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웹웹] ‘장그래’ 법, 장그래를 위한 법?

푸른봄의 웹툰밖 웹툰이야기

 

 

 미생이 인기다. 온라인 상에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론 웹툰이라는 매체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드라마로 넘어간 미생은 tvN을 통해 방송되며 최고 시청률 10.3%를 기록하며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드라마 미생 속 주인공인 장그래 뿐 아니라 작품속 수많은 ‘미생’들이 시청자의 공감을 사며 2014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군 드라마로 급부상했다. 그 때문이다. 미생과 장그래의 이름이 여기저기서 거론되기 시작했던 건.

 

웹툰과 드라마 속 ‘장그래’

 

 장그래는 고졸이다. 프로 바둑기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세상의 전부는 바둑판 위에 있었고, 바둑판 위에서 떨어진 돌인 장그래는 더이상 바둑돌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세상에 던져진, 바둑판 위에서 낙오한 돌이 된 것이다. 장그래는 정말 운이 좋은 편이었다.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장그래는, 알고 지내던 분의 추천으로 대기업인 원 인터내셔널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바둑으로 쌓은 내공 덕에, 그리고 나름 파트너도 잘 만난 덕(?)에 인턴에 합격한 장그래는, 2년 계약직으로 일하게 된다. 그러나 장백기, 안영이, 한석율 등 동기들은 계약직이 아니라 정규직이었다. 드라마를 소개하는 페이지 등에서 나온 캡쳐에서 보면, 장그래는 장백기, 안영이보다 모니터 크기도 작다. 장그래가 속한 팀인 영업3팀의 위치는, 화장실 바로 옆 맨 구석자리였다. 그래도 장그래는 열심히 일한다. 물론 장백기나 안영이에 비할 바는 아닐지 모르겠으나, 영업3팀이 원 인터내셔널을 폭풍의 중심에 서게 했던 장본인이기도 했다.

 

 고졸인 장그래는, 노력밖에 가진게 없어서 노력밖에 못한다. 그래도 희망을 가진다. 그게 희망고문인줄은 몰랐을 거다. 그러나 오차장은 알고 있었다. 아니, 장그래를 제외한 모두가 알고 있었다.

 

장그래는 계약직일 뿐

 

 그나마 영업3팀의 팀원들이 장그래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기 때문에, 그리고 장그래의 말도 들을 줄 아는 선임이었기 때문에 장그래가 영업3팀을 폭풍의 핵으로 만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장그래는 오차장에게 ‘양과 질이 다른’노력을 할 수 있다고 자신을 ‘판매’한다. 새빠시 신상, 그 노력이 닳고 헤질때까지 장그래는 노력했다. 그리고 오차장에게 묻는다. ‘이렇게만 하면, 정규직 될 수 있는거죠?’라고. 오차장은 답한다. ‘버티라’고. 장그래가 오차장을 만난 것은 정말 인생 최대의 행운이었다. 세상 어떤 상사가 신입, 그것도 2년짜리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는가? 그러나 오차장은 그렇게 했다. 최소한, 노력은 했다는 뜻이다.

 

결국 장그래는 계약이 끝나 집으로 돌아온다. 차장의 노력도 소용없다. ‘우리 애’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오차장은 지키지 못했다. 장그래는 집에 돌아와 학원들 다니며 뒤늦은 스펙쌓기에 나선다. 스물 여섯, 쌓아놓은 것이 없다고 타박받기엔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닌가 싶지만, 어쨌든 그렇다.

 

계약직 장그래는 웹툰 미생에서도, 드라마 미생에서도 첫 직장인 원 인터내셔널을 나와야 했다. 고졸에게 내어줄 자리는, 원 인터에는 없었다. 아니, 애초에 2년짜리 계약직에게 정규직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등장했다는 ‘장그래 법’

 

 미생이 ‘핫’하다는 증거는 중앙일보 기사에도 등장했다. 정부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쓴 ‘장그래법’은 과연 장그래를 위한 법일까. 소위 장그래법에서는 35세 이상 계약직 근로자의 계약기간을 최장 4년까지 늘리고, 비정규직으로 3개월 이상 일할 경우 퇴직금을 주고, 계약기간을 채우고도 정규직 전환이 안되면 별도의 이직수당을 받게 되고, 계약 갱신 제한횟수를 2년에 세차례로 제한, 하루에서 한달짜리 초단기 계약을 남발하는 것을 제한했다. 이 외에도 노조 차별시정 신청 대리권을 허용하고, 실업급여 수습기간또한 3개월에서 4개월로 늘린다는 점도 나와있다.

 

필자의 SNS상에서는 미생의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로 말이 안된다는 반응이 주로 보였다. 장그래가 원인터를 떠나야 했던 이유가 계약기간이 짧아서가 아니고, 장그래가 능력이 없어서도 아니고, 장그래가 노력을 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비정규직으로 2년 계약직을 했기 때문이었다. 과연 장그래법이 미생의 장그래를 위한 법인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장그래는, 누군가의 미래, 누군가의 과거, 그리고 심지어 누군가의 현재이기도 하다. 안영이와 장백기, 그리고 장그래의 모습을 비교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안영이와 장백기, 한석율에게는 없는 것이 장그래에겐 있었다. 생존에 대한 절박함. 안영이는 이전 회사에서 있었던 일과 성차별에 대한 불만이, 장백기는 자신에게 업무를 주지 않는 상사에 대한 불만이, 한석율에게는 자신을 이용해먹는 상사에 대한 불만이 있다.

 

그러나 장그래에겐 그런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기도 했지만, 그런 불만을 가질 여유가 없다. 정규직 전환이 곧 생존의 길이기 때문이다. 미생의 장그래가 과연 이 법을 원했을까, 2년짜리 계약을 4년으로 늘리는 법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비롯한 사람들이 왜 미생에 공감했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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