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정신건강 위협하는 ‘사이버 불링’을 방치해선 안된다

 

 

 

작가는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이 됐습니다. 특히 웹툰작가의 경우 상업의 최전선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고, 경쟁시장이 형성되고, 작가 본인의 브랜드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가들이 직접 작품을 홍보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소셜미디어를 오래 사용해 온 작가들 역시 많습니다.

 

대중에게 노출되는 것 자체가 중요해지면서 엔터테이너적 성격이 강해졌고, 그러다보니 작가를 향해 쏟아지는 악플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의 개인 소셜미디어에 찾아가 괴롭히는 경우는 주목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들은 대중을 상대하고 있다는 압박감과 더불어 감시당하고 있다는 긴장감을 계속해서 느끼고 있습니다. 작가들이 흔히 앓는 질병 중 ‘공황장애’가 있는 이유도 관련이 있죠.? 그리고, 작가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샅샅이 뒤져 논란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왜 XX를 팔로우했느냐” 거품 안에서 타격받는 작가, 영향력 넓히는 트롤러

 

작가는 최소한 인터넷 공간에서의 행적이 공개되어 있고, 연재처와 작품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방어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을 악용하는 트롤링은 악플처럼 작가를 괴롭히는 요소입니다. 특히 수년 전 지인과 나눈 대화 등을 맥락을 잘라내 캡처하거나, 팔로워 중에 이런 사람이 있는데 해명하라고 요구하거나 하는 식으로 막무가내로 이른바 ‘공론화’를 거치고 나면 작가는 손을 쓸 수 없이 상황이 이미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형법상의 범죄 등 명백한 경우는 별개지만, 자의적 잣대로 판단하고 해명과 극단적인 입장을 요구하는 ‘트롤러’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들 ‘트롤러’가 활개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소셜미디어는 자신을 중심으로 일종의 사회적 거품을 구성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사용자의 정보에 기반해 자신의 관점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보고, 여기에 갇히게 만드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은 이미 잘 알려진 개념이 됐습니다. 단순히 자신이 갇히는 것 뿐 아니라, 트롤러들은 작가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고,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거품은 확대하게 됩니다.

 

이미 논란이 만들어지면 사실관계나 작가의 입장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론이 선행하면 작가 이미지엔 일단 타격이 가고, 소셜미디어의 특성상 차단 등으로 관계가 끊어지면 이후의 이야기는 직접 들리지 않죠. 때문에 작가가 입장을 내놓는다고 해도 이미 관계가 끊어진 사람들에겐 전달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작가가 잘못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더라도, 작가의 이미지엔 타격이 간 상황이 됩니다. 이게 반복되면 결국 작가만 자신의 활동 반경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동료 작가들 역시,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두려워 전면에 나서기 어렵습니다.

 

* 독자 아닌 사람들의 괴롭힘

 

이런 문제는 지난 2016년 넥슨의 성우 계약중단 통보로부터 시작된 소위 ‘티셔츠 사태’때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과거 행적과 팔로우 목록에서 문제점을 찾아낸 다음 ‘문제를 만드는’ 행위는 결국 작품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이들 트롤러들은 “이런 작품을 그리는 사람이 이런 사람을 팔로우한다”며 공격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작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가에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는 것 자체,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정당함을 자신의 거품 내에 있는 팔로워들에게 과시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제기한 ‘문제’가 사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수정과 사과가 따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말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문제제기를 했다면, 그것이 문제가 아님이 밝혀지면 사과와 회복을 위한 노력이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이들 트롤러들은 ‘문제’ 자체가 목적이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거품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보여주고 인정받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피해를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이런 상황에서 ‘해명 준비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당연히 작가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이런 문제는 ‘작품을 읽는’ 독자보다 작품 바깥에서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에게 더 집중하게 된다는 점에서 해롭습니다. 2016년 여름에도 작품이 아닌 작가의 평소 언행을 문제삼는 트롤러들이 작가들을 괴롭혔던 것과 겹쳐 보이는 이유입니다.

 

이들을 ‘독자’라고 부르면서 다수의 독자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상대할 이유가 있는지 물어야 합니다. 독자 아닌 사람들의 작가 괴롭히기가 계속해서 자행된다면, 결국 피해는 작가와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젠 이런 문제에 대응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플랫폼 또는 작가가 소속된 에이전시나 제작사가 작가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것은 물론, 타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 소셜미디어 활용 가이드 등을 웹툰 상황에 맞춰 연구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작가의 활동반경을 제한하고 개인에게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 이상의 대응이 필요합니다. 작가에 대한 집단적 괴롭힘, ‘사이버 불링’이 이뤄지는 곳은 점차 산업화가 이뤄지는 지금, 놓치지 않고 살펴봐야 할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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