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라는 거대한 케이크를 한번 잘라보자


 

스포티파이의 다니엘 에크가 했던 말을 토대로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다니엘 에크라는 사람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했고, 그게 왜 플랫폼의 속성과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플랫폼의 대표적인 특성은 독점을 통한 다수의 사용자 확보, 싼 가격, 다면적인 확장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각각의 플랫폼은 다른 전략과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플랫폼들의 특징을 들여다보면서 웹툰 플랫폼은 어떤 위치에 있는지, 겉에서 보기엔 똑같아 보이는 플랫폼이라는 케이크를 잘라서 한번 파악해보자.

 

* 넷플릭스

 

 

글로벌 초거대 플랫폼의 대표주자다. 넷플릭스는 싼 가격을 활용한 다수의 사용자 확보, 모바일과 웹은 물론 콘솔 시장 등으로 다면적 확장을 꾀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또, 넷플릭스는 그렇게 모인 사람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다시 큐레이션에 활용하는 한편 콘텐츠 제작에 이 데이터를 다시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넷플릭스는 온라인 뿐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의 극장 선개봉을 통한 오프라인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가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다. 넷플릭스의 마케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홍보에 집중되어 있고, 콘텐츠 제작 역량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집중되어 있다. 결국 넷플릭스의 핵심 전략은 거대화를 통한 빅데이터 수급, 빅데이터를 활용한 내부 생태계 확립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거대 플랫폼들이 이를 따르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을 모으기 위한 한달 무료 정책은 이런 생태계 구축에 필수적인 요소다. 초기 넷플릭스는 다양한 방송사와 제작사들의 드라마와 영화, 다큐멘터리를 긁어모았다. 지금도 지브리와 계약을 맺고 일본-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스트리밍 권한을 구매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 디즈니+

 

 

태생이 제작-배급사인 월트디즈니 컴퍼니는 넷플릭스와는 입장이 다르다.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콘텐츠 기업인 디즈니가 출범한 디즈니+는 자사가 가지고 있는 엄청나게 많은 IP를 활용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온라인 중심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장을 꾀한 것과는 반대로, 디즈니+는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으로 중심축을 옮겨가고 있다. 이미 오프라인에서 소비된 콘텐츠를 옮겨오는 방식을 택했고, 무료 기간도 1주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디즈니+는 넷플릭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6.99달러, 넷플릭스는 스탠다드 기준 12.99달러)을 책정할 수 있었다.

 

원래 극장 개봉이 예정되어 있던 <뮬란>의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디즈니+에서 공개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해 중심축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넷플릭스와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콘텐츠 수급 방식이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중심으로 타사의 영상으로 숫자를 확보하지만, 디즈니+는 디즈니의 오리지널 콘텐츠만을 서비스한다. 소위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있어 넷플릭스보다 훨씬 폐쇄적인 방식이다. 또, 넷플릭스가 하나의 서비스를 다면화하는 것과 달리 디즈니는 ESPN, HULU 등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한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 웹툰 플랫폼: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

 

 

웹툰 플랫폼은 따지고 보면 이런 영상 플랫폼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지만, 플랫폼 운영 방식에선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계약만 살펴봐도 웹툰 플랫폼은 작가(또는 에이전시, 제작사 등)과 작품 유통(연재) 계약을 맺는다. 넷플릭스의 타사 콘텐츠 유통 방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비독점이 원칙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경우 제작사에게 사실상 매절 계약으로 완전 독점을 기본으로 하는 계약을 맺는다. 디즈니+는 잘 알려진 바대로 아예 자체 IP만을 다룬다.

 

웹툰 플랫폼의 다면적 확장은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네이버 시리즈와 카카오페이지의 VOD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네이버웹툰은 디즈니+와, 카카오페이지는 넷플릭스와 비슷한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자사 IP를 대중에게 선보이고 미리보기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네이버웹툰과 네이버 시리즈, 그리고 자체적으로 자사의 IP를 영상물 등으로 확장하는 스튜디오N, 웹툰을 영상화 해 서비스하는 시리즈on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카카오페이지는 네이버웹툰처럼 수직구조가 아니라 카카오 그룹의 산하 형제회사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M, 픽코마 등과 협업하는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런칭한 카카오tv역시 카카오페이지의 오리지널 작품만을 선보이는 플랫폼이 아니라 타사의 작품들도 런칭한다. 9월에 첫 선을 보이는 작품은 네이버웹툰의 원작을 카카오M이 기획하고 카카오tv와 시리즈on에서 동시에 선보이는 <연애혁명>이다. 카카오페이지는 현재까진 웹툰과 웹소설을 중심으로 원작 IP를 기획하고 유통하는 ‘수퍼웹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오리지널 IP를 크게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 애플과 구글

 

 

이 모든 플랫폼들의 위에 군림하는 플랫폼이 있다. 바로 애플과 구글이다. 이들은 각각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모든 어플리케이션을 관장한다. 심지어 하드웨어로 묶여 있기 때문에 압도적인 구속력을 가진다. 이미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발생한 매출액 추정치만 5190억 달러, 한화 약 614조원에 달한다.

 

애플은 소비자 결제로 발생하는 전체 매출액의 30%를 수수료로 매기고 있고, 이건 구글도 마찬가지다. 다만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지금까지는 게임을 제외한 분야에선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의 우회 결제가 가능하다. 구글이 최근 다른 콘텐츠 분야에까지 인앱(In-APP)결제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사실상의 관문 역할을 하는 두 공룡 역시 플랫폼의 범주에 들어가는 셈이다. 결국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모바일 중심 세계의 최상위 포식자는 애플과 구글인 셈이다.

 

 

멀리서 보면 플랫폼은 다 똑같아 보인다. 하지만 한발만 안으로 들어가도 각각의 플랫폼은 서로다른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물론, 단순히 몇 가지 요소만으로 전체를 들여다보긴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플랫폼의 차이점과 요소들을 몇 가지라도 명확하게 확인해보고 차이점을 파악하는 건 웹툰 플랫폼에게도, 또 플랫폼 이용자나 시장 참여자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빠르게 변해가는 시장인 만큼 변화가 이어질 플랫폼 시장의 현재 단면은 대략 이런 모양이다. 바깥에서 볼 땐 하나의 케이크지만, 다양한 색을 가진 플랫폼은 지금도 변화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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