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웹툰은 그동안 민감하게 인터넷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거나 반영하며 성장해왔다. 인터넷 문화가 단순히 하위문화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으면서, 인터넷의 공론장으로써 역할도 주목받았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편리하게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으니 보다 양질의 토론을 통한 바탕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의 편리성은 공론장의 성격을 강화하기보다 극단적 사례가 과대표 되는 결과를 낳았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모아 제공했고, 여기에 소셜미디어를 통한 빠른 전파는 먼저 퍼진 잘못된 정보를 고치기 힘들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객관적 정보를 지향한다는 위키 역시 커뮤니티화 되어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힘들게 됐다. 
웹툰 작가들 역시 이런 커뮤니티화 된 위키에 의해 허위정보가 유포되거나 편향된 정보가 유통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 작가 개인의 신상에 대한 틀린 정보가 유포되는가 하면,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하거나 전체 맥락을 배제한 채 일부 발언만을 편집해 유포하는 경우는 흔하다. 작가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할 수도 있는 문제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작가들은 사적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해왔다.
* 온라인에 머물러야 하는 작가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6년 여름의 소위 ‘살생부’ 사태다. ‘Girls Do Not Need a Prince’ 티셔츠를소셜미디어를 통해 인증한 성우의 계약을 해지한 사태에 같은 프리랜서 노동자로 연대의 의사를 표명한 웹툰작가들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웹툰작가의 소셜미디어에 찾아가 입장 표명을 강요하고, 이후에는 실제 입장과는 관련없이 작가의 출신 학교만으로 낙인을 찍는 등 마녀사냥을 방불케 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련의 사태는 ‘이퀄리즘’이라는 촌극으로 이어졌다. 당시 과대표된 사람들이 벌인 불매운동은 플랫폼과 작가들에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피해는 일시적이거나 거의 없었고, 이런 움직임 역시 곧 사그라들었다. ‘독자와 작가의 대결’이라는 시각 때문에 만화계 협단체들에서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피해 작가들 개개인이 문제를 떠안은 셈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웹툰작가의 경우 마치 엔터테인먼트 시장처럼 작가 본인이 브랜드가 되고, 작가가 직접 수많은 팔로워를 가진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작품 외에 작가 본인도 브랜드화해 소비되는 경향이 강해져 작품을 홍보하고, 독자와 소통하는 창구로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사실상 작가에게 모든 문제의 해결과 책임이 쏠려 있는 상황이다.
연예인의 경우 (물론 부족하지만) 소속사의 대리인을 통한 대응이 가능하고, 이들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웹툰작가는 프리랜서로 직접 대응을 해야 하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결국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작가들은 심각한 수준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공황장애가 웹툰작가의 대표적인 직업병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 모든 것이 묶여 있는 작가들은 결국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잊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온라인 공간에 머물러야 한다. 결국 작가들은 자신의 브랜드를 위해 지속적인 자기검열과 걱정을 안고 살아야 하는 셈이다.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라고 하기엔, 창작자의 입장에서 가혹한 괴롭힘을 받을 가능성이 상존하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
작가들이 온라인에서 활동을 이어가야 하는 이상, 그동안 인터넷 상에서 이뤄져온 작가들에 대한 괴롭힘은 일부 작가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작가의 문제가 된다. 이 지점에서 문제가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 확대된다. 때문에 플랫폼과 에이전시의 역할이 대두되었지만, 플랫폼과 에이전시 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아직 웹툰시장에서는 전문 에이전트가 관리하기엔 시장 규모가 작다. 소수에게 자본이 쏠리다 보니, 다수를 이루는 플레이어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기 힘들다. MG가 수익의 전부인 다수의 작가들의 경우는 에이전트 수수료를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에이전시가 사실상 작가를 위한 에이전시로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도 한몫 한다. 에이전시가 사실상 플랫폼에 종속되면서, 작가보단 플랫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시장의 한계 때문이다. 플랫폼 역시 작품당 계약을 하기 때문에 계약 이후에도 작가를 전적으로 책임지기엔 무리가 따른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작가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동료들을 보호하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 지지와 위로의 의사표명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할 장치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사적 영역에서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공적 영역으로 확대시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작가의 권리 보호를 다른 단체에 위탁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해시태그를 통해 개인의 참여를 유도하는 건 보기에는 좋을 지 모르지만, 개인의 효용감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사안이 복잡하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혔거나, 선악구도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작가들 역시 개인 수준의 연대를 넘어 공적 발화를 통해 플랫폼과 에이전시에는 전문성 확보와 작가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정부와 유관기관에는 작가 보호를 위한 정책 입안을 요구하는 공적 목소리가 필요하다. 만화와 웹툰이 산업의 규모로 성장하기 시작한 초기 단계인 지금이 적기다. 
물론, 인터넷 문화 전반에 깔려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공적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엔터테이너화가 절대악인 것도 아니다. 다만 시장의 요구에 작가들이 반응하고 있다면, 그 부작용을 해결할 방법을 사적 영역에 남겨놓는 방법으로 치부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모두의 잘못이 누구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 다뤄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두의 피해는 아무 피해도 아닌 것처럼 생각되게 만들어선 안된다. 온라인 상에서 괴로워하는 작가들을 개인으로 방치한 채 나아갈 수는 없다. 작가들의 연대를 통해 공적 공간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것. 각자도생 중인 작가들에게 지금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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