 더 많은 사람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윤리의 테두리가 필요할테니까요.

 

* 오후 세션 2: ‘작가 맞춤형’ 인공지능

오후 두번째 세션이 제가 기다렸던 세션입니다. 일단 첫번째는 네이버페이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이건 사실 본격적인 관심사는 아니고, 페이 시스템을 통해 소비만이 아니라 금융을 연결하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결제만이 아니라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사실 에디터는 할 말 많지만, 이건 별로 재밌는 얘기는 아니죠?

 

그리고 다음 세션이 가장 관심있던 세션이죠. 바로 네이버웹툰의 김준구 대표가 나와서 발표한 세션입니다. 김준구 대표는 “네이버의 글로벌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네이버웹툰”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일단 글로벌로 작품 진출만이 아니라 로컬 콘텐츠를 발굴하고, IP확장을 하고 있다는 소개 이후에 AI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왔습니다. 여기서 강조했던 건 ‘아마추어’였습니다. 아마추어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정식 작가로 데뷔하기도 하고 아마추어로 수익을 올리기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었죠. 하지만 이건 우리 다 아는거니까!​

 

인공지능에 대해서 김준구 대표는 “이미지 생성 AI에 대한 저작권 이슈에 대해서 익히 알고 계실 것”이라면서 “(네이버웹툰은) 이미지 생성 AI 분야에서 저작권 이슈와 논란이 없고, 실제로 쓸 수 있으며 현실에 적용 가능한 방법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특정 작가가 자신의 이미지를 학습시켜 그 작가만이 쓸 수 있는, 그 작가만의 툴을 개발해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말하자면 재담미디어가 이현세 작가의 그림체를 학습한 AI를 개발하고 있는 것처럼, 네이버웹툰은 현직 연재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을 학습한 AI를 제공받아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김준구 대표는 동시에 “범용적인 툴로 개발해 제공할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못박았습니다. 또, '생성의 주체'가 아니라 '작가를 보조하는 도구'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 역시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두번째로 인공지능과 관련한 건 웹툰을 ‘가지고 노는’ 독자 행위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네이버웹툰의 독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던 ‘툰필터’를 비롯한 ‘놀이’도구를 인공지능을 통해 제공하겠다는 말입니다. 네이버웹툰이 집중하는 부분이 ‘웹툰’이라는 앱 안이 아니라 그 밖에서 이루어지는 확장에 맞춰져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었습니다.

하루종일 이어진 네이버 세션은 마지막 C2C 플랫폼인 포시마크에 대한 대담과 함께 마무리됐습니다. 에디터가 지난 칼럼(https://webins.co.kr/Premium/A/60)에서 추정했던 ‘웹툰-페이-C2C’ 비즈니스가 AI를 통해 연결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인공지능을 통한 작업 효율화, 플랫폼 단계에서 초개인화 추천, 페이를 활용하기 위한 초개인화 광고와 그것이 ‘플랫폼 밖’으로 이어지는 C2C 비즈니스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실마리를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네이버가 '사회적 합의'를 그토록 열심히 이야기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와 네이버웹툰 모두 '사회적 합의 없이 인공지능 무제한적 사용은 없다'고 못박기도 했는데요, 그 가운데 AI윤리에 대한 발제가 포함되었다는 점, 그리고 김준구 대표의 발제에서도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점까지 주목해볼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는 말하자면 '우리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판단하지 않되 '있는 합의를 넘어서지도 않겠다'고 말한 것 처럼 보입니다. 사회가 더 열심히 논의하면, 그걸 가져다 쓰겠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이건 시각에 따라선 옳다고 볼 수도, 누군가는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내용이예요. 논쟁적인 부분을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논쟁에 빠져들게 되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굳이 찾아보기 귀찮은, 그렇지만 알면 좋을만한 소식을 모으는 것이 웹툰인사이트의 일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마침 타이밍이 딱 맞은 네이버의 단23을 살펴봤습니다. 아마 곧 카카오를 비롯한 웹툰 관련 기업들이 이벤트에서 웹툰을 언급하거나 아니면 웹툰과 연계될 수 있는 소식들이 전해지면, 재빠르게 수집해서 전달드리도록 할게요. 다음 칼럼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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