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Sight] “자본주의 히어로 Z” – 우리의 세계, 자본주의의 세계

 

 

최준혁은 ‘현재’를 이야기하는 작가다. 최준혁 작가는 현실과 거리가 있는 판타지적 세계관을 주로 채용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의 이야기는 결국 ‘밥 벌어먹고 사는 얘기’다. <자본주의 히어로>에서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히어로가 후원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생긴 고민을 다루고, <소행성>에서는 거대 외계인을 만난 소행성 파괴 임무를 맡은 노동자의 이야기를, <지구멸망 시놉시스>는 지구를 멸망시킬 아이디어를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금괴를 받은 작가의 이야기를 그린다.

 

“도대체 어디가 밥 벌어먹고 사는 얘기냐”라는 생각이 들 법한, 먹고사는 얘기와 상관없어 보이는 스토리지만 분명 우리 삶과도 연관이 있다. <자본주의 히어로>는 자신이 히어로 수트의 지퍼를 내려 탄탄한 근육질의 가슴이 도드라지자 후원이 늘어나 고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소행성>은 소행성인 줄 알고 파괴하려고 했지만 외계인이어서 실적이 늘어나지 않아 임금 지급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고민으로 끝을 맺는다. <지구멸망 시놉시스>에서는 지구를 멸망시킬 이야기를 쓴다는 감각보다 무한 수정요구를 해서 나를 지치게 했던 클라이언트가 “처음 안이 제일 좋네요. 그걸로 가죠.”라고 했을 때의 분노가 더 우선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그린다.

 

‘밥 벌어먹고 사는 얘기’는 결국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세계관 안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우리를 비춘다. 최준혁은 자본주의라는 세계관, 즉 우리가 그 너머를 아직 상상하지 못하고 있는 세계의 모습을 통해 현실의 모습을 그린다. 자본주의라는 환경은 사고의 토대를 이룬다. 최준혁은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사고의 토대에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자본주의 너머를 상상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세계관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만들어내는가?

 

이 질문은 작품 속 주인공을 통해 구체화된다. 노동을 하는데도 나아지지 않는 생활, 노력을 하는데도 고쳐지지 않는 불합리함에 대한 질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삶과 직접 연결된 질문을 통해 우리는 공감과 웃음을 얻는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코믹함을 놓치지 않는 감각이야말로 최준혁의 최대 무기다. 지금까지 최준혁 작가가 선보인 대부분의 작품을 집대성한 <자본주의 히어로 Z>는 말하자면 최준혁이 바라보는 ‘세계의 본질’을 담은 책이다. 최준혁은 이 책에서 11개의 단편(연작 2작품 포함)과 한페이지 만화를 통해 자신의 시니컬한 시선을 선보인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수년만에 찾아온 단행본임에도 불구하고 이전 단행본인 <자본주의 히어로>와 <골렘연성학과>를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최준혁의 시선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은 독자의 입장에서, 작가로서 어떻게 성장하는지 확인하고 싶은 독자중 하나로서 느끼는 아쉬움이다. 더 많은 작품을 보고 싶다. 최준혁의 작품을 책으로 만나고 싶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현재의 자본주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그 너머를 상상하는 것이 가능해진 지금, 최준혁의 새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

 

물론, 그 전까지는 <자본주의 히어로 Z>가 가장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그동안 <자본주의 히어로>, <골렘연성학과>를 구하지 못해 아쉬웠던 독자에겐 더더욱.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 최준혁의 작품을 만나보시길. 북새통 등 만화 전문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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