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SIGHT] “REDZ” – 역시 다른 사람 연애 이야기가 제일 재밌기 마련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인기있는 이야기 중 하나는 사랑 이야기다. 남이 다른 남과 연애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슬픈 연애, 힘든 연애, 행복한 연애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연애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인 주제다. 연애의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을 빠른 시간내에 대리체험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나의 감정은 다치지 않는 안전한 공간에서 ‘감상’하는 즐거움을 거부하긴 힘들다.

 

굄 작가의 <REDZ>는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연애 이야기다. 텀블벅에서 펀딩을 통해 926명의 후원을 받아 1500%를 달성해 3천여만원을 모았고, 얼마전 단행본이 출간되어 후원한 독자들을 먼저 만났다. 굄 작가는 2017년 네이버웹툰 지옥캠프에서 <자파테아도>를 선보였고, 2019년 커밍아웃 에세이 <있잖아, 나>를 펴냈다. 

 

흔히 ‘퀴어 소재’라고 하면 일반 대중이 갖는 선입견이 있다. 왠지 이뤄질 수 없는 금단의 사랑, 결국 이뤄지지 못하는 비극의 주인공과 같은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하는 연애에 어떤 형태의 연애가 유독 비극으로 끝날 이유는 없다. 연애는 설레기도 하고, 눈물이 났다가 웃기도 하는, 그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때문에 의미가 생겨나는 일이다. 굄 작가의 <REDZ>는 바로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화 100% 레즈비언 로맨스 코미디 만화책”을 표방하는 <REDZ>는 작가가 직접 설명했다시피 ‘로맨스 코미디’다. 하지만 텀블벅 소개 페이지에서는 ‘인생이 블랙 코미디’라고 말한다. 꽤나 의미심장한 말이다. 이성간의 연애였다면 당사자들만의 문제로 남았을 결혼과 같은 문제들이, 같은 연애인데도 동성간의 연애에는 사회 문제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품 속에서도 굄 작가는 자신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도 작품 바깥의 문제로 빠져나오는 공간을 만들어 두었다. 독자들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들의 연애가 무엇에 방해를 받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본령은 ‘로맨스 코미디’다. 작품이 너무 무거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작가가 텀블벅 한정으로 발행한 비하인드북에서 밝힌 대로 출판만화에서 자주 쓰이던 에피소드 다음에 이어지는 4컷만화 형태를 빌려왔다. 일반적인 출판만화 연출에 비해 시원하고 큰 컷은 웹툰을 떠올리게 하지만, 시선의 흐름에 따라 읽게 되는 일반 형태와 세로로만 읽어야 하는 4컷만화의 형태가 조합되어 있다는 점이 꽤나 흥미롭다. 이야기의 흐름과 시선의 흐름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는 4컷만화를 짧은 만화 사이에 끼워넣으면서도 ‘코미디’라는 애초의 기획을 잃지 않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굄 작가는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그리면서 “완벽하지 않아도 함께라서 행복한” 이라는 문장을 넣었다. 우리의 연애는 모두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연애 얘기를 굳이 찾아 읽는다. 공감가는 순간을 즐기다가 부러워서 참을 수 없는 부분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완벽할 수 없는 연애는 인간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닿을 수 없는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서로에게서 완벽을 보는, 둘이 함께 할 때 완벽하다고 느끼는 순간을 공유하는게 연애가 주는 만족감이다. 그래서 영원(eternite)을 꿈꾸는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이미 2권 제작이 확정된 <REDZ>의 앞으로를 계속 보고 싶다.

 

아직 책을 구하지 못한 독자들은 <REDZ>의 단행본은 2020년 언리미티드 에디션(2020 UE, 9.1-3 온라인 예정)에서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고, 이후 입고처는 굄 작가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단, 비하인드북은 텀블벅 한정으로 구매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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