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 이스라엘 총리 풍자 논란 사설면 만평 코너 중단… 작가들 반발

미국의 대표적인 시사지 뉴욕타임즈의 제임스 베넷 사설면 담당 편집장이 성명을 통해 인터내셔널판 사설면의 만평 코너를 없애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성명에서 베넷 편집장은 “오는 7월 1일부터 국제판 사설면의 정치만평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라면서 “국제판과 국내판의 보조를 맞추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논란이 된 4월 25일자 만평(우상단)

 

뉴욕타임즈의 국내판은 몇 년 전부터 한컷짜리 주간 정치만평을 없애고 여러컷의 만화를 이어붙인 뉴스 만화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지난 25년간 주 2회씩 뉴욕타임즈에 만평을 기고해 온 시사만화가 패트릭 차패티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숨과 함께 펜을 놓는다”며 국제판 만평 중단 계획을 공개해 동료 작가들과 독자들이 분노한 바 있습니다.

 

이는 2019년 4월 25일자에 실린 만평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희화화 했고, 이에 일부 유대인 단체가 차별적이라며 항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만평에 항의가 계속되자 뉴욕타임즈는 “명백히 반유대적이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공식 사과를 발표한 후 2개월간 인터내셔널판에 정치만평을 싣지 않다가 만평 게재 중단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다수의 만평작가들은 우려의 뜻을 밝히는 한편, 차패티 작가는 “수십년간의 작업물이 한 작가의 만평(네타냐후 총리 희화화 만평)으로 모두 없던 것이 되어버렸습니다”라며 “정치 만평 중단이 비단 만평 뿐 아니라 저널리즘, 사설 전체로 이어질까 두렵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동시에 “이 비상식적인 세상에서 유머를 가진 이미지는 과거보다 더 중요해졌습니다”라며 만평이 가진 힘을 여전히 믿는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만평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한 케빈 시어스 미국 만평가 협회장도 “만평은 날카롭고 명료한 표현, 신랄한 풍자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수단”이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만평의 영향력에 긴장하지만, 그걸 이유로 표현을 멈추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고 의견을 표시했습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논란에 대해 “유대인에게는 사과했지만 나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면서 “저널리즘의 밑바닥을 보이고 있는 것이며, 뉴욕타임스는 최악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라고 맹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이 시각장애인 희화화 등 사회적 약자를 풍자로 사용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 아니라, 사회적인 기득권이라고 볼 수 있는 이스라엘 총리와 미국 대통령을 희화화 했다는 것이 중심 내용으로 다루어지고, 중단의 이유까지 된 상황이어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반발과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약자에게 휘두르는 폭력에는 둔감하지만 강자에게 소리치는 목소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회의 리트머스로 작동하는 만평이 이번에도 그 역할을 해냈지만, 뉴욕타임즈에서는 이번이 마지막 사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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