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의 재미를 해외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드리는 것이 목표" 웹툰 번역 전문 기업 '키위바인(Kiwi V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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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로 확장 중인 웹툰 콘텐츠, 현지화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입니다. 현지와, 번역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웹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으며, <유부 킬러>, <이태원 클래스> 등을 번역하며 실력까지 입증한 '키위바인'을 만나 보았습니다.

[ 키위바인(Kiwi Vine) 홈페이지 메인 ]

Q. 키위바인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A. 저희는 영상, 웹툰, 웹소설 등의 다양한 콘텐츠 현지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 로컬라이제이션’ 전문 기업이자, 웹툰 제작 회사입니다.
처음에는 영상 번역을 먼저 시작했고, 그 이후에 웹툰, 웹소설 등 다른 미디어 콘텐츠 현지화를 함께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Q. ‘만화 번역’을 포함한 로컬라이징은 사실 전문분야인데, 한국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제작사가 아닌 ‘로컬라이징 전문 기업’은 더 생소하기도 해요. 어떻게 창업을 준비하게 되셨나요?
A. 저는 영상번역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영화, 드라마, 다큐 등의 번역작가로 활동하다가 ‘제대로 된 현지화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키위바인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영상 번역 위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와중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웹툰 현지화도 시작하게 된 거죠.
처음에는 국내나 해외 OTT 서비스의 자막 제작을 주로 했었는데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웹툰 현지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서,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들로까지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에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플랫폼들이 성장하면서 2015년경부터 번역 시장이 넓어졌어요. 당시에 저는 번역작가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영상번역 분야에서 경력을 쌓다 보니 현지화라는 분야가 굉장히 흥미로웠고, ‘제대로 된 번역’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2018년 2월, 법인 전환을 했고 사업을 지속하게 되었어요.

[ 키위바인 사무실 전경 ]

Q. 키위바인의 주 업무는 웹툰 번역/로컬라이징인데, 실례가 될지도 모르지만 다들 궁금해 할 것 부터 여쭤볼게요. 이게 돈이 되나요?
A. 자세하게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웃음), 열심히 하고 있다고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정말 수많은 작품들을 로컬라이징 해 왔고요, 그 경험 덕분에 저희만의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최상의 퀄리티를 낼 수 있는 지점을 찾아냈고, 지금도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작품들을 높은 퀄리티로 현지화 하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번역과 현지화라는 게 굉장히 노동집약적이기도 하고요. 그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더 발전하기 위해, 현지화 과정에 참여하는 많은 분들을 어떻게 독려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전통적으론 ‘번역’이라고 부르는 작업 안에는 ‘로컬라이징’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기도 해서 굳이 구분하지 않는데요, 그건 번역가의 기술적/경험적/예술적 판단에 맡기잖아요. 키위바인의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어있나요?
A. 웹툰 로컬라이징을 예시로 들자면,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참여하고 계시고, 각각의 단계가 세분화되어 있어요. 크게 나누면 언어, 디자인 파트로 나눌 수 있는데, 언어 파트에는 번역과 검수 단계가 있고, 디자인 파트도 같아요. 다 마무리되면 최종적으로 독자들이 작품을 볼 때, 이상이 없을지 최종 판단하는 단계를 거치죠. 그래서 한 작품을 로컬라이징하고 런칭하기까지 최소 몇 달이 필요하게 돼요. 그 기간을 줄여 나가는 것이 키위바인의 프로세스라고 생각해요. 상황에 맞게 그 단계를 조정해서 최고의 퀄리티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조정하다 보면 전체적인 프로세스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계속해서 소통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저와 부대표님, 팀장님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웹툰은 ‘연재물’이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스케줄 조정이 가장 크리티컬 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은 상황을 고려하여 플랫폼과 CP사가 같이 조정하기도 해요. CP사마다 상황이 달라서, CP사와 플랫폼이 만족할 수 있게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그럼 효율화를 위해서 혹시 장르 스페셜리스트를 둔다거나 하는 사례도 있나요?
A. 장르별로 정해 놓은 전문가가 있지는 않아요. 한 장르의 전문가를 두기도 사실 어려운 게, 작품들이 어떤 장르로 분류된다고 해서 다 똑같이 구성된 것이 아니잖아요. 그렇다 보니 저희는 장르보다는 ‘웹툰 로컬라이징’ 전문가를 육성하고, 다양한 장르에서도 각자 맡은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의 특성상 ‘번역 불가능성’은 항상 존재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유부녀 킬러>는 제목만 봐도 번역하는 입장에선 재미야 있겠지만 두려워지기도 하고요. 한국에서 문화적 함의를 가진 작품이 한국에서 인기가 있다보니 이 지점이 고민되실 것 같아요. 특히 개인에게 노하우가 쌓는게 아니라 팀 관리를 해야 하니까요.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계신가요?
A. 작품이 선정됐을 때 제목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독자분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냐 없냐가 결정되는 첫번째 요소이기 때문에, 제목에 임팩트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저희는 모든 면에서 해외 독자분들께 재밌고, 어색하지 않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들을 논의하고 결정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유부녀 킬러>라는 작품을, “A Married Woman Killer”로 직역하게 되면, 뜻이 잘못 전달되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고민을 했어요. 이 작품의 주인공 이름이 ‘보나(Bona)인데, 영어에서 ‘Bona fide’라는 단어는 ‘진짜, 진실된’이라는 뜻이거든요. 캐릭터의 이름도 부각시키면서, 킬러로서의 역할도 잘 해내고 있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독자들의 흥미를 유도하고 원작의 내용 또한 잘 전달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재치 있는 제목이 탄생하게 됐죠.
또, 제목에서 IP확장을 염두에 두기도 해요. 영화나 드라마 제목으로 어색하게 느껴지면 안 되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도 제목을 염두에 두고 번역하고 있어요.

Q. 그냥 자막을 입히거나 더빙하면 되는 영상매체와 다르게 웹툰은 식자 자체도 디자인적 요소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키위바인에서는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서비스하고 계시더라구요. 물론 이건 영상이지만, 웹툰에도 해당될 것 같아요. 이 프로세스가 궁금해요. 아무래도 말풍선의 크기도 조정해야 하는데 이게 다 디자인적 요소다 보니 어려우실것 같습니다.
A. 말풍선의 경우는 다 조정하고 있다고 보셔도 될 것 같아요. 해당 국가, 해당 언어의 독자들이 볼 때 가장 자연스럽게 보이는 말풍선, 줄바꿈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니까요. 이 부분은 저희 디자이너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어서, 교육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어요. 독자분들께 더 좋은 연출을 보여드리기 위해 내부 가이드라인을 세부적으로 구축하고 있고, 이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 가고 있습니다.
이 질문을 주셨을 때 감사했어요. ‘웹툰 로컬라이징’이라고 하면 보통 번역에 많은 포커스를 맞추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디자인 작업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잘 알기 어렵죠. 언어에 따라 컷에 어울리는 연출적인 표현을 해야 하는 세심함이 필요해요. 디테일이 중요하고, 그 디테일이 결과적으로 좋은 작품으로 이어지게 되는 거죠. 독자 입장에서 언어마다 눈길이 가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가독성을 최적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실력 향상을 위해 노력을 놓지 않는 ]

Q. ‘트레이닝 세션’이 따로 있는지, 아니면 어떻게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고 적용시키시는지 궁금해요.
A.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각 상황에 맞는 예시들도 계속 추가하고 있어요. 처음 입사하신 분들께 제공되는 교육도 있지만, 기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Q. 키위바인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만화를 정말 좋아하셔야겠어요. 그게 아니면 성립하기가 어려운 프로세스네요.
A. 맞습니다. 아무리 콘텐츠를 좋아한다고 해도 일이 되면 힘든 시기가 오는데, 그렇기 때문에 웹툰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중요하다고 봐요. 아무래도 많은 시간이 투입되고, 반복 업무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 자체를 좋아하지 않으면, 경력을 오랜 기간 쌓기 여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 웹툰이나 출판 만화의 자체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 미국, 일본은 그래도 레퍼런스가 있는데, 웹툰이나 출판만화의 역사가 일본 망가인 대다수의 나라들은 그 문법을 따라 로컬라이징하면 웹툰에는 완전히 핏이 맞지는 않을텐데, 이 고민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A. 말씀대로 출판 만화를 만들어냈던 역사가 없는 경우에는 고유의 문법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웹툰이 그 문법을 만들어 나가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현재 각각의 시장에서 통용되는 문법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할 순 없겠지만, 한국의 독자들이 느낀 감동을 도착 언어의 독자분들도 똑같이 느끼실 수 있게 하는 것이 새로운 웹툰의 문법을 구축하는 첫 단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기존 레퍼런스는 부족하더라도, 독자분들이 보내주시는 반응과 다양한 의견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Q. 로컬라이징 하시는 입장에서 국가마다, 지역마다 가지는 특성들이 다를 것 같아요. 혹시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지역마다 다른 부분이 있지만, 사회적, 문화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슈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종적인 문제나 외모 차별에 대해 민감한 국가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저희가 조정자 역할을 하기도 해요. 작품 감상을 해치지 않으면서 작품의 톤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머를 표현하는 방식도 국가에 맞는 현지화가 필요해요. 한국어로는 웃긴데 해외에서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한국에서는 캐릭터의 답답함을 표현할 때 고구마 그림을 그려 감정을 나타내곤 하는데, 해외 독자들은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죠. 그럴 땐 부연 설명을 달거나 CP사와 협의해서 그림을 바꾸는 경우도 있어요. 도착 언어의 독자들이 한 번에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하니까요.
피부 톤 또한 이슈가 될 수 있어요. 씻지 않아 피부가 더러워진 걸 표현하기 위해 피부색 전체를 짙은 갈색으로 표현한 장면이 있었어요. 이런 경우 자칫하면 ‘어두운 피부=더러운 피부’라고 여겨질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인간의 피부색이 아닌 색으로 변경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물론 변경하는 경우에는 원작자님 허락을 받고 변경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작품은 살리되 편집을 더해서 맥락을 살릴 수 있게 하는 거죠.
고정관념화 된 부분 또한 이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잘 살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 ‘동양인이니까 수학 잘하지?’같은 표현은 맥락상 나쁜 말은 아니지만, 그 고정관념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 나름대로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을지를 제작사와 작가분들께 많이 설명드리고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제작사와 작가분들이 수정에 동의해 주시고 흔쾌히 허락해 주시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제작단에서부터 이런 부분을 한 번 더 고민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자리잡는다면, 해외 시장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들이 현저히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키위바인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현지화한 웹툰들 ]

Q. 대표님이 생각하시기에 만화, 특히 웹툰 번역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소양은 뭘까요?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A. 첫번째로는 언어적 능력과 균형인 것 같습니다. 두번째로는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경험이 중요해요. 관심과 경험이 없으면 금방 지치고 힘들어질 수 있으니까요. 세번째는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디테일에 대한 집중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생각을 제시하는 열린 마음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번역가뿐만 아니라 작업자 모두에게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Q. 웹툰도 글로벌 경쟁 시대라고 하는데, 키위바인의 경우에는 로컬라이징 노하우가 있으면 직접 제작도 욕심나지 않을까 싶어요. 혹시 준비하고 계신가요?
A. 웹툰 제작은 꽤 오랜 시간 고민했었어요. 콘텐츠 현지화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고 있지만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왔었고요. 그렇게 콘텐츠팀이 신설되었고, PD님들과 팀장님을 새롭게 모셔서 일부 타이틀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단계에 있고, 내년 연말 서비스를 목표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장르에 집중하기 보단, 다양한 장르를 준비해서 재밌는 콘텐츠를 보여드리고자 준비하고 있어요. 일부 작품 선정이 끝나서, 열심히 만들고 있는 중이니 기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키위바인을 통해서 로컬라이징을 하게 될 작가, 제작사 분들과 국외의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 드립니다 🙂
A. 키위바인은 제작사와 작가님들께서 만들어 주신 소중한 작품의 현지화 작업을 늘 열정과 책임감을 갖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원작의 재미와 감동을 해외 독자분들께 그대로 전달드리는 것이 저희의 역할인 만큼, 앞으로도 고품질 현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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