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전자출판물은 지속 논의하기로… 이제부터 진짜 논의 시작돼야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11월 20일, 도서정가제 3년 주기 재검토 시한을 앞두고 도서정가제 개정 방향을 결정했다고 알렸습니다. 지난 8월 이후 문체부가 낸 안과 출판계 안이 충돌하며 오랜 논의 끝에 최종적으로 발표된 안은 재정가 기준을 18개월에서 12개월로 변경한 것, 그리고 전자출판물의 경우 전자화폐와 원화의 비율 기준을 명시해야 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결국 1년 내내 진통을 겪었지만, 출판계의 강경한 태도에 별다른 성과 없이 또 3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문체부는 3년 주기 재검토 의무에 따라 작년부터 이해당사자 중심으로 민관협의체를 운영하며 주요 쟁점별로 개정 방향을 논의하고, 설문조사, 공개토론회, 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도서정가제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수렴했다고 알렸지만, 올해 7월에 당일에 개최 사실을 알렸던 공청회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공개적으로 소비자가 정보를 얻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은 없었습니다.

 

 

* 도서정가제 개정 사항 살펴보니… 정가 변경기준 12개월로 완화, 과태료 차등적용

 

정가변경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가변경 허용기준을 현행 18개월에서 12개월로 완화합니다. 문체부는 향후 출판사들이 쉽게 정가를 변경할 수 있도록 출판유통통합전산망과도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재정가제도를 활용해 출판업계와 함께 ‘재정가 페스티벌(가제)’과 같은 정가 인하 행사를 개최해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양서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초판을 다 판매하는 경우도 적은 지금 재정가 제도가 큰 반향을 불러오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아울러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공공도서관이 책을 구입할 때에는 물품, 마일리지 등 별도의 경제상 이익 없이 정가 10%까지의 가격할인만 제공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할인 여력이 적어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기 어려운 지역서점도 공공입찰 시에 대형·온라인 서점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정가 판매 의무의 위반 횟수에 따라서 과태료를 차등적으로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에는 위반 횟수에 관계없이 동일한 금액의 과태료가 부과되었으나, 계속 위반하는 경우에는 더 높은 차수의 과태료를 부과하여 반복 위반행위를 억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행 300만원에서 개정된 1차위반 300만원, 2차 400만원, 3차 500만원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과태료에 대한 실효성도 의문으로 제기됩니다. 오히려 이 부분은 e북이나 웹툰 등을 판매하는 전자출판물 판매 플랫폼의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막는 방향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도서정가제의 틀 안에서 고민하도록 강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 전자출판물 정가표시의무 유연하게 적용한다더니, 원화 교환비율은 명시해라?

 

그런데 문체부는 전자출판물에는 정가표시 의무를 유연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캐시나 코인 등 전자화폐로 판매하는 전자출판물의 경우 작품 정보란 등 소비자가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원화 단위의 정가를 표시하도록 하겠다는 말인데, 소비자가 정가를 인지할 수 있도록 전자화폐와 원화의 교환비율(예: 1코인=100원)을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분은 웹툰의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인 슬라이딩 방식(금액이 높아질수록 구매 재화 숫자가 늘어나는 방식)의 활용이 불가능해진다는 웹툰계의 비판을 무시하고 도서정가제의 틀 안에서만 고민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슬라이딩 방식의 경우 1코인당 명확한 가격을 규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 방식이 의무조항이 되고 과태료 부과를 받기 시작하면 중소규모 웹툰 플랫폼들의 결제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어디가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문체부는 “전자출판물의 시장 특성을 고려해 도서정가제 적용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전자출판물 시장을 연구, 조사하고 전자출판물을 즐겨 읽는 소비자와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미 20만명이 동의한 청와대 청원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개정내용이 없이 현행 제도가 반복된다면 소비자를 포함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곧 국회로 넘어가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입니다. 결과적으로 웹툰과 웹소설 등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을 살린 제도를 만들거나, 현행 제도를 고쳐서 사용할 방안을 논의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인 셈입니다. 지난 1년간 많은 논의를 한 끝에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은 매우 아쉽지만, 앞으로 발전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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