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합병, 동상이몽일까 동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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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의 OTT 서비스인 티빙과 공영방송사를 주축으로 서비스되는 OTT 웨이브가 합병을 발표했습니다. 티빙은 지난해 KT의 시즌을 인수합병한 이후 두 번째 합병입니다.

지난 5일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의를 거쳐 주주사간 합병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알린 겁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넷플릭스 게섯거라'가 가능해질지 관심이 모인 이유입니다.

2019년 웨이브는 2천억원 투자를 받으면서 "5년 이내 상장"이 목표로 주어졌지만, 적자가 지속되는 한편 경기상황이 좋지 않아 상장은 무리라는 분석이 줄잇고 있습니다. 티빙은 이런 상황에서 "합병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어왔지만, 이번에는 CJ ENM이 1대 주주, SK 스퀘어(웨이브 모기업)가 2대 주주가 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주주들의 이해관계부터 공정위까지, 갈길 먼 합병

일단 양해각서는 체결했다지만, 실제 합병까진 갈 길이 멉니다. 우선 티빙은 CJ ENM이 48.85%, 네이버가 10.66%, SLL중앙(12.75%), KT 스튜디오지니(13.54%)등 지분 구조를, 웨이브는 SK스퀘어(40.5%), SBS(19.8%), MBC(19.8%), KBS(19.8%)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웨이브는 지상파가 독자적인 콘텐츠를 공급하고, 성과도 제각각이지만 지분별로 동등하게 수익이 분배되어 방송사들이 적극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합병을 통하면 타 기업이 주도하는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해 '남 좋은 일'만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법도 합니다.

여기에 CJ ENM이 올해 3분기를 제외하고 1, 2분기 연속 적자, 미국에 1조원 이상을 투입했던 스튜디오 피프스시즌의 성과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 때문에 투자역량이 있는지도 의문이 생깁니다.

더구나 지난해 티빙의 KT 시즌 인수 당시 합산점유율 18.05%로 넷플릭스(38.22%)와 차이가 컸지만, 웨이브는 시즌보다 더 큰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2022년 기준 웨이브의 시장 점유율은 14.37%로, 올해 시장 상황에 따라 무난한 통과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 어려움에 비해 실효성 떨어진다는 지적도

이렇게 어렵게 합병하더라도, 실질적인 효과는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입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간한 "OTT 리포트"에 따르면 응답자 60.7%가 두 개 이상의 OTT를 유료로 사용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월 기준 티빙은 510만명에 달하는 월간활성사용자를, 웨이브는 423만명을 기록했는데 단순 계산대로 933만명이 아니라 이보다 훨씬 적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넷플릭스 게섯거라' 하려다가 넷플릭스 1강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tvN의 콘텐츠를 가진 티빙과 지상파 콘텐츠 중심인 웨이브의 색깔 맞추기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9월까지로 계약도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케이블 방송과 경쟁하라는 요구를 받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선택 역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에 메리트를 주게 된다면 합병으로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해외 투자하는 곳 따로, 이득 보는 곳 따로면 곤란

이렇게 콘텐츠의 입장 차이도 있지만, 보는 곳은 같습니다. 바로 글로벌 시장 진출입니다. 이번 합병 MOU 발표에서도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OTT 진출은 큰 돈이 드는 사업입니다. 이미 국내에서는 웨이브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지분대로 나눠갖느라 불만이 있는 방송사들이 해외 판권까지 계약해야 한다면, 더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따라서 CJ ENM 입장에선 최대주주를 맡기 위해 거금을 들인데 이어 해외 진출을 위한 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부담이 큰 가운데, 지분대로 분배되는 시스템이 유지된다면 '남 좋은 일' 하기 싫은 콘텐츠 제공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까지 끌어내야 하는 부담이 있는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웨이브는 지난해 12월 북미 진출을 위해 '코코와'를 인수하며 '웨이브 아메리카'를 설립했지만, 이걸 제외하면 글로벌 OTT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를 담을 플랫폼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 웹툰 입장에선 '잘 되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고'

웹툰의 입장에선 이번 티빙-웨이브 합병은 '더 많은 콘텐츠'를 필요로 할 중대형 OTT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글로벌 진출이 급한' OTT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좋은 점이 있습니다.

이용자의 입장에선 티빙-웨이브 합병으로 인해 가격이 오를 수 있겠지만, 거기에 원작 콘텐츠를 공급하는 웹툰의 입장에선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원래 있던 파트너들이 모양만 달라진 것이고, 글로벌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나쁠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공생관계이기 때문에 잘 되길 바라게 되네요. 과연 티빙과 웨이브는 어떤 모습으로 합쳐지게 될까요?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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