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3분기 실적발표를 하면서 미국 상장을 공식화했습니다. 박수연 네이버 대표는 “몇 년 내 미국 상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물론 네이버웹툰 입장에선 2023년쯤 상장하기를 바랐을 겁니다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상장 계획을 미룬 것으로 볼 수 있겠죠. 괜히 저평가되어 아쉬운 결과를 낳는 것 보단,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때 도전하는 게 옳은 선택이라고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 상장, 플러스만 있나?

그런데 상장하면 뭐가 좋길래 그렇게 상장, 상장하는 걸까요? 먼저 상장을 하면 자금 조달이 쉬워집니다. 주식을 판매하면 되니까요. 상장(上場)이란 말 그대로 시장에 올리는 것인데, 여기서 시장이란 주식시장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상장하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주식 시장에서 그 회사의 지분을 살 수 있는 거죠. 상장하지 않은 회사도 주식은 있지만, 상장하지 않은 비상장기업의 주식은 쉽게 구입할 수 없습니다. 네이버웹툰 주식을 지금 사고 싶다고 해서 주식좀 팔아달라고 얘기하면, 팔아줄리 없잖아요?

한국의 주식시장 한국거래소

그래서 주식시장에 올리기 전에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이라는 걸 합니다. 외부 투자자에게 기업 경영 내용을 공개하고, 가치평가를 받는 작업이죠. 이때 ‘공모가’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간단하게만 말하면 주식의 첫번째 가격을 설정하는 거죠. 그렇게 설정된 가격에 주식을 올리고 나면 구매와 판매에 따라 주식 가격이 오르고 내리고 하는 겁니다. 주식 숫자는 정해져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사면 가격이 오르는 거고, 많이 내다 팔면 가격이 떨어지는 거죠. 그래서 견실한 기업이 상장하면 자금 조달이 용이해지고, 그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다양한 사업들을 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지금 미국 시장에서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상장 준비를 하겠다고 밝힌 거고요.

그럼, 상장하면 장점만 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지난분기 실적발표에서 네이버 최수연 대표는 주주들의 날 선 질문을 받았습니다. 정리하면 “웹툰이 잘 나간다고 하는데, 적자를 언제까지 참아줘야 하냐?”는 질문이죠. 바로 그때 최 대표가 “네이버웹툰의 적자는 의도된 적자”라고 해명한 겁니다. 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이야기죠.

상장은 비상장기업으로 있을 때 보다 많은 자금력을 제공하지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 주주들의 압박도 상당합니다. 주주들은 의미보단 내가 투자한 돈에 대한 수익률을 걱정하게 되고, 그렇다 보니 매번 실적발표마다 진땀나는 상황이 연출되곤 하는 거죠. 이건 회사 경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주 좋은 예시입니다. 전문가용 PC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 스티브 잡스를, 애플 주주들이 쫓아냈거든요. 애플에서 쫓겨난 10년동안 스티브 잡스는 픽사를 인수해 <토이 스토리>를 만들었고, 잡스 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던 애플은 다시 구원투수로 스티브 잡스를 불러오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지금의 애플까지 오게 된 거죠. 쫓아낸 것도, 불러온 것도 주주들의 결정입니다. 경영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폭이 아주 좁아지는게 주식회사기도 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실적이 좋을 때야 발언권이 세겠지만, 실적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무서운 칼을 휘두르기도 하니까요.

* 그럼 상장은 필수적일까?

그럼, 기업이 커지기 위해선 무조건 상장을 해야 할까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상장해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 보다, 우리의 운영 철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게임 분야에서 예를 들면 코지마 스튜디오 같은 곳이 있죠. 2021년 7월 기준 500만장을 판매한 게임, “데스 스트랜딩”의 개발자이자 코나미에서 30년을 일했던 코지마 히데오가 세운 코지마 스튜디오는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개발사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코지마 히데오는 “내가 죽기 전까지 스튜디오 인수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30년간 몸담았던 코나미를 떠난 이유도 게임애 대한 가치관과 철학 차이 때문이 아니냐는 설이 있었던 만큼, 자신의 게임 개발에 대한 철학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스튜디오를 팔 생각도, 상장할 생각도 없어보입니다. 그리고 코지마는 “정말 만들고 싶었던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하죠.

일본 만화계 역시 상장이 필수가 아님을 나타내는 좋은 사례입니다. 일본은 약 7조원 규모의 시장을 가진, 명실상부 만화 왕국입니다. 이 만화 왕국 일본에서 ‘상장’한 만화 출판사는 몇 개일까요?

답은 단 한 개입니다. 오직 카도카와만이 상장 해 있습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으로 가면 좀 늘어나긴 하지만, 그건 ‘만화’ 산업의 부가적인 요소라고 보도록 하죠. 슈에이샤, 고단샤, 쇼가쿠간 등 3대 출판사들은 상장사가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만화 출판사이기 때문입니다.

만화 출판사는 만화를 잘 만들어야 합니다. 당연하죠. 그런데 수익성만 쫓다 보면 만화를 잘 만드는 것 보다, 만화를 잘 파는 게 중요해집니다. 거꾸로 팔리는 만화를 파는 게 목적이 되죠. 잘 만들어서 많이 팔리는 결과를 얻는 게 아니라, 많이 팔아서 잘 팔리는 결과를 만드는 회사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그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지속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죠.

특히 콘텐츠 업계는 수익성 측면에서 항상 불확실성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주들에게 아쉬운 소리 들어가며 자신들의 철학을 꺾느니, 우리가 잘 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자세일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왜 네이버웹툰은 상장한다고 했을까?

* 제작’만’ 하는 곳 vs 제작’도’ 하는 곳

마치 일본의 만화시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역시 낭만이 있고, 뭔가 다르구나 싶은 생각이 들죠? 돈만 쫓는 한국의 기업들과는 차원이 다른, 근본력 넘친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상장이 ‘악’은 아닙니다. 슈에이샤를 비롯한 일본의 만화 출판사들은 자체적인 오리지널 작품이 강점인 곳들입니다. 유통까지 담당하면서 만화에 올인해 매출을 만들어내는 곳이죠. 바꿔 말하면,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의 성공에 회사의 사활이 걸려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회사의 직원인 편집자가 깊게 관여하고, 작가를 컨트롤하고 서포트 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한 미덕으로 여기고 있죠.

반면 상장을 예고한 네이버웹툰, 상장 준비를 하고 있는 카카오페이지 등 국내의 플랫폼들은 어떨까요? 물론 이곳도 자회사나 관계사로 제작사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특히 네이버웹툰의 경우 개인 창작자의 비중이 높습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웹툰은 카카오웹툰 스튜디오가 소싱하는 개인 창작자의 비율이 높은 편이고요.

우리나라의 (주로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웹툰‘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웹툰을 중심으로 IP확장을 꾀하는 콘텐츠 기업에 가깝습니다. 네이버웹툰의 스튜디오N,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가 대표적이고, 카카오페이지의 슈퍼IP프로젝트가 그렇습니다. 물론 일본도 이런 프로젝트를 하긴 하지만, 카도카와를 중심으로 제작위원회를 꾸려 별도의 프로젝트로 굴러가는 경우가 많죠. 그게 주력 사업이라기 보단, 부가적인 사업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플랫폼 기업들에겐 IP확장이 주력 사업입니다. 그렇다 보니 상장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게 되는 거죠. 만화만 만드는 곳이라면 자신들의 철학이 대규모 자본유치보다 중요하지만, 제작도 하고, 다양한 콘텐츠 분야로 확장하는게 중요한 기업이라면 많은 자본유치가 중요합니다.

그렇다 보니, 한국의 현재 시장 상황에서 창작과 제작은 작가와 제작사의 영역인 거죠. 특히 그 중에서도 창작은 아직까진 대부분 작가의 영역입니다. 플랫폼은 IP 매니지먼트에는 적극 참여하지만, 창작에는 깊게 관여하지 않습니다. 일본과 보고 있는 관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신 창작자가 일본과 비교하면 더 많은 비율을 가져가게 됩니다. 단행본 시장에서 인세 비율이 아무리 높아도 10% 이상을 상회하기는 어려우니까요.

한국 만화 시장에서 개인 창작자가 차지하는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그와 동시에 제작사 시스템으로 ‘물량전’을 펼칠수도 있습니다. 이게 한국 만화시장이 가진 독특한 점이죠. 일본이 개인창작자 일변도에 제작사의 역할 일부를 출판사가 맡고 있다면, 미국은 제작사 시스템이 거의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좋은 작품이 있으면 된다’라고 업체들이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입니다. 다듬는 작업을 거쳐 시장에 내놓고 공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으니까요. 일반적인 경우 일본은 편집부의 깊은 관여로 일종의 ‘재탄생’을 거치고, 미국은 기업 소속으로 그려야 하는 차이점이 있고요.

이런 시장의 역동성이 한국 웹툰이 가진 힘이라고 에디터는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죠. 그 과정을 잘 견뎌내려면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짚어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상장 소식이 들리면 그걸 어떻게 봐야 할지, 그리고 무조건 좋은 일은 아닐수도 있다는 것까지 알아봤습니다.

어디에 기회가 더 많이 열려 있는가, 이걸 보는게 시장을 보는 가장 중요한 관점일 겁니다. 오늘의 이야기도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었기를 바라면서, 에디터는 또 다음 칼럼을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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