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레자식 소송’에 대한 웹툰산업협회 임성환 대표 기고문

최근 네이버웹툰 ‘후레자식’과 관련된 이슈가 발생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웹툰산업협회 임성환 대표님께서 기고문을 보내주셨습니다. 

[ 관련 기사 ‘네이버웹툰 ‘후레자식’, ‘심연의 하늘 시즌4’ 만 18세 이용가능 작품으로 변경

 

 

 

— 기고문 —

 

네이버를 포함 웹툰‘후레자식’과 관련된 기관과 인물들이 소송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후레자식’의 내용이 충격적이고 잔인하다라는게 주된 이유인 듯 하다. 충격적인 소재의 ‘웹툰’을 보고 사랑하는 자식이 받았을 충격과 ‘정신건강’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제도적인 보완이 따라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그러나 시대상을 반영할 수 밖에 없는 창작자와 작가를 보호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플랫폼의 입장을 조금더 이해해 줄 수 없는지 묻고 싶다. 특수성은 있을 수 있지만 만화계역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수정할 수 있는 상식을 가진 집단이다. 소송과 악플을 통한 집단 린치가 답일까. 거의 전국민이 사용자인 네이버는 수천만의 도덕적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어떤 부분에 대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불편함의 지점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보편의 경계선을 넘나들 수 밖에 없는 창작물의 특성상 웹툰은 ‘평범한일상’안에서만 표현될 순 없다.

소송의 이유가 된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대해 생각해보자 어린시절‘정신건강’을 위협했던 책들이 있다. 중학생시절 추천 도서중 하나였던 초한지를 읽었다. 유방왕의 정실이었던 여치는 유방이 사망하자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척후에게 복수한다. 아름다웠던 척후의 팔다리를 잘라내고 눈을 뽑고 벙어리를 만들어 돼지 우리에 집어 넣는다. 이 잔인한 묘사에 충격받아 한동안 악몽을 꿨다. 고등학교 시절엔 플라톤의 ‘대화’편중 ‘향연’을 읽으며 못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향연은 ‘소크라테스’, ‘히포크라테스’를 포함해 서양문명의 초석을 놓았다고 할만한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둘러 앉아 주제를 정해 토크파티를연다. 주제는 ‘남성간의 사랑에 대한 찬양’이다. ‘동성애’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90년대 초반의 고등학교 시절 이로인해 받은 충격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다. 초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읽는 책중하나인 ‘그리스로마신화’는 살인, 강간, 여성비하가 난무한다. 전연령 열람할 수 있는 컨텐츠중 ‘후레자식’보다 충격적이고 사실적인 묘사가 가득한 것들은 줄새울 수 없을만큼 많다. 사실에 기반한 역사서들은 대게 어떤 ‘픽션’보다 잔인하다. 우리는 이런 양서들을 청소년기에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곤 한다. 내용, 표현의 충격과 잔인함이 우리에게 항상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주장할 수 있을까.

 

만화가가 되길 꿈꾸는 작가지망생들은 높은비중으로 네이버웹툰을 통해 데뷔하길 원한다. 네이버라는 플랫폼의 힘도 있지만 웹툰의 역사 자체를 만들어온 ‘네이버웹툰’의 상징성에 기인하는 바도 크리라 본다.

 

출판만화붐이 사그러들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만화계는 정말 어려웠다. 그 즈음 네이버, 다음, 야후등이 인터넷 만화를 시작했다. 초기에 만화가 무료로 볼 수 있는 컨텐츠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이유로 많은 만화가들이 이를 비난했다. 각 플랫폼의 담당자들은 심적인 부담을 이겨내고 만화가들을 설득해나가며 지금의 웹툰산업을 꽃피웠다. 그 중에서도 네이버의 성과는 독보적이었다. 지금 웹툰 산업에 몸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일정정도는 이들에게 빛을 지고 있다 생각한다. 네이버는 동반성장위원회로부터 ‘우수’등급을 받기도 했는데 ‘우수’등급을 받은 이유중 하나가 만화산업의 재도약을 이끌었던데 있다고 발표했다. 상당부분 공감한다. 그러므로 네이버웹툰을 향한 반복되는 비난에 고통받는건 네이버웹툰만이 아니다.

 

잠시라도 네이버에 연재를 꿈꿨던 많은 사람들은 ‘후레자식’이라는 작품과 관계자들에 대한 고소 수많은 악플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의식적으로건 무의식적으로건 사람들은 ‘사건’의 영향을 받는다. 이런 형태의 ‘사건’들이 작가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새의 깃털을 뽑는 행위와 비슷하다. 한두개의 털을 뽑는 행위가 초기엔 고통을 줄 뿐이지만 반복된다면 새는 더 이상 날 수 없게 되버린다. 창작자에게 표현의 자유란 공기와 같다. 호흡하지 못하는 모든 생물이 숨을 거둘 수밖에 없듯 자유롭게 상상하지 못하는 만화가는 더 이상 창작할 수 없다.

변화하고 수용해야할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제기 방식이 옳은지 재고해 볼 순 없을까. 어떤이들에게는 이러한 소송과 악플이 ‘후레자식’의 내용보다도 폭력적이고 잔인하게 느껴진다는걸 이해해주길 바란다.

 

 

* 본 기고문은 웹툰인사이트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웹툰인사이트의 칼럼 게시판은 누구나 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본지에 기고문을 보내 주시면 관련 내용을 확인 후 등록하여 드립니다. (연락처 rarcissus@ariseobject.com )

 

Categories: NEWS
웹인편집부

Written by:웹인편집부 All posts by the author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