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만화부문 수상작 소개 : 어떤 만화가 상 받았나?

 

 

 일본에는 다양한 만화상이 있습니다. 대작가를 기리는 의미에서 설립된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과 치바 테츠야상,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고단샤 만화상과 쇼가쿠칸 만화상, 오로지 유저들의 투표로 결과가 정해지는 차세대만화대상 등. 그 중, 일본의 문부과학성 소속인 문화청이 주최하는 ‘일본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가 있습니다.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는 작년 7월 1일부터 9월 3일까지 25회차 상을 위한 접수를 진행했는데요. 최근 수상 결과가 공개되었습니다.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는 1997년부터 시작된 아트, 엔터테인먼트, 애니메이션, 만화 등 4개 부문에 수상을 하는 종합 예술 페스티벌입니다.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가 다른 만화상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수상한 작품은 실제 행사에서 수상작들이 전시된다는 점, 작품 응모를 국내(일본)으로 한정하지 않고 전 세계로부터 받는다는 점입니다. (한국 작품이 수상한 적도 있음!) 응모된 작품들은 현직 작가, 교수, 평론가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거쳐 수상작이 선정되는데요. 전문가의 심사로만 결정되다 보니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품들보다는 조금은 생소한 작품의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제25회 만화부문 수상작은 대상 1작품, 우수상 4작품, 소셜임팩트상 1작품, 신인상 3작품으로 총 9작품이 수상했는데요. 어떤 만화가 상을 받았는지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상 : 일이 되지 않는 남자 x 사랑이 되지 않는 여자의 러브스토리 <골든 라즈베리> 

 

대상 수상작은 모치다 아키(持田あき)의 <골든 라즈베리(ゴ?ルデンラズベリ?)>입니다. 고학력, 고소득, 고신장으로 일견 하이스펙으로 보이는 청년 키타카타 케이스케는 실은 이직을 24번 반복한 ‘일이 되지 않는 남자’입니다. 여주인공 요시카와 루이는 남자와 사귀고 이별을 반복하는 ‘사랑이 계속되지 않는 여자’입니다. <골든 라즈베리>는 연예 프로덕션에 입사한 케이스케가 루이를 스카우트하면서 ‘데뷔’라는 공통 목표를 가지게 된 두 사람이 함께 나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골든 라즈베리>가 대상을 수상한 이유로는 템포가 좋은 전개, 마음을 울리는 대사, 매력적인 캐릭터와 관계성 등이 꼽혔습니다. 특히, 끊임없이 스펙을 쌓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초조함, 일을 하고 있어도 이곳은 진정으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아니라는 고독감 등 현대의 젊은 세대가 공감할 법한 심정을 작중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골든 라즈베리>의 수상평은 최근 <80세 마리코>로 주목받고 있는 만화가 오자와 유키가 작성했는데요. ‘기존의 젠더 역할을 넘어선 새로운 연애의 모습을 제시해준다’며 ‘이 작품이 새로운 여성 만화의 선구자가 되어, 여성 만화 장르 전체의 재인식하게 되는 계기를 선사할 것이라는 기대를 담아 이 작품에 대상을 수여한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골든 라즈베리>는 2020년에 연재를 시작해 현재 2권까지 발매되었으며, 아쉽게도 한국에는 아직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는 <처음 사랑에 빠진 날 읽는 이야기> <미드나잇 키스> <피카☆이치> 등이 있습니다. 

 

우수상 : <다윈 사변>, <데드데드데몬즈 디디디디디스트럭션>, <북극백화점의 컨시어지>, <THE BEST WE COULD DO 우리가 했던 최선의 선택>

 

우수상은 총 4작품이 수상했는데요. 첫번째는 우메자와 슌(うめざわしゅん)의 <다윈사변(ダ?ウィン事?)>입니다. <다윈사변>은 2022 이 만화가 대단하다! 남성편 10위에 랭크된 작품이기도 한데요. 인간과 침팬지의 교배종인 ‘휴먼지’ 찰리가 주인공으로, 테러를 통해 동물 해방을 하는 ALA이라는 집단이 활동하는 가상의 미국이 배경입니다. <다윈사변>은 지적인 사고가 가능하고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도 인권이 주어질 수 있는지 등의 철학적 주제를 치밀한 구상과 장대한 스토리에 담아낸 철학 서스펜스로, 현재 3권까지 발매되었으며 역시 정식 한국어판은 아직 발간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데드데드데몬즈 디디디디디스트럭션(デッドデッドデ?モンズデデデデデストラクション)>로,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라닌>의 작가 아사노 이니오(?野いにお)의 작품입니다. 제66회 쇼가쿠간 만화상 수상작이기도 하며, 애니메이션화도 결정되었습니다. 2014년에 연재를 시작해 현재 12권까지 발매된 작품입니다. 

도쿄에 거대한 우주선이 내려와 도시를 붕괴시킨 후 3년 뒤, 도쿄 상공에는 여전히 거대한 우주선 모함이 자리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을 보냅니다. 그러나 그런 일상에는 서서히 균열이 생기고, ‘인류종료’를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거대 재난 후의 삶을 그린다는 점에서 동일본 대지진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재난의 일상화에 긴장감을 잃은 사회의 모습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를 떠오르게 하기도 합니다. 실험정신이 가득한 연출, 붕괴하는 도시의 리얼한 묘사와 사춘기 청소년들의 천진난만함의 대비에서 오는 언밸런스함, 타입슬립과 평행세계 등 여러 SF적 요소를 가득 담고도 설득력 있게 구축한 세계관 등이 수상 이유로 꼽혔습니다. 

세 번째는 니시무라 츠치카(西村ツチカ)의 <북극백화점의 컨시어지(北極百貨店のコンシェルジュさん)>입니다. 손님들이 모두 동물인 ‘북극백화점’에서 컨시어지로 일하게 된 주인공 아키노가 손님들로부터 받은 다양한 요청을 해결해나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인데요. 직업 만화와 동물 만화의 요소를 결합해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동물들을 미려한 작화로 담아낸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또한 단순히 귀엽기만 한 것이 아니라, 멸종동물이 손님으로 찾아오는 등 인류의 대량 소비나 환경 파괴 등의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담아내고 있습니다. 2권까지 발매되었으며 한국어판은 발간되지 않았습니다.

네번째는 베트남계 미국인인 티 부이(Thi BUI)의 그래픽노블 <THE BEST WE COULD DO 우리가 했던 최선의 선택>입니다. 2018년 ‘내인생의책’에서 발행한 한국어판이 있습니다. 작가는 남베트남의 패망 이후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자랐는데요. 작가가 대학원에서 구술사 연구의 일환으로 부모님을 인터뷰한 것이 계기가 되어 탄생한 자전적 작품입니다. 5대에 걸친 가족사는 제2차 세계대전과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 베트남 전쟁 등 굵직한 근현대사 사건들과 함께 펼쳐집니다. 전쟁 배경에서 생명을 낳는 것, 그리고 그 작은 생명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함께 느끼는 여성의 시점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소셜 임팩트 상 : 싹쓸이 수상을 계속하는 <여학교의 별(女の園の星)>

 

새로운 변화를 가져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준 작품에 수여하는 소셜 임팩트 상은 와야마 야마(和山 やま)의 <여학교의 별(女の園の星)>에 돌아갔습니다. 데뷔작인 <빠졌어, 너에게>로 각종 상을 휩쓸었던 와야마 야마가 현재 연재 중인 <여학교의 별>은, 작년 제24회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에도 단 1권이 나왔을 뿐인데도 수상 후보작에 올랐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작년 <빠졌어, 너에게>가 발간 후 입소문을 타자, <여학교의 별>도 빠르게 발간되었습니다.

 <여학교의 별>은 여고에서 근무중인 국어교사 호시가 주인공으로, 학교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을 그려내는 개그 만화인데요. 이렇다 할 큰 사건이 벌어지는 작품은 아니지만 매력이 흘러 넘치는 작품입니다. 섬세한 선이 미묘한 표정과 동작을 돋보이게 하고, 대화 중 사소한 말투조차 웃음을 유발합니다. 이런 디테일들이 모여 읽는 이로 하여금 ‘이런 여학교가 정말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만들며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대단합니다. 일상 개그만화인데도 일본, 해외 할 것 없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야말로 ‘소셜임팩트 상’에 적격인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신인상은 말하는 여우와 너구리와 일상을 함께 하게 된 직장인의 일상을 그린 토키와 세이이치(トキワセイイチ)의 <여우와 너구리의 약혼(きつねとたぬきといいなずけ)>, 아버지의 재혼으로 8살 동생이 생겨버린 여고생 자매 이야기를 다룬 모리 츠부미(森つぶみ)의 <굴러가는 자매(?がる姉弟)>, 살인사건 용의자와 형사가 사건 해결을 위해 함께 움직이는 범죄 서스펜스물, 시마 신야(シマ?シンヤ)의 <Lost Lad London>등이 수상했습니다. 

 

 이렇게 지금까지 제25회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만화부문 수상작 작품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막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 대부분이라 아직 국내에는 발간되지 않은 작품들이 많은데요. 소개글을 보고 흥미가 생긴 작품이 있다면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상세 내용은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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