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웹툰계 전망 ⑤] 국내 만화계: 불법 웹툰과 플랫폼 노동의 소외, 어떻게 막을 것인가?

2018년 웹툰시장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추산 매출액 1조원을 넘겼습니다. 전체 콘텐츠 시장에서는 1%도 안되는 작은 규모지만 만화산업 전체에게는 큰 의미입니다. 이 외에도 이른바 ‘레진코믹스 사태’와 KT, 우리은행 등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업체들과 관련된 계약변경과 연재종료등의 이슈가 불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들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지요.

 

그동안은 ‘산업’으로서의 웹툰을 주로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인 5주차에는 국내 만화계의 문제들을 짚어봅니다. 불법 웹툰으로 인한 피해와 플랫폼의 대형화로 인해 벌어지는 일종의 노동 소외 현상과 관련한 만화계 지형 변화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지난 한해동안 밤토끼와 마루마루등 주요 불법 웹툰/만화 공유 사이트들의 운영자가 검거되었습니다. 하지만 소위 ‘풍선효과’로 한쪽을 밀어내면 다른 쪽에서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일원화되어 맡기로 한 불법 웹툰 차단 및 형사고발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불법 웹툰과 관련된 이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웹툰 데이터 분석도구 WIIZM PRO를 통해 본 불법웹툰 피해 추산액

 

 

* 불법 웹툰, 어떻게 잡아야 하나?

 

1조원 산업 규모인 웹툰/만화 시장에 불법 웹툰으로 인한 피해만 2,500억원에 육박한다는 추정치가 말해주듯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불법으로 공유되는 웹툰의 피해에 대한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마련되기 위한 방안이 본격적으로 연구,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SNI 차단을 통한 차단이 효과를 거두고는 있지만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차단을 통한 방법은 피해 보상이나 범죄에 대한 처벌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통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플랫폼의 경우 불법 사용자를 거의 확실하게 줄여주는 방안으로 정액제 도입을 고려할 수 있으나, 정액제 도입은 대규모 플랫폼에 적합한 방안으로, 중소 플랫폼들에겐 무리가 따르는 방안입니다. 때문에 보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라도 불법 사이트에 대한 차단과 운영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I 차단 자체가 가진 오용, 남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현재 심의기구가 독립되어있다고 정부는 주장하지만, 결국 피해 당사자인 저작권자들이 모인 단체와 시민단체, 연관 기업등 유관기관들이 참여하는 공청회 등 논란과 갈등을 줄이는 방법을 찾으면서 도입되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3월 8일 현재 최다 추천 청원은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

 

 

불법 웹툰과 관련한 부분은 여러 분야의 콘텐츠가 겪고 있는 문제일 뿐 아니라 플랫폼과 작가, 학계와 정부 등 모든 분야가 한데 모여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소위 ‘해적판’은 제도의 개선보다 빨리 고도화되고 있어 처벌 강화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부분이 실질적인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으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정부의 오남용 가능성을 줄이면서 범인을 특정하기 위한 기술과 정보 공유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성과를 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 플랫폼 대형화에 따른 창작노동의 소외

 

앞서 전망했던 스튜디오화, 플랫폼의 대형화의 긍정적인 측면이 여기서 등장합니다. 스튜디오 제작 작품들을 중심으로 불법웹툰에 대한 저작권 침해 대응 체계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대로 작가 개인에게 신고부터 모든 대응책임이 전가되는 시스템은 수정이 필요합니다. 이는 최소한 유통 플랫폼의 댓글에서 벌어지는 괴롭힘 등에는 같은 문제로 적용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CG/VFX, 방송, 영화계 등 영상업계에서 오랫동안 지속된 작가, 스태프 등 노동자 착취가 만화 업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미 영상 업계에서는 과로사로 숨진 청년들의 소식이 몇 차례나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 너머에 있는 자살 사건은 심지어 방송국에서 뛰어내려도 보도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개인 창작자 위주였던 웹툰이 산업의 형태로 성장하면서 고도화되면서 피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성장의 동력이 된 작품을 만든 작가들이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작품을 만드는 것은 작가지만, 그로 인한 이익은 대형 유통망을 가진 플랫폼이 수수료 명목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여기에 플랫폼이 개인 작가와 계약하지 않으면서 에이전시나 제작사 등이 수수료를 받아 작가에게 돌아가는 몫은 그 이후에 남은 부분이 됩니다. 물론 적절한 방식으로 일하는 업체의 경우 크게 문제가 없지만, 규모가 작은 업체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플랫폼의 크기가 작품의 매출 자체에 끼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프로모션 등이 무기화 될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감시와 견제도 필요합니다.

 

미국은 이미 스튜디오 시스템이 자리잡은지 오래되었습니다. ‘블라인드’와 비슷한 재직자/이직자의 기업 평가 공유 서비스인 ‘인디드’에서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재직자/이직자 평을 보면 긍정적인 평가는 디즈니와의 연계로 받을 수 있는 할인 등 복지혜택, 동료간의 소통이 활발한 점을 꼽은 반면 단점으로는 시간 대비 낮은 보수, 창작자가 아닌 거대한 프로젝트의 부속품으로 일하는 것 같다, 승진 등 보상을 받을 기회가 적다는 점이 꼽혔습니다. 역사에 없었던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마블 엔터테인먼트에서 원작 작품을 만드는 사람의 노동이 저평가받고, 유통사의 이름만 남고 제작자의 이름은 사라지는 일종의 ‘노동 소외’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마블 엔터테인먼트에서 4년간 일한 직원이 남긴 리뷰중 하나

 

 

* 작가 권익 보호를 위한 만화계 지형 변화

 

이런 환경에서 단순히 산업의 역량이 커지고, 전문화와 고도화가 이루어져 수치가 성장중이라고 낙관하기엔 다른 콘텐츠 산업에서의 문제점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플랫폼에 콘텐츠와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이 보이지 않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수직계열화가 진행된다면 산업의 피라미드에서 가장 아래에 자리할 작가, 특히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시장이 건강하게 돌아가도록 할 신인 작가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태프 대다수가 프리랜서로 계약하는 방송계와 마찬가지로 웹툰계도 프리랜서 계약을 할 가능성이 높아 이런 시스템이 본격화되기 전에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작가권익과 연결된 이슈가 바로 2018년에 있었던 ‘레진코믹스 사태’, ‘케이툰 사태’, ‘위비툰 사태’등 플랫폼들의 불공정계약이나 일방적 계약 변경/종료 통보 등의 이슈입니다. 이런 사태의 당사자이거나 연대를 표명한 작가들이 모여 2월초 출범한 전국여성노조 산하 디지털 콘텐츠 창작자지회(이하 디콘지회)를 만들었습니다. 디콘지회 전국여성노조 산하의 인준받은 프리랜서 지회로, 웹툰뿐 아니라 웹소설, 일러스트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창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디콘지회의 출범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해져 불법웹툰으로 인한 피해나 악성댓글로 인한 피해에 회사측의 책임을 묻고 대응책을 협상하는 등의 이전에는 없었던 형태의 테이블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존재하는 만화계 협단체들은 쟁의 보다는 만화계를 위한 정책 입안과 연구 등을 담당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전망해볼 수 있습니다. 올해 플랫폼의 다양한 변화가 예고 된 가운데, 본격적으로 작품을 만드는 창작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보호의 틀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생깁니다.

 

2019년 국내 만화계는 점차 고도화, 산업화 시기를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규모의 성장이 반드시 모두의 행복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경험으로 배워 알고 있습니다. 올 한해 많은 변화를 겪을 만화계가 보다 내실을 다지면서 창작노동을 하는 다수의 행복을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5주동안 산업 측면에서의 웹툰계 전망과 국내 만화계에 대한 전망을 살펴봤습니다. 2019년은 어느 때 보다 크게 성장한 만화계가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창작 노동자들의 권익보호와 그것을 제도로 편입시키는 방안, 그리고 보다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하며 5주에 걸친 2019년 웹툰계 전망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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