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 검왕 생존기’ 권순규 작가 인터뷰] “무엇보다 ‘재미’를 위해 만화를 그리죠”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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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권순규 작가.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미지=레드독컬처하우스 제공)
웹소설 원작 웹툰이 많아지면서 창작자 분들의 우려섞인 목소리가 들리곤 합니다. 결국 부속품처럼 여겨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가장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색깔을 작품에 적절히 녹이면서 작품을 만들고, 또 독자들의 반응도 얻고 있는 작가가 있습니다. 스튜디오 크힛과 함께 <이계 검왕 생존기>를 만들고 있는 권순규 작가를 만나봤습니다. 사는 이야기부터 만화 이야기까지, 솔직담백한 권순규 작가의 목소리를 옮겼습니다.

* 작가님은 만화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만화를 처음 그려야지, 하고 생각한 건 중학생 때였던 것 같아요. <도라에몽>으로 만화를 처음 시작했고, 중학생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릴 때 봤던 애니메이션과 만화의 감동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단순히 소개하는 게 아니라 내 것인 것처럼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어요. 그래서 소설을 써야 하나? 하고 생각도 했죠. 그러다가 이미지가 있으니까 만화가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어릴 때 생각으로 ‘만화는 머리가 좀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거든요(웃음) 그래서 ‘머리가 좋으니까 난 할 수 있을거야’ 하고 시작했던 것도 있죠(웃음). 물론 현실은 조금 다르더라구요.

 

* 직업으로 만화가를 선택하시게 된 건 언제부터인가요?

친구들에게 ‘만화가가 될 거야!’하고 말했던 건 중학생 때 부터였어요.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다 보니 고등학교 시절에는 공부를 했고, 대학교에도 가서 1학년까지 다녔어요. 그리고 군입대를 하고, 전역 후에 학교를 그만두고 ‘이제 나에겐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만화를 그렸죠. 그 이후에는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태블릿을 사고, 학원에 가서 만화를 배우기도 하고요. 그때 집이 굉장히 어려워서 주변 친구들에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렇게 꾸역꾸역 준비를 했죠.

그러다가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어시스턴트 경험도 2년정도 쌓고, 원고 경험도 쌓으면서 부산 웹툰센터에 들어가서 원고 준비를 하면서 멘토사업에 참여했죠. 그때 만들었던 테스트 원고를 커뮤니티에 올렸죠. 저는 너무 아까웠던 작품이어서 사람들이 같이 봤으면 좋겠다, 하고 올렸죠. 그걸 보고 레드독컬처하우스에서 연락을 주셔서 스튜디오 크힛과 함께 <이계 검왕 생존기>를 만들게 됐어요. 제 첫 작품이고, 메인 작가로 작품을 만들어 보게 됐죠.

 

* 창작 작품을 준비하시다가 바로 연재에 들어가신 건가요?

처음엔 소설 원작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제가 어릴 때 부터 <가오가이거>같은 로봇 만화, 메카닉물을 좋아해서 제가 느꼈던 감동을 제 작품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그런데 시장에 들어와서 상황을 보니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눈에 보였어요. 그래서 지금 당장 우리나라에선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고, 방향을 수정했죠.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도 ‘로봇물’에 녹아들어간 ‘이야기’가 핵심이니까요. 그렇게 만화를 공부하는 방향성을 수정했어요. 좋은 구조의 이야기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 연제 제의를 받았을 땐 거절했어요. 저는 제 만화를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한달 정도 스토리를 짜는데 별로 달라진 게 없었던 거예요. 그 생각이 드니까 ‘일단 일을 시작하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을 시작하면 일단 실전에 들어가는 거니까, 잘 팔기 위해 고민하다 보면 좋은 스토리가 나올 것이고, 그렇게 나를 몰아붙이면 실력이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확신이 들었다기보다, 저를 한계에 몰아붙이면 살 길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이계 검왕 생존기>를 시작하게 됐던 것 같아요.

 

* 부모님 반대가 심했다고 하셨는데,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중, 고등학생 때 공부를 제법 잘 했어요. 초, 중학교때는 영재교육원에서 공부하기도 했고, 그래서 어머님 입장에선 ‘네가 공부를 못 하는 것도 아니고’라면서 반대를 하시게 된 거죠. 저는 고등학교 때는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공부를 좀 등한시했기 때문에 대학에 떨어지면 안 갈 생각으로 원서를 넣었는데, 물리학과에 수석으로 가게 된 거예요. 그런데 애가 군대에 갔는데, 학교에서 날아온 성적표가 올F인거죠. 시험치러 안 갔거든요.

그때 당시에 제가 군대에 있었기 때문에 어머님과 전화로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어머님이 성적표를 보시고 많이 우셨어요. 수석으로 장학금도 받고 갔는데 열심히 안 하니까 속상하셨겠죠. 저는 그래도 나름 차분하게 말씀드릴 수 있었어요. 비대면 상황이니까(웃음).

저는 그때 확신이 있었어요. 물리학과 나와서 취직해서 먹고 사는게 가능하긴 한데, 집안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 장남이기도 해서 집안 식구들 챙기려면 만화 그리는게 제일 빠르다는 확신이요. 어머님이 우시는 걸 직접 봤으면 말씀을 못 드렸을 것 같은데, 그래도 떨어져 있으니까 ‘전역하면 바로 만화를 시작할 거다.’라고 말씀드렸죠. 어머님이 나중에는 “잘 할 수 있을 거다. 열심히만 해라”하고 말씀을 해 주셨어요.

아쉬운 건 아버지가 데뷔하기 직전에 돌아가셨어요. 웹툰센터에 있을 때 돌아가셔서… 제가 데뷔한 걸 못 보셨죠. 그게 제일 아쉽죠. 어머님이 반대하실 때 아버지는 고등학생 때, 대학교 들어갔을 때도 “권작가 왔나, 요즘 만화 잘 그리고 있나” 하시면서 저의 목표를 이해해주셨던 것 같아요. 지금 데뷔해서 작품 하는 것 보셨으면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셨을텐데.

 

권작가님의 데뷔작, <이계 검왕 생존기> (이미지: 카카오페이지)

* 작품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볼까요? <이계 검왕 생존기>, 작품 소개 부탁 드립니다.

임경배 작가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만들어진 웹툰입니다. 스토리 각색, 작화, 그리고 캐릭터에 연기를 시켜서 만들어내는 작품입니다. 저는 스토리 각색과 작화를 맡고 있고요. 컬러, 배경, 효과 등의 요소들은 레드독컬처하우스 산하의 스튜디오 크힛에서 맡아주고 계십니다.

 

* '웹툰' 하면 개인 작가가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경우가 많습니다. '제작'이라고 하면 작가가 따로 없이 스튜디오가 만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이계 검왕 생존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어떤 만화나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는 비슷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작품 같은 경우 중간에 제 손을 떠난다는 점이 있죠. 원작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소설을 기반으로 콘티를 짤 때부터 스튜디오 크힛의 PD님과 오래 통화를 하면서 스토리라인에 대해 논의를 많이 하죠. 그렇게 콘티를 짜고, 스튜디오 분들과 ‘재밌다’는 결정이 나면 작화 작업에 들어가죠.

스케치를 하고, 선화를 하고 컬러와 배경 단계가 되면 연출 방향성을 정해놨으니까, 거기에 맞는 설명과 참조사항을 적어서 보내드리죠. 그러면 스튜디오에서 나누어서 진행을 하시고, 원고가 1차적으로 완성이 되면 저한테 다시 보내주셔요. 거기서 연출 등에서 수정하는 부분도 있고, 스튜디오에서 만들어 주신 게 제 머릿속에서 나온 것 보다 좋은 경우가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OK가 나오면 연재에 들어가죠. 주간연재라는 한계가 있어서 두번 정도 주고받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아요. 

협업이라곤 해도 한몸처럼 움직이죠. 사실상 스튜디오 크힛과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느낌? 스튜디오 크힛의 작품이기도 하고, 제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초반에는 제가 욕심을 내서 혼자 채색까지 해 봤는데 도저히 물리적으로 맞출 수 있는 스케줄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혼자서는 도저히 이정도 결과물을 만들 수 없구나’ 하는 걸 느꼈죠. 그리고 스튜디오 크힛에서도 “작가님이 욕심 내시는 퀄리티 다 맞춰 드리겠다”고 하셨고, 그 말씀을 지켜주셨어요. 경쟁을 해야 하는 작품이 나 혼자서 하는데 한계가 있다면, 스튜디오 체제가 받침이 되어줄 수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게 컸죠. 경쟁을 해야 하는 작품이 나왔는데 패배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면, 그런 도박은 저는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 작가님께서 작품을 만드실 때 가장 중점에 두시는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요?

조금 속물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웃음) 결국 작품이 잘 팔리는 거죠. <이계 검왕 생존기>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 만화가 얼마나 팔리는가’죠. 권순규라는 개인 작가 입장에선 ‘내가 상업 작가가 될 수 있는가’를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상업 작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장르 독자의 니즈를 맞춘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느냐, 라고 생각 하거든요. 여기에 기반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재미죠. 객관화시킬 수 있는 재미.

개인적으로 생각해봐도, 작가 입장에선 결국 재미인 것 같아요. 결국 만화가 재미없으면 교과서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철학과 가치는 저라는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면 작품에 녹아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선 재밌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죠. 만약 제가 부족한 사람이라면 그것도 배움의 기회가 될 것이고,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면 작품에 녹아 날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이검생>은 원작과 웹툰 모두 굉장히 독특한 작품이다. 여러 요소가 복합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다.

 

* 원작과 웹툰 두 작품 모두 굉장히 독특합니다. 이세계물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헌터물의 특성과 성좌물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복합장르 작품을 웹툰화할 때 가장 어려웠던 건 어떤 점이 있을까요?

제가 장르문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편이었어요. <이계 검왕 생존기>가 가지고 있는 장르적 요소에 대해서 잘 몰랐죠. 판타지 소설이라는 매체와 친숙하지 않았던 점이 오히려 이 작품을 ‘새로운 작품’으로 받아들이고 연구할 수 있었던 바탕 같아요. 전략적으로 제가 중점을 뒀던 건 저에게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 이거 하나였어요. 대신 소설과 만화의 문법이 다르기 때문에, 매체의 차이에서 오는 재미의 공백을 찾아내서 거길 메꾸는데 여러가지를 생각했어요.

만화는 상대적으로 더 압축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템포를 올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거든요. 그때 스튜디오 크힛의 PD님이 연락을 주셨죠. “작가님, 이거 2회로 쪼개죠.”라고. 원작의 요소를 끄집어내서 만화의 재미를 붙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권순규 작가님 인터뷰는 다음주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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