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X’ 문유”, 보고 오긴 했는데요…

“’4DX’ 문유”, 보고 오긴 했는데요…

 

“’4DX’ 문유”, 보고 오긴 했는데요…

 

지난 9월 29일 오후 2시, 용산에 위치한 CGV 용산에서 조석 작가의 <문유>를 원작으로 하는 ‘4DX 문유’의 기자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4DX 웹툰’ 장르와 ‘4DX 문유’에 대한 궁금증은 세민 에디터의 기사를 참고하시면 보다 자세한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저는 ‘4DX 문유’를 보고 난 감상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 볼게요.

 

* 4DX가 앞에 온 이유

 

4DX는 의자가 막 움직이고, 물도 뿜어져 나오고, 찬 바람과 뜨거운 바람, 그리고 빛과 연기를 활용하는 기법입니다. 말하자면 시각, 청각, 그리고 촉각은 물론 중력까지 모두 활용하는 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사회에서도 계속해서 강조한 부분이 ‘4DX’, 그리고 ‘어트랙션’입니다. ‘4DX 문유’를 만들기 위해 웹툰 <문유>의 서사 부분, 4DX가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을 분리해서 제작하고 하나로 합쳤다고 해요.

 

그래서 제목도 ‘4DX 문유’지, ‘문유 4DX’가 아닙니다. 장르 명칭도 ‘웹툰 4DX’가 아니라 ‘4DX 웹툰’이고요. 4DX가 더 강조된 장르, 4DX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게 만든 콘텐츠라는 점에서 웹툰보다 4DX의 향기가 더 진하게 납니다. 

 

다만 ‘웹툰’이 뒤로 밀린 만큼, 서사의 빈 구멍이 꽤나 크게 느껴집니다. 웹툰 <문유>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빠진게 너무 많고, <문유>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불친절한 작품입니다. <문유>의 블랙코미디를 느끼기엔 설명이 부족하고, 조석의 재치를 느끼기엔 서사가 충분치 않습니다.

 

그래서 4DX의 강도가 굉장히 강합니다. 다른 영화+4DX와 비교해도 정신없이 흔들리는 의자는 혼을 쏙 빼놓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8화짜리 웹툰을 50분에 압축시키다 보니 서사의 빈 공간이 크게 느껴집니다. 이 빈 공간을 4DX 체험을 통해 하나로 엮는다는데 의의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때문에 웹툰 <문유>의 개그, 조석 작가의 빌드업 했다가 기대를 비틀어 웃음을 만드는 방식이 끼어들기 어렵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웹툰 원작을 기대했다면 실망하기 쉽지만, 놀이기구처럼 ‘어트랙션’을 타는 기분으로 간다면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웹툰을 ‘보면서’는 결코 할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은 분명하니까요.

 

* 웹툰 이식, 말풍선은 어떘을까?

 

웹툰 독자들이 가장 우려했을 부분은 말풍선이 화면 안에 나오게 되면 그게 너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을 겁니다. 자막도 아니고, 출판만화도 아닌 스크롤 방식의 웹툰이 가로로 긴 스크린에 이식되었을 때 오는 이질감이 너무 크다면 감상 자체도 방해를 받을 테니까요.

 

하지만 말풍선이 화면에 등장하는 것은 생각보다 이질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말풍선에 시선이 고정되고 성우의 목소리가 동시에 입혀지니까 ‘웹툰이 들리는’ 경험을 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책이나 웹툰의 연출에서 보여지는 미학을 살렸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말 그대로 ‘4DX 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첫 장을 봤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솔직하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 4DX 체험은 훌륭, 웹툰 원작은 글쎄.

 

정리하자면, 서사의 측면에선 실패, 체험의 측면에선 성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네이버웹툰과 CJ 4D FLEX는 ‘웹툰 원작’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4DX 체험’에 체험을 맞춘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니까 ‘4DX 문유’는 ‘4DX 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보기엔 조금 애매합니다. 굳이 ‘웹툰’이 아니어도 4DX 전용 콘텐츠를 만든다면, 체험에 초점을 맞추게 될될 테니까.

 

웹툰 원작으로 무언가가 새롭게 나올 때 첫 시도는 대부분 실망스러웠습니다. 영화가 그랬고, 드라마가 그랬고, 게임이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는 건 반가운 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아쉬운 건, 그 과정에서 ‘웹툰의 서사’가 쉽게 왜곡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에디터가 꽂힌 한 마디는 바로 웹툰이 빠르게 볼 수 있는 ‘스낵컬처’라는 4DX FLEX의 윤현정 총괄 프로듀서의 말입니다. 4DX의 연출을 위해서 웹툰의 서사를 얼기설기 엮어도 되는 것처럼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물에서는 빈 공간이 너무 크게 느껴졌거든요. 사실 영화로 이식될 때도, 드라마로 이식될 때도 초기에는 이런 경향이 눈에 띄었습니다. 4DX도 그런 시행착오를 굳이 겪어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이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만.

 

그래서 어땠냐고요? 다시한번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솔직하게, 잘 모르겠습니다. ‘4DX 웹툰’은 흥미로운 시도임엔 분명합니다. 애니메이션이냐 하면 애니메이션은 아니고, 웹툰이냐 하면 웹툰도 아닙니다. 영화냐고 물어보면 영화도 아니죠. 한편으론 웹툰에서는 주기 힘든 청각 정보뿐 아니라 ‘영화관’이라는 공간에서 제공하는 연기, 물, 움직임 등 다양한 연출이 함께 가능하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잘 모르겠는’ 시도를 네이버웹툰과 CJ가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음 4DX 웹툰을 보고 싶어졌습니다. 단순히 체험용 콘텐츠가 아니라 ‘웹툰 감상 경험의 확장’이라는 의미에서의 4DX 웹툰을요. 아직까지는 굳이 웹툰일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고, 그래서 잘 모르겠다고 답해야겠습니다. 다음 4DX 웹툰이 나오면, 또 한번 보고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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