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그린 만화, 저작권 등록 성공… 저작권 인정받은 것은 만화라서?

AI로 그린 만화, 저작권 등록 성공… 저작권 인정받은 것은 만화라서?

AI(인공지능)을 이용해 제작한 만화가 미국에서 저작권 등록을 승인받았습니다. 

 

 미국 뉴욕시에 거주하는 크리스 카쉬타노바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를 출력해주는 AI 모델 ‘미드저니’를 이용해 <새벽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라는 그래픽노블을 완성했습니다. 인터넷상에 공개한 이 만화가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소규모지만 영화로도 제작되는 등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자, 카쉬타노바는 변호사인 친구의 조언을 얻어 저작권청에 저작권 등록 신청을 했는데요. 저작권청에서 카쉬타노바의 명의로 이 작품에 대한 저작권 승인 허가를 내준 것입니다. 

 

 

 

AI로 그린 만화, 저작권 등록 성공… 저작권 인정받은 것은 만화라서?

 

크리스 카쉬타노바?의 <새벽의 자리야> 표지

 

 


AI는 놀랍지만 만화로선 글쎄…

<새벽의 자리야>는 총 18페이지 분량의 만화로, 이전에 소개한 <염소들(Goats)>과 유사하게 스토리, 콘티, 연출 등은 작가가 담당하고 그림만 미드저니가 그려줬습니다. 모든 인류가 사라진 지구에서 주인공이 이형의 존재를 만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는 내용입니다. 주인공 자리야는 할리우드 여배우이자 가수인 젠데이아와 미묘하게 닮았는데요. 미드저니를 사용할 때 유명인사를 키워드로 쓰면 좀 더 일관성 있는 인물 이미지를 출력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AI가 그린 만화’라는 점은 여전히 놀랍지만, <새벽의 자리야>도 <염소들>과 비슷한 문제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림 자체는 화려한 고퀄리티지만, 컷과 컷 사이의 흐름이 부자연스러워 만화라기보다는 일러스트의 연속에 가까워 보이는 것입니다. AI를 통한 ‘기술의 혁신’은 보이지만, ‘만화의 혁신’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새벽의 자리야> 원고 일부

 


저작권 인정받은 이유 ① 저작권자가 ‘사람’이라서

 이번 사건은 AI를 이용해 만든 창작물이 저작권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미국에서는 이번 건을 두고 ‘미국에서 AI를 이용한 창작물이 저작권을 등록한 최초의 사례’라는 보도가 연일 이어졌습니다. 

 <새벽의 자리야>가 최초로 저작권을 인정받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저작권자를 ‘AI’가 아니라 ‘사람’으로 등록했기 때문입니다. <새벽의 자리야>와 비견할 만한 사례를 한 가지 살펴봅시다. 

2018년 미국의 AI 과학자인 스티븐 세일러는 ‘크리에이티비티 머신(Creativity Machine)’이라고 명명한 AI 알고리즘으로 제작한 이미지에 대해 저작권 신청을 했으나 기각당했습니다. 2020년에 재신청을 했지만 결과는 역시 ‘반려’였습니다. 세일러의 신청이 기각된 가장 큰 이유는 세일러가 저작권자 명의를 본인이 아니라 AI인 ‘크리에이티비티 머신’으로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세일러는 기계로 생성된 작업이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작업에 깊게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현행 저작권법은 ‘인간’ 정신의 창조력에 기초한 지적 노동의 산물만 보호하기 때문에, 저작권은 사람이 창조한 것에만 적용됩니다. 관련하여 원숭이에 의해 우연히 찍힌 사진을 두고 사진의 저작권이 어디에 귀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는 저작권법에 따른 법적 지위가 부족하다는 판결이 난 사례가 있습니다. 

 

 

스티븐 세일러가 크리에이티비티 머신으로 생성한 <천국으로 가는 입구(A Recent Entrance to Paradise)>

 

카쉬타노바는 <새벽의 자리야>의 저작권 등록 신청을 할 때 AI를 이용해 제작했다는 점을 밝혔고, 표지에도 본인의 이름과 미드저니를 병기했습니다. 하지만 카쉬타노바가 공개한 저작권 등록 번호로 검색해보면 저작권자 명의에는 카쉬타노바의 이름만 있습니다. 즉, 모든 저작권을 카쉬타노바가 소유하는 것입니다. 카쉬타노바는 “AI를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 그에 대한 저작권을 소유하는 선례를 남기고 싶었다”고 언급하는 등, AI는 도구고 창작자는 자신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저작권 인정받은 이유 ② 만화라서

미국 현행법 상 AI의 저작권 소유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AI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AI 모델인 미드저니로 만들어진 만화 <새벽의 자리야>는 왜 저작권 인정을 받았을까요? <새벽의 자리야>가 한 장의 이미지가 아니라 여러 컷들로 이루어진 ‘만화’라는 점이 한 몫 했을 것입니다. 

만화는 그림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만화를 구성하는 작은 단위는 이미지지만, 이미지는 칸에 담겨 칸과 칸 사이에는 홈통이 있고, 이 칸들이 홈통을 간격으로 이어지면서 서사가 만들어집니다. 칸 내의 이미지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 칸의 크기나 모양 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죠(연출). 즉 칸 안에 어떤 이미지를 넣을 것인지, 칸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는 작가의 역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카쉬타노바는 분명 미드저니라는 AI 모델을 이용했지만 카쉬타노바는 원하는 이미지(인물의 배치, 구도, 색감 등)를 출력하기 위해 다양한 키워드를 조합해 입력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을 자신이 창작해 낸 스토리의 흐름에 맞춰 그 스토리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편집해 배치했죠. 이것이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인간의 창조력’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최초로 저작권 등록에 성공한 AI를 이용한 창작물이 ‘만화’라는 것은 이러한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죠. 

 


AI 창작물을 둘러싼 저작권 논쟁 심화될까?

 <새벽의 자리야>의 저작권 등록 성공은 만화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분야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습니다. AI를 이용해 작품을 제작한 창작자가 저작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은 AI가 하나의 창작의 도구로서 활용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엑셀이나 포토샵 같이 AI를 창작을 더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툴처럼 생각하게 될 날이 올 지도 모릅니다. 만화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분야에 AI 기술이 사용되고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AI를 통해 만든 결과물의 저작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훈련시에 막대한 자료를 필요로 하는데 그 자료의 출처를 문제 삼는 것입니다. 실제로 AI 모델 중 하나인 스테이블 디퓨전은 핀터레스트, 데비앙아트, 텀블러 등의 이미지 사이트에서 무작위로 수집한 자료를 사용한 것이 밝혀져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소스가 된 자료 중에는 현재 활동중인 작가들의 작품 또한 포함되어 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AI로 출력된 결과물에 저작권을 부여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이냐는 것이죠. 최근 이미지 사이트인 ‘게티이미지 뱅크’는 저작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근거로 AI 이미지의 업로드를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AI 만화 판매 플랫폼도 등장

 

AI 코믹북스 홈페이지 메인화면

 

 한편 AI를 이용해 창작한 만화를 판매하는 플랫폼도 등장했습니다. AI 코믹북스인데요. 이 플랫폼은 ‘새로운 기술 덕에 창작자들은 가슴 속에 품어왔던 세계와 인물들을 페이지 위에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며 AI를 이용한 창작을 매우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현재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작품은 모두 무료로, 창작자에게 원하는 만큼 팁을 얹어서 줄 수 있습니다. <새벽의 자리야> 역시 이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데요. 아직은 초창기라 4작품뿐이지만, 앞으로 작품 수가 점점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네요. AI의 등장으로, 미래의 창작계에는 좀 더 다른 풍경이 펼쳐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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