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SIGHT] “모지리” – 열심히 살아도 안 되는 사람들에게

 

 

 

잇선은 2015-16년 네이버웹툰에서 <우바우>를 연재했던 작가다. <우바우>는 우화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의 삶을 은유로 풀어냈다. ‘힐링’이 대세이던 시기, <우바우>는 “그래도 괜찮아”가 아니라 “힘들어도 살아야지”에서 “아니면 다 망해버려라” 같은 희한한 ‘힐링’,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빈곤과 결핍을 주제로 풀어내는 잇선의 작품은 우리를 불편하게 하지만, 결코 불쾌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을 청년 당사자의 입장에서 풀어내기 때문이다.

 

잇선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항상 가난하다. 경제적 빈곤이 모든 것의 빈곤으로 이어지는 현대사회의 모습, 그 과정에서 노력할수록 수렁으로 빠져드는 존재들을 묘사한다. 돈이 없어 일을 시작하니 건강을 잃고, 건강을 잃으니 돈이 들고, 돈이 드니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하니 시간이 없고, 시간이 없으니 돈을 모으는 이유가 없어지는 무한궤도 속에서 돈을 모으기 위한 방법은 생활비를 줄이는 방법뿐인 존재들이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고, 편의점 음식이나 유통기한이 지난 폐기 음식을 먹을지언정 밥은 굶지 않고,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하루 한끼 먹기를 ‘선택’할 수 있는 가난은 다른 사람에게 증명할 수 있는 가난이 아니다.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로 확장된 빈곤은 자랑할 수도 없고, 자랑해서도 안되는 빈곤이 된다. ‘티끌도살자’ 에피소드에서는 둘이 합쳐 매월 50만원씩을 저축하기로 한 주인공들이 4개월만에 150만원을 모아 신나서 소리치다 위태롭던 집이 소음에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그린다. 안정적이고 위생적인 환경,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을 유지하기도 벅찬 현실을 그린다.

 

또 다른 등장인물들의 특징 중 하나는 번아웃이 올 때까지 자신을 몰아붙이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한다는 점이다. 이건 작가 자신의 페르소나이며, 수많은 청년들의 초상이다. 세상을 바꾸자고 말하기보다 나의 부족함을 탓하며 혁명보다 언젠가 올지도 모를 안온한 삶을 바라며 현재를 희생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잇선은 발버둥이라고 표현한다. 마치 바다처럼 이미 주어진 상황을 바꿀 엄두도 낼 수 없고, 모두가 발버둥치는 와중에 육지에 발을 디딘 사람들을 보고 부러워하지만 월세를 내고 생활을 유지하는 것 만으로도 버거운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는 타인의 외로움을 이해할 수 없다. 누군가는 군중 속에서도 외롭고, 누군가는 홀로 있음에도 외롭지 않다. 작가들은 자신이 외로움을 지면에 풀어내고, 독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 과정에서 각색이 이루어지게 마련이지만 잇선은 숨기고 싶은 부분을 감추지 않는다. 생존을 위한 자신의 발버둥을 작품에 녹여냈기 때문에 잇선의 작품은 불편하다. 내가 숨기고자 했던 외로움과 부끄러움을 꺼내어 놓기 때문이다. 내가 했던 부끄러운 생각들은 작품 속에서도 부끄럽고, 내가 가지고 있는 불만은 작품 속에서 폭발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얻게 된다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된 어른들에게, 하루하루 발버둥을 치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다. 괜찮다고 말하지도 않고,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해주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로워지지 않게 해 주는 힘을 가졌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열심히 살아도 안 되고, 적당히 살아도 안 되는데 그래서 어쩔 거야? 그냥 살아야지.”

 

잇선의 만화는 인스타그램에서 만날 수 있고, 주기적으로 텀블벅을 통해 단행본을 구매할 수 있다. 지금은 자신의 일기를 구독모델로 제공하고, <이상한 다이어리> 시리즈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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