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작가의 스토리를 웹툰으로!" 6인 6색 재담미디어 PD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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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항상 어렵습니다. 그리고, 웹툰계에서 일하면서 에디터가 가장 어렵다고 느낀 인터뷰는 바로 PD 인터뷰입니다. 항상 새로운 작품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면서 회사에서 준비중인 작품을 말해선 안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작가님과 일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풀어내기도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에디터에겐 항상 PD와의 인터뷰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작품을 기획하고, 작가님들과 조율해서 멋지게 만들어내는 숨은 조력자라니,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것 같아서였죠. 그리고 재담미디어가 진행한 신진스토리작가육성사업을 담당한 PD 인터뷰를 부탁받았을 때, 바로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PD를 한 명도 아니고 여섯명이나 만날 수 있는 귀한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신진스토리작가육성사업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신인 스토리작가를 육성하기 위해 만든 지원사업입니다. 말 그대로 원석을 가진 작가를 프로씬에 데뷔할 수 있는 재원으로 육성하는 사업입니다. 최종 선발된 6명은 교육을 거치고, 그 다음 스토리를 발전시킬 수 있는 멘토와 웹툰으로 만들 PD와 함께 실제로 작품을 만들게 됩니다.

 

좌상단부터 임지나, 김득원, 김형남, 김지선, 안윤정, 이지원 PD

 

이번에 신진스토리작가육성사업에 참여한 PD는 웹툰기획제작본부의 김형남 이사, 김득원 PD, 웹툰앤노블본부의 안윤정, 김지선 PD, 웹툰앤북 본부의 임지나 PD, 스튜디오본부의 이지원 PD까지 여섯명입니다. 그럼, 이 여섯분의 인터뷰를 한번 시작해볼까요?

Q. 보통 회사에선 ‘너 이거 해’ 하고 내려오기 마련인데, 이번에 재담에선 PD들에게 희망 작품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PD님들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지원: 사실 다 흥미로운 작품들이었어요. 저는 <사천당문의 소가주는 남장여자?>라는 작품을 하겠다고 말할 때 눈여겨 봤던 건 츤데레 여자 주인공이 남장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 그리고 남자주인공과의 사랑스러운 오해가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했기 때문이예요. 작가님과 작품을 잘 만들어 나가면 무협의 요소와 로맨스의 요소를 모두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임지나: 제가 함께 한 작품은 <여고생왕후>였는데요, ‘강한 여성 캐릭터’가 극을 끌고 간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기존의 학원액션물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정형화 된 여성이 아니라 정의로운, 비열한, 강인한, 소심한 여성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여성서사에 관심이 많기도 했거든요. 그런 작품을 찾고 있던 차에 짠! 하고 등장한 거죠.

 

김득원: 저는 <비사니조-Hunting Doctors>라는 작품을 선택했습니다. 이 작품은 메디컬물인데요, 거기에 복수라는 소재가 더해져서 흥미로웠어요. PD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소재가 매력적인 작품, 그리고 OSMU에도 유리한 작품이면 금상첨화인데 이 작품은 둘 다 가져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먼저 손을 들었습니다.

 

안윤정: 제가 고른 작품은 <로열 어센트>라는 작품인데요, 이 작품은 21세기 가상의 현대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로열’이라는 제목처럼 입헌군주제인 대한민국에서 황제와 황후가 이혼을 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하거든요. 그런데, 이 두 사람의 ‘진짜’ 로맨스가 이혼 이후에 시작되거든요. ‘입헌군주제’라는 단어 자체가 한국인들에게 되게 양가적인 감정이 드는 단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소재가 소재다 보니, 재담과 함께하고 있는 박소희 작가님의 <궁>처럼 성공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죠.

 

김지선: 저는 <아가씨의 최애캐>라는 작품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일단 이 작품은 제목에서도 느껴지는 것 처럼 로맨스 코미디 작품이고, 코미디 요소가 부각된 작품이예요. 여주인공이 자기가 만든 작품 속에 들어가서, 그 원작 속 서브 남주를 구하려고 하다가 썸을 타게 된다는 내용인데, 제가 강점을 가진 로맨스 코미디라는 점이 딱 맞아서 빠르게 선택했어요.

 

김형남: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PD들 중 제가 가장 선배격이어서 먼저 다른 PD들에게 우선권을 주었는데요, 결과적으로 제가 했으면 하고 내심 생각했던 <노인사냥>을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제가 심사에 참여했을 당시부터 ‘노인을 사냥한다’는 모티프가 굉장히 흥미로워서 글작가님께 여러가지 질문을 드렸었어요. 이 작품이 가진 성향이나 톤앤매너가 소년만화 위주로 커리어를 이어왔던 저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게 작업했습니다.

 

Q. 아무래도 본인이 선택 한 작품을 만드시다 보니, PD에게 요구되는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김득원: 텍스트로 짜임새 있는, 여러 회차의 글을 웹툰으로 풀어내는 방식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래서 긴 호흡을 가진 글을 여러 회차의 웹툰으로 옮기면서도 스토리가 가진 매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웹툰PD는 그걸 본능적으로 느끼는 단계를 넘어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학생시절 웹툰을 전공하면서 이론을 익혔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지원: 아이디어부터 함께 개발한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멘토님들과 함께 작업을 하다 보니 PD로서 흔히 경험할 수 없는 글-그림작가님 뿐 아니라 멘토님과의 협동도 굉장히 중요했어요. 그러다 보니 결국 웹툰 PD의 역량 중 하나인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핵심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님들과 멘토님과 작품에 몰입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도 PD로서 한단계 성장하는 과정을 겪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김지선: 사실 저는 글 작가님과 그림 작가님 두분이 서로 배려를 많이 해 주셔서 중간 협업단계가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바라는, 추구하고자 하는 중간지점을 찾아내는게 PD의 역량이고, 그 과정을 잘 만들어 나갈 수 있어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작가분들이나 멘토님들이 서로 이야기가 잘 통한다면 좋지만, 그렇다고 좋은 작품이 뚝딱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김형남: 언제나 새로운 작품을 기획하는 과정은 비슷한 것 같아요. 보통 작가님들이 다들 알고 계신데, 작품을 만드는 그 순간이나 상황에 매몰되어 지나치는 것들을 일깨워드리는 일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도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면서 역량이 커지는 걸 느끼기도 하고요. 이번 <노인사냥>에서는 작가님께서 많은 것을 담고 싶은 의지가 가장 매력적인 요소인 ‘노인을 사냥한다’는 모티프를 흐리게 하는 것 같아 작가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런 과정에서 작가님 뿐 아니라 저도 작품이 보다 선명해지는 걸 느끼기도 하거든요.

 

임지나: 아무래도 신진 작가님이다 보니 콘텐츠의 바다에 홀로 둥둥 떠 있다는 느낌을 받으실 때가 있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이미 작품을 해 보시고, PD들과 같이 일해 본 분들에 비해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려면 PD는 작품에 대해, PD의 업무에 대해, 계약한 회사나 나아가서는 웹툰계라는 곳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프로페셔널한 업무 진행은 기본이고, 최대한 작가님의 말씀을 많이 듣고 노력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했구요.

또 PD의 역량이라고 하면 다른 콘텐츠를 볼 때도 교양이나 취미의 영역이 아니라 업무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과정이 필수적인 것 같아요. 이 영화의 이 재미있는 장면을 웹툰에는 어떻게 옮길 수 있겠다, 이렇게 연출을 하면 조금 다르게 보이겠다. 하는 것들을 공부하면서 보게 되죠. 

 

안윤정: 글과 그림 작가님이 다를 땐 가장 중요한 게 조율하고 잇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글과 그림 작가님 모두 작가고, 그렇다 보니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으시니까 그걸 최적의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이 PD의 역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조율의 역할을 PD가 하는 거고, 그때 작가님들과 함께 우리가 생각한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때, 그 보람으로 PD를 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 역량이 제일 필요한 것 같아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한정된 지원사업이다보니 아쉬운 점들이 있으실 것 같아요.

 

임지나: 아무래도 그렇죠.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상의할 시간이 충분했다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해요. 최대한 오류를 줄이기 위해 많이 소통해야 오류가 덜 생길테니까요. 그런데 이건 주어진 조건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래서 시간이 부족한 대신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하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작가님들께서 어떻게 느끼셨을지 궁금하긴 하지만…(웃음)

 

안윤정: 저도 결국에는 시간인 것 같아요. 글 작가님의 스토리를 조금 더 짜임새 있고 쫀쫀하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그림 작가님과 연출에서 끝까지 논의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있죠. 그런데 그게 언제나 가능한 건 아니고, 또 욕심도 끝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열심히 한 만큼 아쉽긴 하죠.

 

김득원: 다들 말씀해주신 대로 기획-제작 단계에서 더 많이 논의했으면 하는 욕심은 있죠. 연출적인 디테일도 그렇고요. 그래도 이제 그 이후 PD의 시간이 있으니까 교정, 편집 단계에서 최선을 다해서 웹툰의 매력을 더 살려보려고 해요.

 

이지원: 저도 시간의 아쉬움이 가장 크긴 한데요, 그래도 한정된 시간 안에 모두 최선을 다해서 너무 예쁜 원고가 나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PD로서도 뿌듯하고, 작가님들이 어떻게 해 오셨는지 아니까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김지선: 맞아요. 만드는 입장에선 항상 시간이 아쉽죠. 그렇다 보니 더 빠르게 작가님들의 의도를 캐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원작의 의도를 웹툰에서 어떻게 살릴 것인가, 그리고 시간 안에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하는 것들이요. 

 

김형남: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늘 시간은 우리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돼요. 웹툰에 맞는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 역시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죠.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을 웹툰으로 만드는 과정도 그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요. 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됩니다.

 

Q. 아무래도 첫 작품을 가져온 신인과 작품을 만드는 경험은 조금 특별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돼요. 신인작가와 작품을 만들 때 어떤 점이 재미있다거나, 특별하다고 느끼시나요?

 

김형남: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건 늘 설레고 재밌죠. 그런데 저 같은 경우 신인 작가님들과 작업할때 부담을 느끼는 편이예요. 여러 번 협업이나 PD를 경험한 작가님들은 본인의 기준이 있어서 다양한 형태의 협업이 가능한 반면, 신인 작가님들은 모든 것이 처음이다 보니 협업 파트너인 PD를 ‘지시하는 사람’으로 오해하실 수도 있거든요.

따라서 PD로서 저는 신인 작가님들과 함께 할 때 더욱 조심스럽게 처음의 처음부터 하나씩 설명을 드리고,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동반자로서 대화하는 것이라는 걸 말씀드립니다. 그 과정이 예상보다 지난하고 길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게 유대가 쌓이면 본격적인 작품 제작에서 발생하는 치열한 과정을 버티는 힘이라는 생각을 해요.

 

김득원: 새로운 작가님들과 작업하는 건 언제나 설레죠. 이번 <바사니조_Hunting Doctors>는 무엇보다 일정 체크에 비중을 두었는데요, 글 작가님과 그림 작가님들께서 일정에 맞춰 너무 잘 진행을 해 주셨어요.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안윤정: 신인 작가님들의 이야기는 뭔가 더 농축되어 있다고 할까요?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걸 꺼내는 것이 작가잖아요. 그렇다 보니 ‘평생의 이야기’가 다가온다는 점에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동시에 재밌기도 해요. 그래서 더 책임감도 느끼게 되고요.

 

김지선: 작가님들의 성장이 정말 빨라서 PD인 저에게는 큰 자극이 된다는 점인 것 같아요.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협업이라고 느끼거든요. 그 과정에서 작가님도 즐거움을 느끼시고, 그걸 보면서 저도 즐거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특별한 점인 것 같아요.

 

임지나: 아무래도 이미 작업을 해 보신 분들은 자신의 방향성이 확고하게 정해지셨으니까 그쪽으로 밀어드려야 하는데, 신진 작가님들은 그 방향을 정하는 중이잖아요. 그래서 그 고민을 옆에서 돕는게 특별한 점이죠. 그 지점을 정말 많이 논의하고, 또 작가님도 미처 몰랐던 것들을 찾아내는 시간이 정말 특별한 경험이죠.

 

이지원: 아무래도 신진 작가님들께선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이 생소하신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담당자인 저는 항상 이번 작가님은 어떤 성향의 분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돼요. 이번에 제가 담당한 <사천당문의 소가주는 남장여자?>의 경우 피드백에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시고 의견도 내주셨을 뿐 아니라 논의하고자 하는 부분도 많으셨거든요. 그럴 때 PD로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구나, 내가 작가님들께 힘이 되고 있구나 라는 걸 느끼면서 성취감을 주죠.

 

처음에는 공통질문으로 PD님들께 담당한 작품, 그리고 PD들이 생각하는 PD가 무엇인지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PD님들이 하는 일은 그 자체로 흥미로웠습니다. 작가가 가지고 있지만 아직 깨닫지 못한 것을 일깨워주는 것, 사실 이것이 우리가 만화를 볼 때 흥미롭게 지켜보는 주인공의 성장 아니겠어요?

공통 질문이 끝나고, 이제 개별로 PD님들께 서로 다른 질문을 드렸습니다. 각자 담당하는 분야가 다른 분들이다 보니, 꽤 깊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 김형남 이사

 

간담회 자리에서 작가들과 논의중인 김형남 이사

 

Q. 아무래도 ‘이사님’이라고 하면 만나기 힘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사님께서 작품을 담당하실 때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김형남: 이사라는 직급으로 근무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PD입니다. 언제든 흥미로운 기획, 좋은 작가님이 계시다면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게 PD거든요. <노인사냥>은 처음 심사때부터 소재의 참신함이 마음에 들었어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이긴 하지만 이 이야기를 통해 작가님이 세상에 던지고 싶은 이야기가 선명했거든요. 그 ‘이야기’가 모든 독자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함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그렇게 작가님과 함께 작업하게 됐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비슷한 생각으로 시작하는 것 같네요.

 

Q. 출판시절부터 오랫동안 PD로 일하고 계시잖아요, 그동안 수많은 격랑의 시간을 지나오셨을 것 같습니다. PD님이 보시기에 최근 트렌드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형남: 최근 트렌드는 역시 웹소설 원작의 ‘노블코믹스’가 대세라는 점이겠죠. 웹툰 시장이 커지고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작품들이 공급되고 있는데요, 독자들 입장에서는 그 속에서 재미있는 작품을 찾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노력이 될 겁니다. 하지만 이미 웹소설 원작을 통해 재미가 증명된 작품들이라면 그만큼 선택이 수월해질 수 있겠죠. 이 같은 효율적인 웹툰 소비 형태와 맞물리며 노블코믹스의 제작이 더 활성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만큼 재미있는 웹소설이 많아야 한다는 건 기본 전제일 거고요.

 

? 김득원 PD

 

빼곡하게 적힌 김득원 PD의 스케줄

 

Q. PD님은 브랜드웹툰을 비롯 여러 작품을 담당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그러면 스케줄 관리가 중요할텐데, 어떻게 스케줄을 관리하시나요?

 

김득원: 제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바탕화면 달력' 위젯으로 진행 과정을 체크하는 편이예요. 출근해서 미리 파악하고, 업무시간에 진행하고, 퇴근할 때 어디까지 되었는지 체크하는 식입니다. 일일업무일지를 자세히 작성하는 것 역시 도움이 되고요. 누락이 없도록 애쓰는 편이예요. 사실 특별한 건 없고, 기록을 잘 하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다양한 작품을 담당한다는 건,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는 이야기기도 하잖아요. PD님이 생각하는 좋은 PD, 또는 PD님이 지향하는 PD는 어떤 모습인가요?

 

김득원: '이야기를 한다'는 건 질문을 주고받는 행위를 일컫는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PD의 업무도 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작가님과 주고 받는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도 잘 질문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질문은 분야를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관심사, 다양한 관점에서 비롯된다고 보는데, 웹툰 뿐 아니라 문학, 영화 등을 탐닉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재로서는 저를 '질문을 열심히 던지는 PD'로 규정하고 싶어요. 추후에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PD가 되고 싶습니다.

 

Q. PD님은 평론 공모전에서 상을 받기도 하셨어요. 좋은 질문은 사실 평론가의 자질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글을 계속 쓰실 예정이신지도 궁금합니다.

 

김득원: 글 쓰는 일도 병행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직 스스로 ‘평론가’라고 하기엔 부끄럽다고 생각하는데(웃음)… PD의 관점과 평론가의 관점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는게 PD 일과 평론가로서의 일 양쪽 모두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게 직업적으로 저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 안윤정 PD

 

업무중인 안윤정PD

 

Q. 원작이 있는 작품을 각색하는 부서, 웹툰앤노블본부에서 일하시니 이번 신진스토리작가 업무가 조금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어땠나요?

 

안윤정: 웹소설의 각색에서 중요한 점은 어떤 부분을 부각할지, 어떤 부분을 덜어낼지를 정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웹소설은 전달하고자 하는 상황을 표현해야 하니까 모든 것을 글로 표현하고, 웹툰은 그림을 통해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어떤 포인트를 더 부각할지 선택하는게 중요한데, 이번에도 그런 기준으로 콘티 피드백을 드렸어요. 물론 각색이라는 것이 원작과 웹툰 모두를 돋보이게 만들어야 하는 건데, 기본적으로는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원작에 중요한 뼈대를 잘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이미 합을 맞춰본 사람들과는 액션연기처럼 합이 잘 맞을텐데, 일을 처음 같이 해보는 상황에서 이걸 어떻게 맞춰나가시는지도 궁금해요.

 

안윤정: 그래서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죠. 다만, 그 안에서 PD로서 저의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고요. 제 기준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나가면서 중심이 되는 스토리를 작가님과 맞춰나가는 것, 그리고 그 기준을 벗어나는 것들은 유연하게 맞춰나갈 수 있다면 좋은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요. 작가님께도 그걸 잘 설명드리고 작가님이 편안하게 작업하실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죠.

 

? 김지선 PD

 

업무중인 김지선PD


 

Q. 웹소설 웹툰화는 이제 뺄 수 없는 중요한 업무잖아요.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 그리고 절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요?


김지선: 결과적으로 ‘웹툰’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색이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웹소설로 표현했을 때와 웹툰으로 표현했을 때 그냥 넘어가지 않고 대사 하나, 표현 하나까지 고민해서 자연스럽게 웹툰으로 이식하는 과정이 제일 중요하지만, 또 제일 어려운 일 같네요.


Q. 그 과정에서 PD님의 업무는 어떤 것일까요?


김지선: 원작자, 그림작가, 각색작가분이 보통 함께 일하게 되잖아요. 이 세 분의 페이스를 맞춰서 함께 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 분 모두 추구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이 다른 작가님들인데, 이 분들의 의견을 모아서 하나로 만들고, 최고의 표현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 임지나 PD

 

업무중인 임지나PD

 

Q. ‘웹툰앤북’ 본부라면 단행본을 만드실 것 같은데, 웹툰 원안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임지나: 재담의 각 본부는 이름에 본부의 특성을 담고 있어요. 저희 ‘웹툰앤북본부’에서는 다른 부서에서 다루지 않는 책을 만드는 업무, IP 기획과 제작을 하고 있어요. 2021년 말에 신설되었고, 초반에는 단행본 출간을 중점적으로 진행했는데 올해부터는 신규 웹툰을 함께 기획하고 있습니다. 신규 웹툰을 기획하는 방향성에도 조금 차이가 있는게, 작품마다 다르지만 ‘책’으로 출간이 가능한지를 저희는 살핍니다. 단순히 단행본 뿐 아니라 굿즈 등도 함께 진행하고,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죠.

그러다 보니 저희 본부도 참여했고, 이번 작품은 책으로도 매력적이지만 굿즈로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들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여했습니다.

 

Q. 편집자, PD로서 보는 스크롤 만화와 페이지 만화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임지나: 스크롤 연출은 매 화 마지막에 얼마나 임팩트 있는지, 그리고 다음 내용이 궁금하게 끝낼 수 있는지가 가장 큰 포인트라면, 페이지 연출은 매 장마다 밀도높은 연출을 가로로 긴 와이드로 볼 수 있게 기획, 편집한다는 점이 가장 다르죠. 스크롤뷰의 특징인 세로 연출을 강하게 쓰면 단행본에 담기가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이걸 극복할수도 있어요. 저희 본부에서 제작한 카카오페이지 연재작 <수린당-비늘 고치는 집>은 웹툰 단행본 중 처음으로 노출형 사철제본으로 만들었는데요, 이 덕에 세로 연출을 극대화한 아름다운 장면들을 살리면서 페이지뷰의 맛도 살릴 수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독자분들의 좋은 피드백도 많이 받은 작품이구요. 물론 차이는 극명하지만요, 그만큼 저희도 각 매체가 가진 아름다움을 다른 매체로 전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재담북스에서 발간한 <수린당-비늘 고치는 집>

 

? 이지원 PD

 

간담회장에서 작가들과 논의중인 이지원 PD(좌)

 

Q. 개인 창작자와 스튜디오 제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작가님들이 많으시죠. PD님께서 생각하시는 개인 창작자와 스튜디오 제작 사이의 차이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지원: 스튜디오 제작은 우선 웹툰 작업 공정을 파트별로 나누어 작업한다는 차이가 있겠죠. 작가님들께서 스튜디오로 취업하시거나, 외부 작가로 활동하신다면 자신있는 한 파트에 집중해서 전체적인 퀄리티를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스튜디오는 이런 장점을 활용해 스케일이 크고, 공정별로 손이 많이 가서 작가님들이 모여서 합심했을 때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장르의 제작에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Q. 아무래도 퀄리티 얘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작화의 퀄리티 뿐 아니라 서사의 완성도 역시 꼼꼼하게 챙기셨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과정은 지난한 토론과 설득의 시간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PD님만의 노하우를 듣고 싶습니다.

 

이지원: 글 작업은 이번에는 먼저 멘토님과 진행하신 시간이 있다보니 제가 별도로 피드백을 드리거나 스토리에 대해 의견을 드리기 조심스러운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저와 글작가님, 멘토님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메신저 방을 개설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일방의 소통창구만 있었다면 양쪽의 의견을 작가님이 받게 되시는 상황이라 그걸 피하기 위해서였죠. 또 한정된 시간 안에 효율적인 작업을 하기 위해 의견전달을 위해서도 필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또 글을 그림으로 옮기시는 그림작가님의 고충을 상세히 듣고, 작가님들께도 콘티 단계에서부터 상세히 이슈를 전달드려 보완점을 찾을 수 있게 노력했습니다.

 

 

우리가 보는 작품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는 인터뷰였습니다. 신인 작가분들의 여섯 작품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 작가님들, 그리고 멘토분들과 PD님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작품이 세상 밖에 나올 수 있었네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기를 응원하며 재담미디어 PD분들과의 인터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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