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전망 ①] IP로서의 웹툰작가 ? 변화하는 작가상, 엔터테이너로 진화하다

 

이말년-주호민 콤비. MBC에서 주x말의 영화로 <잠은행>을 만들었다.(출처 = MBC)

 

IP확장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어려운 말이나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웹툰을 포함한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말이 되었다. OTT 시대를 맞으면서 영상화의 폭 역시 넓어졌고, 콘텐츠의 접촉면이 넓어지면서 보다 다양한 상품에 웹툰 IP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2019년의 경향을 보면 웹툰의 OST가 정식 음원으로 발매되어 음원 사이트에서 스트리밍을 통해 들어볼 수 있게 되는가 하면, 크라우드펀딩에서는 단행본을 넘어 인형, 티셔츠 등의 굿즈부터 애니메이션 제작, 오디오드라마 제작, 그리고 공연까지 다양한 사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영화나 드라마 제작처럼 애초부터 단가가 정해져 있어 계약을 할 때 한번에 큰 계약금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머천다이징(굿즈)처럼 제품 판매당 로열티가 발생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보다 다양한 확장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 바로 웹툰계이기도 하다.

 

 

* 엔터테이너화 하는 웹툰작가

 

이처럼 다양해지는 IP확장의 파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작가 자체가 IP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폐가 있어 보이는 말이지만, 분명 작가의 공적인 자아 역시 하나의 IP로 작동하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활동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바로 연예인이다. 얼마 전 종영한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했던 김풍 작가, 2017년부터 MBC의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 출연하고 있는 기안84는 물론, <침착한 주말>의 침착맨(이말년)-주펄(주호민) 작가가 보여주는 모습은 이미 예능에 출연하는 연예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전통적인 미디어에서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2014년부터 스트리밍과 유튜브에서 활동해 온 침착맨은 작가 이말년의 또다른 페르소나다. ‘3류 만화가 이말년과는 다른’ 침착맨의 탄생은 인터넷 문화의 중심이동을 다시 한번 ‘경험적으로’ 보여준 순간이었다. 이말년은 병맛 장르의 대표 작가였다. 한때 <이말년씨리즈>는 인터넷 문화를 풍미한 콘텐츠였지만, 게시판-이미지 중심의 인터넷 문화가 모바일-동영상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병맛 만화는 그 수명을 다하게 된다.

 

종류 불문 팔로워 숫자로는 야옹이 작가가 웹툰 작가중에서 가장 높다. 
웹툰 관련으로는 네이버웹툰 글로벌서비스가 100만을 기록해 가장 많은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 (출처 = 야옹이 작가 인스타그램)

 

IP로서의 웹툰작가상의 변화는 작가의 수익 구조 다변화를 낫는다. 이전에는 만화에 의존하고 거기서 나오는 저작권료, 강연 등이 부수적인 수입으로 따라왔다면, 이제는 작가가 직접 미디어에 노출되는 방식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해졌다. 동시에 유튜브, 트위치 등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은 ?단순히 전통 미디어에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팬덤을 활용해 직접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이말년은 침착맨으로 진화(?)했고, 이제는 엔터테이너로서 활동하고 있다. <패션왕>등 인터넷 게시판 문화를 발빠르게 흡수해 만화에 녹여낸 기안84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튜버로도 활동중인 <와나나툰>의 와나나 작가나 <레바툰>의 레바 작가는 각각 구독자 22만, 55만을, 치삼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애니메이션처럼 더빙을 입혀 공개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인스타그램 90만 팔로워를 보유한 <여신강림>의 야옹이 작가의 경우처럼 ‘인플루언서’로 확장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 작가 ‘선생님’에서 ‘형’으로

 

이미 1960년대 만화가들은 당시 방송에 출연하거나, 사회공헌활동으로 봉사활동을 다니기도 했다. 당시의 만화가는 가까이 갈 수 없는 ‘선생님’이었다. 고된 도제식 수련과정을 거치고, 남들은 모를 창작의 고통을 겪은 후에 원고지에 먹선을 그려내는 사람들이었다. 동시에 당시에는 직접 찾아가거나 행사장 등을 제외하면 잡지나 단행본으로만 작가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작가에 대한 환상 역시 컸다. 

 

1972년 10월 27일자 경향신문. 예술인 야구대회에서 만화가팀이 우승했다. 영화배우, 가수, 코미디언, 만화가 4개 팀이 참가했다.

 

이에 반해 웹툰작가의 등장은 모두가 연결되는 인터넷이 전제가 되며, 인터넷 문화를 주도하는 창작자이자 소비자였다는 점이 완전히 다르다. 물론 만화-웹툰 창작자로서의 작가적 정체성만을 원하는 작가도 있지만, 현재는 그것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온라인 상의 작가와 현실세계 속의 ‘나’를 구분하는 훈련이 필요한 셈이다. 웹툰작가는 인터넷 문화를 주도했던 콘텐츠 제작자로서, 현재는 다양한 콘텐츠에 확장이 가능한 크리에이터로서 영향력을 넓혀 나가고 있다. 의미 그대로의 ‘크리에이터’가 소비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마침내 스트리밍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정착하면서 웹툰 작가들이 ‘작가 선생님’이 아니라 ‘형’으로 불리는 시대가 왔다. 이젠, 댓글도 너무 느린 시대다.

 

 

* 온라인 스트리밍, 작가에겐 양날의 검

 

이처럼 웹툰작가는 점차 엔터테이너로서, 작가의 정체성을 활용해 작품 밖으로 작가가 확장해 나가는 IP로서의 작가로 변모하고 있다. 뉴미디어의 엔터테이너로서 웹툰 작가가 기존 플랫폼(특히 대형 플랫폼)보다 유리할 수 있는 부분은 자기방어다. 웹툰은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 ‘주어지는’ 형태의 서비스이고, 비동시적으로 감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작가가 반응을 통제하기 힘들다. 하지만 영상 중에서도 스트리밍은 작가, 또는 작가가 선발한 매니저가 채팅창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유튜브 역시 댓글을 작가의 의지(또는 소속사의 의지)대로 관리할 수 있다. 또한 감상 역시 선형적으로 일어나고, 시청자 역시 그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라이브 스트리밍과 유튜브 편집본을 통한 콘텐츠 선별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단, 보다 많은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독자에게 노출되는 것과 엄청나게 높은 확장성 등은 강점이자 단점이다. 작가들의 성장폭이 넓어지고 수익구조가 다변화되는 점은 장점이지만, 동시에 더 많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점은 작가의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인지도가 웹툰을 그려서 얻어낸 것 보다 유튜브를 통한 인지도가 작가에게 더 도움이 된다면 웹툰 산업의 측면에서는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 양적 성장에 집중하던 웹툰 시장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오히려 작가들의 엔터테이너화-독립, 또는 작가의 (정신)건강 악화로 스타 작가가 더 이상 작품을 내지 않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작가와 독자 사이의 거리를 극단적으로 좁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방식은 흥미롭지만, ‘형’이라는 명칭이 반증하듯 적어도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이 남성 작가 위주로 열려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유튜브처럼 편집이 가능한 콘텐츠에서는 천계영, 자유, 여은, 왕보라 등 몇몇 작가들이 활동 중이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건 우리 사회가 가진 한계이기도 하다. 작가에게는 더 많은 길이 열렸지만, 그것이 특정 성별을 향해서 더 크게 나 있다면, 뒤틀린 구조를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한다. 여성 웹툰작가에게 쏟아지는 차별적-혐오적 시선을 우리 사회와 플랫폼이 최소한 방관했고, 그것이 작가의 엔터테이너화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동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계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웹툰 작가가 보다 넓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난 것은 분명하다. 웹툰 산업이 점차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닮아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웹툰을 통해 다양한 곳에서 작가가 주체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 종사자-특히 콘텐츠 생산자-가 겪는 심리적 고통을 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돌보아야 하며, 작가들이 ‘만화를 계속 그려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1%만이 살아남는 구조를 개선하고, ‘작가로서의 정체성’만을 원하는 작가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웹툰 산업의 지속가능성은 IP로서 확장하는 웹툰작가의 등장으로 얻어지는 화려함만큼이나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2020년 올해의 과제는, 잠재력 있는 작가들의 지속가능성을 찾아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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