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콘텐츠 차단, 현황과 해외사례 – ‘일본, 영국, 중국’

2018년은 밤토끼와 마루마루 운영자가 검거되고, 그 중 밤토끼 운영자는 실형을 선고받고 민사 소송에서도 10억원 배상판결이 나오는 등 불법 웹툰 공유 근절을 위한 첫번째 단추를 마련한 한해였습니다. 그러나 불법 웹툰 사이트 운영자가 검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른 운영자가 나타나 더 고도화된 방식으로 불법 웹툰을 공유하고 있어 피해는 여전한 상황입니다. 2018년 불법 웹툰으로 인한 피해 추정액은 약 2,350억원(웹툰 데이터 분석툴 WIIZM PRO)에 달하며, 이는 2018년 웹툰 산업 전체 추정규모인 1조 1천억원의 약 1/4에 달합니다.

데이터 분석툴인 WIIZM PRO를 통해 추산한 불법 웹툰으로 인한 2018년 피해 추정액

이런 상황에서 피해 당사자인 웹툰작가들은 저작권법 개정을 통한 선제적 차단등의 방안을 요구했으나 저작권법 개정안은 현재 무산된 상태입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직접 작가들의 신고를 받아 사이트에 대한 차단을 진행하고, 이를 강화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개정안이 무산된 사유 중 가장 큰 이유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때문입니다. 이런 입장과 실질적인 피해를 입는 작가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웹툰의 경우 대부분의 소비가 업로드 3일 이내에서 7일 이내에 이루어지므로 차단 역시 매우 빨라야 하지만 현재 시스템은 이 주기보다 길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차단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수시간 내에 URL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차단을 피해가는 방법은 이미 오래전에 알려진 수법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2월 12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 심의위원회 등 인터넷 사업자들과 협조해 새로운 방식의 차단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런 상황의 배경에는 어떤 사례들이 있었는지 한국 저작권위원회의 <2018 저작권 동향> 전자책을 토대로 참고할 만한 내용들을 추려봤습니다.


1) 일본 ? 우리와 비슷하지만 다른 상황

일본은 2016년 4월 해적판 사이트 근절을 위한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2017년부터 자료를 수집해 왔습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만화촌’이라는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는 2017년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3개월간 방문자수가 4억 5천만명에 달했고, 2018년 2월에만 1억 6천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거대한 규모로 운영 중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2018년 4월 6일, 일본 정부는 ‘일시적 긴급피난’의 일환으로 대표적인 해적판 불법만화 공유 사이트인 ‘만화촌’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기에 이릅니다. 이런 결정에 도쿄대 시시도 교수를 중심으로 한 학계가 강력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곧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협회도 가세해 비판 수위를 높였지만 일본 정부는 4월 13일 사이트 차단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두 집단간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습니다. 일본 차세대 지식재산 검토위원회 다수의 의견은 ① 사이트 차단을 가능하게 하는 입법은 헌법에 위반할 우려가 있으며 ② 다른 수단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전까지 법제화는 일단 보류한다는 것을 명기하고, ③ 구체적인 제도설계 방안을 삭제하거나 참고정보 정도로 기재하지 않는 한 사이트 차단을 위한 중간보고서(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사이트 차단 찬성측의 의견은 2010년 아동 음란물을 대상으로 한 사이트 차단 논란에서도 법 해석에 사이트 차단은 통신 비밀을 침해하는 위법행위지만 위법성이 특정 사유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사이트 차단을 실시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점을 들었습니다. 헌법 위배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 불법 사이트 차단의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지점입니다.
이렇게 사이트 차단 법제화에 대한 찬반대립이 심화되던 중, 사법절차를 이용해 불법 사이트 운영자를 특정할 수 있다는 의견서가 제출되면서 법제화 근거가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18년 10월 15일에 열린 제9회 검토회의에서 사이트 차단 법제화를 담은 중간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고, 검토회의 역시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때문에 고소고발을 통한 사법절차를 통한 해결이 우선 남아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저작권법 개정을 통한 “리치사이트”(불법 사이트 링크를 모아놓은 사이트)를 포함한 불법사이트들을 차단하는 방법을 논의 중입니다.
이처럼 첨예한 의견대립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시적 피난을 통한 사이트 차단으로 불법유통 사이트의 트래픽이 70~90%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앞서 이야기한대로 관계부처와 연계하여 조속히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고, 초당파 의원연맹인 ‘만화의원연맹(MANGA議連)’ 역시 해적판 사이트가 이익을 취하는 것은 만화문화를 쇠퇴 시키는 것이라는 인식하에 조속한 대응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 영국 ? 다양한 당사자들을 모아 실무준칙 마련

영국은 2018년 온라인 불법저작물 이용을 어렵게 만들어 저작권 침해를 막기 위한 계획을 담은 백서를 발간했습니다. 영국은 세금감면 등 2017년 한해동안 콘텐츠 업계에 약 4억 1,500만 파운드(한화 약 6천억원)정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온라인 지적재산권 침해에 적극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런던경찰청 지적재산권 범죄전담반에 재정지원을 하는 한편, 런던경찰청이 직접 범죄 적발에 나서 1억 파운드(한화 약 1446억원)에 달하는 지적재산권 침해를 적발하는가 하면 1,100여개 불법 저작물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고, 사이트를 차단하는 등의 방식으로 접속이 어렵게 만들어 불법 사이트의 광고수입이 약 64% 감소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저작권 침해를 근절하고 창조산업의 가치창출을 증대시키기 위해 영국 정부가 직접 이해관계자들인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와 저작권자가 새로운 실무준칙의 필요성을 이해시키고 공감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2017년 검색 엔진과 콘텐츠 산업계가 협력할여 소비자들의 불법 웹사이트 이용을 막기 위한 실무준칙을 마련하도록 테이블을 마련했고, 이 실무준칙을 통해 검색 결과에서 불법 웹사이트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국의 사례는 정부가 처음부터 법률을 제정하거나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 또는 저작권자 등에게 일방적으로 의무를 지우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저작권자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 플랫폼 등이 우선적으로 합의를 통해 실무준칙을 도출하도록 협상 테이블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가, 인터넷 사업자 등이 실무준칙에 따라 불법 콘텐츠 제공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중국 ? 블록체인 기술의 법적 증거 인정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도높은 인터넷 검열을 실시하는 국가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중국의 규제는 우리와는 거리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콘텐츠 규제가 아닌 판결에서 주목할만한 점이 있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산업계를 막론하고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중국에서 이슈가 되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기록된 저작물 이용정보가 저작권 침해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로 채택될 수 있는지가 법정에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중국 항저우 인터넷 법원은 신기술인 블록체인이 입증하는 증거자료를 달리 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 블록체인 기술이 경제성과 효율성, 안정성이 보장되어 증거로서 가치가 있다는 점과 사건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개발하여 제공한다는 점에서 객관성을 가지고 있어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최근 웹툰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블록체인이 아닌, 기술적 도구로서의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높이는 판결로 EU의회 등에서도 크게 주목했습니다. 개방성과 공유성, 변경불가능성을 가진 블록체인이 이미지에 연계되면 블록체인이 근거로 활용되어 저작권자가 직접 저작권 침해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질 가능성이 열리게 될 수 있습니다. 
* 정리하며
산업규모가 크고 피해사실이 확실하게 증명될 수 있는 영상물 등의 산업에서는 불법복제 문제가 빠르게 해소되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산업 규모가 작고 복제가 쉬운 만화나 웹소설 등에서는 피해사실 증명이 어려운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만화산업 규모가 가장 크고 피해규모 역시 가장 큰데도 불구하고 2018년 10월부터 논의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단순 콘텐츠 복제 사이트 뿐 아니라 링크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리치 사이트’ 역시 제제의 대상으로 하는 저작권법 개정을 논의중입니다.
영국의 사례는 만화뿐 아니라 콘텐츠 업계 전반이 논의할 수 있는 테이블을 마련했습니다. 그렇게 마련된 실무준칙에 따라 불법복제 사이트에 접근이 어렵게 하는 책임과 실무적인 부분에서의 책임을 분리, 플랫폼과 인터넷 사업 제공자 등 다양한 분야에 적절한 수준의 준칙을 마련했다는 점을 주목해볼 수 있습니다.
EU등에서는 서비스 차단이 실효성이 있다고 보지 않고 있지만 구독모델 등 다양한 접근법이 나오면서 음악, 영상 서비스 등에서 불법 이용자가 하락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구글 등의 사업자가 직접 불법 콘텐츠 관리책임을 지고 솔루션을 개발해 실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중국의 블록체인 증거인정 판결은 콘텐츠 업계의 불법 콘텐츠 차단에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년여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진 가운데, 실제로 플랫폼 운영보다 더 큰 규모에서 실효성 있는 불법 콘텐츠 차단의 근거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월 12일 방통위와 방심위, 인터넷 사업자등이 새로운 방식의 차단을 도입해 웹툰등의 불법 콘텐츠 차단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논의한 방식은 정부 주도로 선제적 차단을 고민하고 시민단체등의 반발로 이어져 일본의 사례와 비슷하지만, 정부가 인터넷 사업자와 협조해 불법 콘텐츠의 차단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영국의 사례와 비슷한 면이 엿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남아있습니다.통제권의 관리주체가 누가 되느냐에 대한 합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대상에 대한 자유를 박탈하는 권리이며, 오남용 될 경우 검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연구와 합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결국 이야기는 돌고 돌아 현실의 피해자를 구제하되 자유는 보장하는 ‘정론’을 위한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때문에 향후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된 불법 콘텐츠 차단기술이 개발되는 것과 함께 플랫폼들이 소비자가 더 편하고 빠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법 제도 개선과 논의를 통한 불필요한 규제완화 등이 이어진다면 더욱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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