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SIGHT] “YOU YOU YOU” 불안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관계

 

 

 

관계는 ‘나’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나는 다른 사람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고, 다른 사람 역시 내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그렇게 나를 만들어가는 관계들에는 물론 오랜 기간이 켜켜이 쌓여 단단하게 만들어지는 것도 있지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관계들도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은 강렬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생각하다 보니 천천히 나를 변화시키는 관계도 있다.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 관계맺기가 시작되면서, 우리는 모두와 연결될 수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나’를 규정하고 그걸 바탕으로 현실의 자아를 만들어나가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근하는 단편을 통해 아주 짧은 순간을 포착하는 작가다. <YOU YOU YOU>는 세 단편 ‘중국’, ‘선배의 방’, ‘CHATTER’를 통해 온라인에 익숙한 세대가 온라인에서 쌓인 관계, 또는 오프라인의 관계가 온라인으로 확장되는 순간을 그린다. 근하는 작품 속 주인공들은 답답하고 불안한 일상을 환기시키는 순간을 지나게 되고, 그 인연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되는 지점을 포착해낸다. 이 작품에서도 우리는 그 순간을 펼쳐보며 작품 속에 빠져들게 된다.

 

작품들 속 주인공들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 말할 듯 말 듯 애매하게 뉘앙스로만 전해지는 분위기는 근하의 작품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근하 작가가 그려내는 정갈한 선으로 이뤄진 흑백의 프레임은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다. 하지만 그 안의 인물들은 각자의 불안을 떠안고 있고, 그 불안은 프레임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는다.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가 안고 있는 불안을 내포한 작품 속 세상은 독자의 불안과 얽히면서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낸다. 읽는 사람에 따라,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이 가장 잘 드러난 단편이 바로 ‘CHATTER’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만나게 된 주인공 ‘요시’와 ‘아침’은 하루동안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된다. 너무나 충만한 하루를 보내고 난 뒤, ‘아침’은 닉네임을 ‘요시’가 추천해 준 델피로 바꾼다. 한번 더 만날 날을 기다리던 주인공 ‘요시’는 ‘델피’로 이름을 바꾼 그가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을 느낀다. 왜인지 물을 수도, 또 이유를 듣는다고 해도 납득할 수 없을 이유를 차마 듣지 못하고 소셜미디어 친구끼리 난 싸움을 이유로 델피와 그는 소셜미디어 CHATTER를 탈퇴하게 된다. 누군가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겐 무서울 정도로 현실감을 가진 이야기이다. 동시에, 우리는 결고 델피가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다. 그저 델피가 가진 불안과 우울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주인공 ‘요시’와 마찬가지로.

 

<YOU YOU YOU>는 세 단편 속의 인연과 주인공들의 독백을 통해 우리의 불안을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온라인 통신판매를 통해서 판매를 시작한 <YOU YOU YOU>는 유어마인드 등 독립 판매처를 통해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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