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 ‘플랫폼노동자’를 ‘노동자’로 볼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었다

 

유럽연합(EU)가 플랫폼 기업을 사용자로 추정하고, 플랫폼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노동자’로 추정하는 입법지침의 초안을 마련했습니다. 이 지침이 유럽의회를 통과하면 회원국들은 2년 안에 법률을 제정해야 합니다.
지난 9일(현지시각)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플랫폼 노동자가 노동권과 사회보장에 관한 권리를 누리고, (플랫폼 노동자의)법적 확실성을 증가시켜 노무제공 플랫폼이 단일 시장의 경제적 잠재력과 평등한 경쟁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카카오택시, 배달의민족 등의 플랫폼에서 일하는 기사 등이 지금은 개인사업자로 본인이 책임을 지지만, 앞으로는 이들을 노동자로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영업자와 노동자의 성격을 모두 띄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가 자영업자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유럽연합도 마찬가지여서, 90% 이상의 플랫폼이 플랫폼노동자를 자영업자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로 분류되면 일단 기업은 산재나 우리나라로 치면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적 보험 등의 책임에서 자유로워집니다. 노동자가 아니니 책임은 개인이 지게 만드는 거죠. 이에 따른 부작용과 비판이 지난 수년간 이어져 왔습니다. 때문에 EU는 이번에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 볼 수 있는 조건 다섯 가지를 내걸고, 이 중 2가지를 충족할 경우 노동자로 보는 안을 내놨습니다.

 

 ●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노동자의 보수의 수준, 또는 상한선을 설정

? ● 플랫폼 기업이 전자적 수단으로 플랫폼 노동자의 업무수행을 감독

? ●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 노동자의 근무, 휴직 기간 선택의 자유, 업무를 수락하거나 거절할 자유, 업무를 제 3자에게 위탁할 자유를 제한

? ●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 노동자의 외관(유니폼 착용 등), 서비스 제공에 대한 세부적인 규칙 설정

? ●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 노동자의 (독자적) 고객확보, 제3자(경쟁업체 등)에서 일할 가능성 제한

 

이번에 유럽연합에서 내놓은 안이 통과될 경우, 위 다섯가지 조항 중 2가지만 해당되면 유럽에서는 앞으로 플랫폼 노동자는 ‘노동자’가 됩니다.
그렇다면 웹툰작가는 어떨까요? 
●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노동자의 보수의 수준, 또는 상한선을 설정 (○)
● 플랫폼 기업이 전자적 수단으로 플랫폼 노동자의 업무수행을 감독 (△)

 

일단 웹툰작가의 경우 IP, 저작재산권을 본인이 소유하는 개인 창작자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플랫폼의 경우 먼저 원고료, 또는 MG로 ‘보수의 수준’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한선’은 설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무수행 감독’의 경우엔 애매하지만, 일단 마감시간이 있고, 그걸 준수하도록 독려하죠.
? ●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 노동자의 근무, 휴직 기간 선택의 자유, 업무를 수락하거나 거절할 자유, 업무를 제 3자에게 위탁할 자유를 제한 (△)

 

근무, 휴직기간 선택의 자유, 업무를 수락, 거절할 자유, 제3자에게 위탁할 자유의 경우엔 제한되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먼저 ‘근무, 휴직기간 선택’의 권리는 작가에게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재 일정은 플랫폼이 정하고, 연재 요일도 작가가 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휴재의 경우 대부분 작가의 결정이 우선입니다. 어시스턴트를 두는 것 역시 작가가 모두 결정합니다. 혼자서 해도 되고, 스튜디오를 차려도 되고, 아니면 스태프를 꾸려서 팀으로 해도 됩니다. 세가지 모두 해당되어야 한다면 X지만, 일부만 해당되어도 된다면 O인 애매한 상황입니다.
? ●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 노동자의 외관(유니폼 착용 등), 서비스 제공에 대한 세부적인 규칙 설정 (X)
? ●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 노동자의 (독자적) 고객확보, 제3자(경쟁업체 등)에서 일할 가능성 제한? (△)
다음으로 노동자의 외관 부분은 웹툰작가에겐 전혀 적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이 걸립니다. 실질적으로 플랫폼에서 제한하진 않지만, 작가들이 느끼는 심정적인 부담은 실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혜니 작가가 <힙한남자>를 연재하기 시작했을 때 카카오페이지에서 <도화도아>를 연재했던 사례도 있습니다. 플랫폼간 이동은 자유롭지만, 주간마감이라는 한계가 작가들이 동시에 여러 플랫폼에서 서비스하기 어려운 점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를 차려서 동시에 여러 플랫폼에서 연재를 할 수도 있고, 비독점작으로 서비스하는 경우도 적지 않죠.
물론, 유럽연합의 이번 지침은 운수노동자를 비롯한 플랫폼 노동자를 중점적으로 다루기 위한 지점이기 때문에, 여전히 IP를 직접 가지는 개인창작자나 창작을 통해 수익을 얻는 유튜버 등을 ‘노동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창작노동자는 노동력을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창작물을 제공하고 그를 통해 플랫폼이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나눠받습니다. 때문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지급받는 노동자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하지만 제도적 보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창작자들이 플랫폼 비즈니스의 한가운데에 서게 되면서 생기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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