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SIGHT] “햄치즈 샌드위치 살인사건” – 고기가 불법이 된 세상의 SF 버디물

 

 

기후위기는 이제 현실로 다가온 것 같다. 60일이 넘는 장마, 어제까진 더웠는데 오늘부터 추웠던 날씨. 미국의 덴버에서는 9월 5일에는 섭씨 38.3도, 6일에는 37.2도, 7일 오후 2시까지는 32.2도를 기록했는데 몇시간 뒤인 7일 밤에는 1.6도를 기록했다. 그리고 8일에는 2.7도, 9일부터는 영하로 떨어진 뒤 폭설이 예보됐다. 기후위기의 원인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발전한 문명, 그리고 축산업이 내뿜는 메탄가스가 꼽힌다.

 

아직 현재의 인류는 답을 찾지 못했지만, 김바삭 작가가 글을, 밀다 작가가 그림을 맡은 <햄치즈 샌드위치 살인사건>에서는 어느정도 답을 찾았다. 22세기 말, 인류는 도축을 불법화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고기가 가진 이미지 자체를 바꾸는데 성공했다. 그런 세계에서 경찰이 된 주인공 강민호는 선안시 당록 경찰서에 배정받아 첫 출근을 한다. 그리고 사수이자 또라이(?) 조윤수를 만나 첫 사건을 맡게 된다.

 

조폭이 설치는 위험한 동네에서 벌어진 평범한(?) 살인사건인 줄 알았던 피해자의 위에서 ‘햄치즈 샌드위치’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불법 도축 고기 유통 사건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두 형사는 이 사건을 어떻게든 해결하게 된다. 유쾌한 경찰 버디물의 미덕을 잃지 않는다. 웃겨야 할 곳에서는 웃기고, 진지해야 할 곳에서는 진지하다. 그동안 영화에서 클리셰로 써 오던 도축장 장면을 비틀어 그려낸 장면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흔히 영화에서 도축장에서 사건이 벌어지면, 도축장에 걸린 ‘고기’들이 자아내는 풍경을 이용하는데 사용하지만 현재 도축장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선 도축 그 자체가 불법이다.

 

더 읽고싶은 욕심에 분량이 아쉽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숨쉴틈 없이 몰아친다. 짜임새있게 구성된 이야기가 박진감 있는 연출과 엮이면서 훌륭한 페이지터너가 됐다. 박진감있는 연출에 비해 페이지를 넘기면서 받는 충격을 줄 수 있는 연출이 아쉽지만, 제한된 분량 안에서는 최선을 다한 결과로 읽힌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SF, 비건, 형사 버디물이면서 동시에 여성서사이기도 하다. 다양성을 존중하라는 말이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사람들에게도, 이 작품은 훌륭한 해답이다. ?단편으로 그려졌지만, 열혈 신참 형사와 또라이 사수의 이야기가 더 보고 싶다. 선안시가 있는 그 세계에서, 이 형사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가 더 보고싶다. 어쩌면 오늘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너무 늦어버렸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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