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안84... 네이버웹툰은 1년 전에도 똑같은 사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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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에서 연재중인 <복학왕>이 재연재된지 2회만에 구설에 올랐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304화 '광어인간' 2편입니다.? 이번에 업데이트된 내용에는 주인공 봉지은이 인턴을 거쳐 기안그룹에 정식 입사하는 과정이 그려졌는데, 이 과정에 대해 "상식 이하"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당 회차에서는 회식 자리에서 배 위에 얹은 조개를 깨 부수는 장면이 그려지며 "열심히 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학벌이나 스펙, 노력...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 그녀의 세포 자체가 업무를 원하고 있었다"는 나레이션이 더해졌습니다.

 

* 무엇이 '또' 문제였나?

 

하지만 이 장면 뿐 아니라 이어진 장면이 문제가 됐습니다. 이전 회차에서 봉지은에게 "안 뽑힐건 알고 있나봐"라고 말했던 40대 남자 직원이 '광어인간' 2화에서는 회식 자리에서 사귀게 되었다며 우기명에게 "술 취해서 그날 키스를 해버렸지 뭐야"라고 말하면서 입사 선물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하는 장면이 묘사됩니다.

 

'광어인간' 에피소드에서는 스펙도, 능력도 미달인 것으로 묘사되던 봉지은이 새로운 생존전략을 개발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맥락상 정직원 전환이 불확실하던 봉지은이 갑자기 정직원으로 정식 입사하게 된 것이 상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 최종 합격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청원에 올라온 복학왕 연재중단 청원. 독자들의 분노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국민청원 게시판에 <복학왕>의 연재 중단 청원까지 등장해 2만명 넘는 청원 동의자가 모이기도 했습니다. 청원인은 "주인공 여자가 본인보다 나이가 20살이나 많은 대기업 팀장과 성관계를 해 대기업에 입사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을 희화화하며 그린 장면을 보게 됐다"면서 "부디 웹툰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의식을 가지고 웹툰을 그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 플랫폼의 반복되는 틀에 박힌 사과, 믿어야 하나

 

 

네이버웹툰은 사과했지만 이 말을 이젠 믿기 힘들어 보인다.

 

네이버웹툰은 ?해당 에피소드의 '작가의 말' 란을 통해 공지를 전하며 "작품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현재 작가님이 수정해주신 원고로 수정 반영 되었습니다. 향후 작품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작가님과 함께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웹툰 편집부의 말을 믿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기안84는 이미 2019년 한 해에만 해도 작품 속에서 청각장애인 희화화, 외국인 생산직 노동자 비하 등 여러차례 젠더감수성과 인권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청각장애인 희화화로 물의를 일으켰던 당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등의 장애인 단체의 거센 비판에 ?"이번 원고에 많은 분이 불쾌할 수 있는 표현이 있었던 점에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이어 "성별, 장애, 특정 직업군 등 캐릭터 묘사에 있어 많은 지적을 받았다"며 "작품을 재밌게 만들려고 캐릭터를 잘못된 방향으로 과장하고 묘사했다"며 사과한 바 있습니다.

 

* '도덕적으로 완벽한' 작품 만들라는 요구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광어인간' 편에서 또다시 누군가를 '재미'를 위해 희화화하는 한편 그걸 '생존전략'이라는 말로 어설프게 가리려고 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작품을 만들라는 요구가 아니라, 실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다룰 땐 그 사람들의 시선에서 문제를 한번쯤은 생각해 달라는 이야기입니다.

 

청각장애인 이슈도, 외국인 노동자 희화화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여성-청년으로 취업난 속에서 경쟁하고 있는 실재하는 청년을 그리면서 차별적 시선을 고스란히 담은 내용을 '재미'를 위해 사용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네이버웹툰 편집부 역시 비슷한 문제를 반복해서 일으키고 있는 기안84의 작품이라면 보다 꼼꼼하게 논의하고 작품의 방향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표현법을 논의했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의도'와 '맥락'이고, 분명 재미와 희화화는 다른 종류의 것입니다. 

 

* 지표 자랑할땐 책임도 함께 따라야

 

네이버웹툰은 그동안 "작가 평균 연봉 2.9억", "글로벌 DAU(일간활성사용자수) 1,550만"등의 성공적인 지표를 자랑해왔습니다. 이미 이전의 일부 마니아나 특정 계층에게만 읽히는 플랫폼에서 대중매체와 가장 활발하게 교류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면, 작품 속에서 다루는 표현에 있어서도 충분히 고려했어야 합니다. 

 

이미 2년 전에 발표된 "웹툰 자율규제 연령등급 기준"은 9개 분야 중 콘텐츠 분야로는 최초로 '차별' 항목을 포함시켰지만, 네이버웹툰에서 계속해서 차별과 관련한 문제들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슈 때 마다 수정하고 사과 아닌 사과로 무마하고 넘어가는 일이 반복된다면, 기껏 만들어놓은 웹툰 자율규제안이 소용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창작과 표현의 자유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표현이 실리는 매체가 하루 1,0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드나드는 대중매체일 때, 플랫폼은 물론 창작자들 역시 자신의 창작의 자유 만큼이나 작품에 매겨지는 책임을 무겁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만화시장이 대중을 상대로 한 플랫폼 중심의 완전 상업시장과 출판을 중심으로 한 특정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타겟 시장으로 나뉘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완전 상업 매체를 선택한 작가에게는 대중매체의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만화는 기본적으로 '즐겁기 위해' 보는 매체입니다. 하지만 작가의 무책임한 표현으로 독자들이 더 이상 즐겁지 않다면, 독자들은 그 만화의 쓰임이 무엇인지 되물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예술의 측면에서도 단순히 '희화화를 통한 유희'만이 목적이라면, 그것은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할 뿐 아니라 저항이나 해방을 위한 표현으로 작동하지도 못합니다. <복학왕>은 도대체 어떤 의도와 맥락으로 읽히기를 바랐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이슈가 반복되어 왔다는 점에서, 기안84와 그의 작품에 대한 비판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웹툰은 이런 논란과 이슈에도 불구하고, 왜 기안84가 아직도 지상파 방송에 멀쩡히 출연할 수 있는지 되물어야 합니다. 대중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그러나 막대한 영향력에 비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플랫폼이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매번 비슷한 이슈에 같은 목소리로 비판하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정말로 들린다면, 말뿐인 사과가 아니라 정말로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글로벌 플랫폼으로 나가는 네이버웹툰의 대표작이 소수자 차별을 일삼던 <복학왕>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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