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라와 키다리스튜디오는 왜 ‘제휴’를 맺었을까

 

 

 

최근 윌라와 키다리스튜디오가 제휴를 맺기로 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습니다. 제휴 내용은 윌라가 키다리로부터 웹소설을 제공받아 3년간 총 300작품을 독점 서비스한다는 것인데요. 키다리스튜디오가 보유한 웹소설 IP를 원작으로 제작되는 오디오북은 올 6월 윌라에 정식 론칭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윌라와 키다리의 협력은 단순히 콘텐츠를 ‘공급’하는 등의 일방향적인 의미가 아닌, 쌍방향의 의미가 내포된 ‘제휴’라는 용어로 표현되었는데요. 윌라와 키다리가 제휴를 맺게 된 데에는 어떤 배경과 맥락이 있었을까요?

 


윌라와 키다리스튜디오는 어떤 곳?

 먼저 윌라와 키다리스튜디오에 대해 정리해봅시다. 윌라는 강연 중개업에서 시작해 출판사도 운영 중인 기업 ‘인플루엔셜’에서 운영하는 오디오북 구독 서비스입니다. 타 오디오북 서비스와 달리 전문 성우가 직접 낭독하고, 요약본이 아닌 전문을 제공한다는 것을 강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윌라는 인플루엔셜의 모태가 강연 사업이었던 만큼 초창기에는 강연을 비롯해 자기계발서, 소설 등 일반 도서를 주로 서비스해왔지만, 최근에는 웹소설 오디오북도 시작했습니다. 

키다리스튜디오는 다우키움그룹의 계열사로 웹소설, 웹툰 콘텐츠 제작 및 유통사입니다. 2017년에는 봄툰 운영사 봄코믹스, 2019년에는 프랑스 웹툰 플랫폼 델리툰, 2021년에는 레진코믹스 운영사 레진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총 3개의 웹툰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초에는 키다리이엔티를 흡수합병해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제작 역량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최근 키다리스튜디오는 보유한 IP를 활용해 다방면으로 IP확장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키다리이엔티 합병을 통해 보유한 웹툰을 영상화하거나,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에 웹툰 수 천개 이상을 공급하는 콘텐츠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와 게임 콘텐츠 및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습니다. 

 


윌라와 키다리가 이번 제휴를 쌍방의 ‘윈윈’이라고 판단한 이유

 윌라와 키다리스튜디오가 ‘제휴’를 맺은 것은 양사의 협력이 각자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윌라와 키다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일까요?

1) 윌라 -> 키다리의 경우

최근 리디는 ‘리디북스’에서 ‘리디’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2009년, 전자책 서점으로 시작했던 리디는 2018년에는 웹소설, 2020년에는 웹툰도 취급하기 시작했죠. 그러더니 이번 사명 변경과 함께 홈페이지와 앱을 개편하면서 웹툰과 웹소설을 메인에 배치했습니다. 전자책과 셀렉트(구독 서비스)는 뒤로 밀려났죠. 알라딘, 예스24 등 각종 인터넷서점들도 웹툰과 웹소설을 취급하는 비중을 점점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예스24는 아예 ‘스토리24’라는 웹툰?웹소설 플랫폼까지 따로 만들었고요. 요는 일반 도서만 취급하던 플랫폼들이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웹툰, 웹소설까지 다루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윌라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주목된다는 이야기가 이미 몇 년 전부터 나왔지만, 한국에서의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성장세는 여전히 부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윌라가 웹소설에 주목하게 된 것이죠. 같은 ‘책’으로 묶이긴 하지만 이용자의 특성이 다른 탓에 새로운 이용자들을 끌어올 수 있을테니까요. 기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맛을 보여줄 수 도 있을 것이고요.

실제로 윌라는 작년 말 즈음부터 웹소설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는데요. 약 20편의 적은 종수에도 불구하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월간 순위인 4월달 순위를 살펴보면 웹소설 원작 오디오 드라마인 <호접몽전>이 3위, <THE 런웨이>가 4위 기록하고 있는데요. 웹소설 런칭 후 웹소설 원작 작품들이 꾸준히 월간 순위 안에 들고 있습니다.  

 

 

윌라 4월 인기 순위. 3위, 4위가 웹소설 원작 작품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웹소설 원작 오디오 콘텐츠를 순위별로 나열했을 때 최상위 4작품이 모두 윌라 독점, 윌라 자체 제작이라는 것인데요. 윌라는 TTS(텍스트 음성 변환)을 사용하지 않고 모든 콘텐츠를 전문 성우들이 직접 녹음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윌라는 녹음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으며 오디오북을 자체 제작하기도 합니다. 오디오 콘텐츠 자체 제작 기술과 경험도 갖추고 있는 윌라로서는 키다리의 원천IP 공급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2) 키다리 -> 윌라의 경우

이번 제휴에서 키다리가 다른 곳이 아닌 윌라와 손을 잡은 것은 웹소설의 오디오 콘텐츠로 만드는 것의 어떤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서 키다리는 자사가 보유한 IP를 활용한 IP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이 지점에서 오디오 콘텐츠의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영상 콘텐츠에 비해 제작 비용과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게 소모된다는 점인데요. 아무리 키다리가 영상화 제작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한들 보유하고 있는 모든 IP를 영상화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오디오 드라마화는 영상화에 비해 부담이 적죠. 게다가 오디오 드라마를 통해 영상화 하기 전에 미리 시장의 반응을 점쳐볼 수도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아직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미약하긴 하지만, 유효한 수요층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다는 점도 결정에 한몫 했을 것입니다. 단적인 예가 텀블벅에서 진행된 오디오 드라마 펀딩입니다. 현재 텀블벅에서 펀딩이 성사된 웹툰, 웹소설 원작 오디오 드라마 프로젝트는 20편 가량으로, 이들 대부분이 적게는 몇 천만원대, 많게는 억대단위로 성황리에 펀딩을 성공했습니다. 아직은 펀딩을 통해 제작해야 하는 작은 시장이더라도, 잠재력이 있는 것이지요.

 

 

웹툰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오디오 드라마는 8억2900만원을 기록하며 펀딩에 성공했다.

 

다른 오디오북 서비스에 비해 두드러지는 윌라만의 장점으로는 윌라와의 협업을 통해 오디오 콘텐츠 제작 노하우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윌라는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으며 자체 제작 경험이 풍부한 플랫폼입니다. 유통뿐 아니라 제작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키다리로서는 이번 제휴가 윌라의 오디오북 제작 노하우를 익힐 수 있는 기회로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거죠. 이번 제휴에서 키다리는 IP공급만 했지만, 향후에는 오디오 콘텐츠를 자체제작해 공급할 수도 있을 겁니다. 키다리는 플랫폼도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IP확장의 본질은 ‘매체의 다양화’

지금까지 윌라와 키다리의 제휴를 둘러싸고 윌라가 키다리와, 키다리가 윌라와 손을 잡아 어떤 점에서 이점이 있었는지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양사가 서로와 손잡은 데에는 또 한 가지의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바로 시장 선점입니다. 키다리는 웹소설 원작을 재활용해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윌라는 오디오북 구독시장에서 IP를 다수 확보해 선두주자로 치고 나가려는 것이죠. 당장 막대한 수익을 벌어주지 않을지는 몰라도, 웹소설 IP를 통해 꾸준한 고객 유치가 가능할 테니까요.

이번 윌라와 키다리의 제휴를 통한 웹소설의 오디오 콘텐츠화는 IP확장이 단순히 영상화, 즉 더 큰 플랫폼으로의 확장이 아니라 매체의 다양화라는 본질을 통해 보다 많은 독자-청자를 만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유의미한 수익화로까지 이어진다면 시장이 넓어지는 효과가 나올 수도 있겠죠. 앞으로도 이 같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시도들이 이어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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