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웹웹] 당신이 주말에 쉰다면, why not?

당신이 주말에 쉰다면, why not?

 

나는 번역이 좋아 학과도 번역 관련 학과를 왔고, 취미삼아 번역도 여러가지를 했다. 자막 번역, 판타지 소설 번역, 모 축구팀 기사 번역, 덧글 번역 등 여러가지를 했었다. 그러나 수입이 생기는 소위 알바는 재미있게 할 수가 없었다. 취미로 하는 일이야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하고싶은 대로 번역하면 그만이고, 오역에 따른 책임도 내가 욕 한번 먹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일’로 하는 번역은 그럴 수 없다. 내가 전면에 나가고 나만 책임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번역을 요청한 사람의 입맛에 맞게, 그리고 읽을 사람의 편의를 생각해 고민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뿐인가? 내가 원하면 하지 않을 수 있는 취미가 아니라, 마감시간이 있고 마감시간을 지켜야(보통 초벌은 그 전에 한번 보내야)하는 번역의 특성상 편하게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주위 알바를 하는 친구들은 내게 ‘편한 알바 한다’고 말한다. 나는 편하지 않은데, 그들은 나에게 꿀빤다고, 좋아하는 일 해서 좋겠다고 한다. 단순비교는 불가능하겠지만, 아래 설명할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비슷한 심정이지 않을까 싶다.

 

 주 5~6일 노동, 매주 하루정도는 15시간 이상 노동, 공휴일에도 노동해야 하며, 명절등을 쉬기 위해선 다른때에 추가근무를 하던가, 아니면 불특정 다수의 비난을 견뎌야 한다. 보통 3~5개월정도 일하는 기간이 지나면 다음 근무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데, 그 동안 수입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음 근무 준비에 소홀하면, 그 다음 근무가 위태로울 수 있다. 정규직도 아니고, 때문에 4대보험도, 대출도 여의치 않다. 또한 직업병으론 손목통증, 허리디스크, 목디스크, 오십견 등이 있을 수 있다. 

 

 당신이라면 이 직업을 택하겠는가? 이 직업은 웹툰작가다. 물론 개인차는 있다. 주워들은 대로 적어보았기에 ‘정확히 이렇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문에 들리는 웹툰작가의 고난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쉬고 싶다고 해서 쉴 수가 있나, 일 하고 싶다고 맘대로 일할수가 있나. 그렇다고 일할 때 편하기를 한가. 이런 부분만 보자면 정말 매력이 없는 직업중에 하나다.

 

팟캐스트 ‘어떤 교집합’에 나왔던 것 처럼, 처음 만화잡지는 월간이었다. 그리고 주간으로 전환되며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독자들에게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지는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었고, 이는 곧 수익으로 전환되었으니까. 

 

그리고 이 시스템은 화실을 낳았고, 그것이 웹툰으로 그대로 넘어오며 ‘작품 연재중엔 최소 주1회’가 기본이 되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더욱 발전(?) 해서 주 2회, 주 5회, 매일 연재까지 등장하게 됐다. 장르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이야기를 주 1, 2회를 연재하는 것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그러니 나도 잘은 모른다. 아니, 알 수가 없다.).

 

작가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다. 작품을 만드는 것은 노동이다. 노동에는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노동자인 작가에겐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 이 간단한 논리에 태클을 거는 사람은 적절하게 쉬지 않아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사람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휴재나 지각을하는 작가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어떻게 힘들수가 있느냐. 당신에게 이건 즐거움이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 말을 다른 말로 하면, ‘작가가 초심을 잃었다’고, 그리고 ‘너는 편하게 일하지 않느냐’고 읽을 수도 있다. 

 

초심은 본인 이외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열심히 하겠다는 초심을 바꿀 사람이 있을까? 언제나 열심히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달리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24시간 내내 달린다면 그는 다음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사람은 지친다. 휴식 없이는, 분명히 지친다.

 

편하게 일한다는 말에도 어폐가 있다. 모든 노동은 소위 ‘사람을 갈아’내는 작업이다.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평가를 받는다는 두려움, 흔히 말하는 창작의 고통은 차치하고라도, 일주일에 수십시간씩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리고, 채색하고, 식자 작업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편할수도 없다. 사실, 일 중에 편한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내가 하는 일이 싫으니 남이 하는 일은 좋아보이는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물론 웹툰작가 처우개선을 위한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즌제 도입을 통해 특정 회차를 연재하고 나면 고료등에 대한 부분을 새로 계약하고, 작품 준비기간을 주어 더욱 내실있는 작품을 만들도록 장려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세이브 원고 준비, 연재분 스토리 보강, 차기작 준비, 생활을 위한 외주작업 등을 생각하면 맘편히 쉬기도 힘들겠다 싶다.

 

휴재한 작가에게 악플을 다는 사람들에게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만할 사람들이라면 애초에 그런 글을 쓰지 않았을 거라는 걸, 이미 누구나 알고 있으니까. 다만 한가지만 부탁하고 싶다. 당신이 학교에 다니건, 일을 하건, 다른 어떤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건 상관없다. 당신이 주 1회 이상의 휴일을 보장받는다면, 웹툰작가에게도 주 1회 이상의 휴일을, 그리고 당신이 명절에 쉬고싶다면, 웹툰작가에게도 명절에 쉴 자유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반대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다. 좋은 창작물은 충분한 휴식과 충분한 시간을 들인 사유에서 나온다는 걸, 우리는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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