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웹툰과 국정감사는 아주 먼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국정감사는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 즉 정부에 지적할 부분을 찾아내서 설명을 듣고,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제도로, 실질적으로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큰 권한 중 하나입니다. 올해는 10월 4일부터 24일까지 국정감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국회의원들 소개를 보다 보면 ‘ㅁㅁ위원회’ 소속이라는 얘기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위원회는 말하자면 국회의원들이 각자 담당하고 있는 과목 같은 겁니다. 그 과목들에는 국회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교육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농수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중기위), 보건복지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토교통위원회,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윤리특별위원회, 특별위원회 등 20개 위원회로 이루어져 있고, 이 중에 상시 운영하는 상임위는 특별위원회 3개를 제외한 17개입니다.

보통 웹툰과 관련된 국회 상임위는 대표적으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있습니다. 문체위는 웹툰 지원 등 전반적인 사항을, 과방위는 불법웹툰 차단 등 방통위가 연관된 이슈들을, 여가위는 성인웹툰이나 청소년과 관련된 문제를 다룹니다.

지난해 웹툰이 국정감사에 소환되면서 이슈가 됐었죠? 국감에 기업들을 부르는 건 그만큼 규모가 커졌다는 의미고, 그만큼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작년 국감에서는 크게 1) 수수료 문제, 2) 불공정 계약 문제, 3) 불투명한 정산 문제, 4) 저작권 문제 등 이른바 ‘갑질’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됐습니다. 올해는 어떨까요? 국정감사에서 어떤 이슈가 나올 수 있을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1) 구글 인앱결제 강제화 문제


먼저 가장 큰 이슈는 과방위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화 문제입니다. 2019년부터 불거진 문제인데, 아직도 현재 진행중인 문제입니다. 사실상 구글이 이긴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탄식도 나옵니다.

구글은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 시스템을 선보이고,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가 있으니 다양한 결제수단을 제공했다고 사실상 편법을 사용했습니다. 구글이 제공하는 시스템인 인앱결제와, 구글이 허락한 외부로 연결되는 수단인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만 두고 있는 거죠. 지난해 소위 ‘구글 갑질 방지법’이 만들어질 때 우리는 ‘아웃링크 결제방식’을 허락하는 것을 전제로 다양한 결제수단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구글은 자기가 허락한 것만 사용하라는 거죠.

단순히 허락의 문제라면 이렇게까지 갈등이 커지지 않았을 겁니다. 구글플레이스토어의 인앱결제를 사용하면 수수료는 결제액의 30%,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를 사용하면 수수료는 26%입니다. 이렇게 높게 책정된 수수료 때문에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콘텐츠 업체들은 20% 가량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요금을 인상했습니다.

문제는 8월 초 사실조사에 착수한 방통위가 2개월이 넘게 아무런 말이 없고, 그 사이에 열린 국내 콘텐츠 기업들의 토론회 자리에도 형평성을 이유로 나오지 않으면서 사실조사가 어떻게 진행중인지, 그리고 어떤 논의가 오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겁니다. 아마 과방위에서는 사실조사 진행상황, 방통위의 업무에 과실은 없는지 등의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에서 ‘구글갑질방지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이 나온다면 금상첨화겠죠. 그걸 이끌려면, 우리가 관심갖고 지켜보는 방법이 지금으로선 사실상 유일합니다.

2) 웹툰상생협의체,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다음은 문체위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 내용입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체부 장관이 직접 ‘상생협의체를 만들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진통 끝에 2월 상생협의체가 출범했습니다. 상생협의체가 출범한 이후 반년이 지났는데요. 출범 이후 이렇다할 뉴스가 나오지는 않고 있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면 다행이지만, 궁금하긴 하죠.

웹툰상생협의체에는 산업계, 작가, 학계 등 위원들이 모여 웹툰계의 문제들을 논의하고 있는데요. 통합전산망 신설, 표준계약서 개정, 만화발전기금 신설, 지역 청년작가 지원 등 문제가 2월에 열린 첫 회의에서 대두됐습니다. 이후 정기적으로 회의를 가지면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체위에서는 웹툰상생협의체 이야기가 나온다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지난 국감에서 제기된 문제, 아마 이번 국감에서 제기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물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3) 카카오의 약속은 지켜졌을까


아마 문체위에서 또 다룰 것으로 보이는 내용은 국정감사 이후에 ‘성장’ 보다 ‘성숙’을 이야기한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의 약속이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카카오의 자회사에서 생긴 문제, 카카오의 투명한 정산내역 공개 약속이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 등의 문제들이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작년 국감에서 집중적으로 질의가 오갔던 수수료 분배 문제와 광고 등 수익 분배 문제, 그리고 과도한 작업시간과 마감일정이나 분량 설정 과정에서 강요가 있었는지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지지 않을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가 당시 약속했던 개선안은 1) 제작사/에이전시 계약 못 보는 관행 시정, 2) MG제도 손봐 작가 선택지 넓힐 것, 3) ‘기다무’와 ‘프로모션’ 방안 개선 등입니다. 카카오는 지난 4월 자회사 CP 대상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공정한 계약과 권리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고, 5년간 최소 100억원을 투입해 연내 재단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분배에 대해서도 실질 정산율 60%를 목표로 개선방안을 연내에 선보이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연말이면 이제 곧인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국회에서 질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도 하네요.

4) 수직계열화와 글로벌 전환

이 내용은 문체위에서 다룰수도, 정무위원회에서 다룰 수도 있을 것 같은 내용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중심으로 한 대형 플랫폼들이 자회사를 만들고, 자회사의 작품이 다시 플랫폼에 연재되는 방식에 대해 질의할 수 있다는 추측인데요.

지난해에도 이미 자회사들에 대한 밀어주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문체위 국감에서의 질문이 있었던 만큼, 올해는 조금 더 본격적으로 자회사 문제를 다룰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왜 자회사가 문제가 되는 걸까요? 사실, 자회사를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그런데 자회사를 이용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경계하는 거죠.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자회사가 이득을 볼 수 있게 판을 깔고 사업을 시작하고, 그 자회사의 사장이 그룹사 회장의 친인척이고… 이런게 한국에서 자주 보이던 판입니다.

그런데 왜 문체위와 정무위를 이야기했냐구요? 문체위는 웹툰과 관련한 문제를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그렇고, 정무위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문제는 자회사와 다른 작품들이 경쟁한다는 점에서 대형 유통업체의 PB(Private Brand) 상품과 비슷하게 다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형 유통업체가 싼 가격과 유통망 독점을 활용해 PB상품을 전면에 내세운다면, 제대로 경쟁이 되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면서 동시에 제대로 경쟁할 수 있게 판을 마련했는지를 확인하는 거죠.

웹툰에서 무슨 PB상품 얘기냐구요? 사실상 형태가 같은 사례들이 있죠. 네이버웹툰은 100% 자회사인 스튜디오 리코(LICO)의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글로벌 홍보 작품으로 활용하고 있고, <화산귀환>도 리코가 만들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개인작가 스튜디오에 투자하는 한편, 문피아에 이어 작가컴퍼니 등 웹소설 업체들을 인수하기도 했죠.

카카오엔터는 노블코믹스컴퍼니라는 CIC(사내독립기업, Cell in Cell)를 두고 그 안에 연담을 두고 있기도 하고,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는 사운디스트, 알에스미디어, 필연매니지먼트, 파괴연구소, 배틀엔터테인먼트, 인타임, KW북스, 예원북스 등이 있습니다.

물론 자회사의 자유로운 운영을 존중하고, 독립적인 활동을 위해 CIC를 만드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서류상으로 지분율 100%라는 건 변하지 않기 때문에, 국회에서는 이런 점을 물어볼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5) 불법웹툰,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마지막으로는 불법웹툰 문제가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불법웹툰은 단순히 작가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저작권 침해 범죄로 다뤄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국가에서 개인의 재산권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될까봐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조금 바뀌고 있습니다.

불법웹툰 사이트는 말 그대로 그 자체가 불법임은 물론이고, 불법 도박, 성매매, 마약 등 다른 범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단순히 재산권을 침해당한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디지털 범죄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는 얘기죠.

불법 웹툰은 간단해 보이지만 놀랍게도 여러 범죄의 콤비네이션으로 이루어진 범죄수단인 셈입니다. 때문에 만화가협회는 불법웹툰 대응 TF를 만들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여러 활동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부와 협의하고, 전문가들을 모셔 정책을 통해 제도적으로 불법웹툰을 감시하고, 디지털범죄와 연결해 불법웹툰을 뿌리뽑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죠.

이번 국정감사에선 불법웹툰이 디지털 범죄로 다루어져서 조금 더 빠르고 확실하게 수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문제 말고, 이번에는 진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시작이 되기를 기대해봐도 될지, 국정감사를 지켜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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