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툰 프리패스 “월간케이툰”, 과연 옳은 선택일까?

최근 콘텐츠 업계에는 ‘정액제가 답’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액제는 이미 성공사례가 있는 모델이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다양한 롤플레잉 게임들이 이미 정액제를 선보인 바 있다.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콘텐츠에 참여한 유저들은 콘텐츠를 이용하는 시간동안 그 안에 더 빠져들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이용자가 콘텐츠에 빠져들 시간이 필요하다. 바람의 나라는 무료 공개 이전에 20레벨, 리니지는 3일 10시간씩 45레벨까지, 월드오브 워크래프트는 20레벨까지의 체험기간 외에 대규모 업데이트시 일정 기간을 제공한다. 

 

 

구독 모델, 정액제는 콘텐츠 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중 하나다

 

 

* 콘텐츠로 돈을 버는 법: 넷플릭스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달 무료로 체험하게 해 다양한 콘텐츠를 감상하게 하고, 그동안 쌓인 정보를 바탕으로 큐레이션을 제공해 보다 몰입도 높은 경험을 제공한다. 때문에 정액제는 불법 유통되는 컨텐츠를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정액제를 통해 스트리밍하는 것이 불법유통물을 찾고 다운로드 받는 것보다 편하기 때문이다. 정액제는 일단 보기 시작하면 결제를 해서 이어가게 되고, 돈을 냈으니 열심히 콘텐츠를 보고, 또 그러니 충성도가 생기는 식으로 고객을 유지한다.

 


넷플릭스 글로벌 가입자수는 17년 2분기 1억명을 넘어 현재는 1억 3천만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는 자체제작 콘텐츠 역시 상당한 제작비를 들인다.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자신들이 경쟁력을 갖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통한 가이드라인을 제외하면 제작자에게도 상당한 자유도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가 수익을 올리는 ‘구독 모델’, 즉 정액제의 핵심이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높은 제작비를 지원하고, 콘텐츠 제작센터를 설립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독점으로 제공하는 것. 동시에 그것을 유저 특성에 맞게 전달하는 데이터 분석 능력이 필요하다.

 

넷플릭스는 대중적인 콘텐츠를 모으는 동시에 자체제작 콘텐츠를 통해 보다 뾰족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공략한다. 대중적인 콘텐츠로 사람들을 모으고 데이터를 분석해 ‘실패하기 힘든’ 콘텐츠를 넘어 ‘실패할 수 없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넷플릭스의 목표다.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 부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전 세계 1억명이 넘는 구독자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배포한다. 여기서 데이터 분석은 더욱 세분화되고, 건져낸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독자들에게 맞는 영상을 만들어낸다.

 

* 케이툰의 프리패스 “월간 케이툰”

이런 와중에 케이툰에서 “프리패스”를 내놨다. 월 9,900원에 모든 웹툰과 웹소설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일종의 정액제 모델이다.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와 같은 방식의 유료 구독모델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프로모션도 진행중이다.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변화다. 하지만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월간케이툰 프로모션 이미지

 

먼저 콘텐츠의 숫자 자체가 부족하다. 케이툰에 현재 연재중인 작품은 100작품이 채 되지 않는다. 4월 15일 현재 총 89작품이 연재중인 케이툰에는 비독점 작품 역시 포함되어 있다. 완결작품 역시 221작품으로 총 310작품이다. 웹툰은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각광받지만,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다는 말은 언제나 그만둘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만화를 구독 시스템으로 즐기려는 사람들은 만화를 많이 보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비독점작품보다 독점 콘텐츠에 열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케이툰은 최근 작가들에게 일방적으로 연재 종료를 통보해 다수의 작품이 연재를 중단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작품 숫자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그렇다면 케이툰 독점 작품이 아니라 비독점 작품을 보기 위해서 정액제 가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비독점 작품은 케이툰이 아니어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심지어 케이툰보다 퀄리티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툰 어플리케이션은 많다.

 

케이툰이 가진 강점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유료 정액제의 핵심은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 또는 ‘여기에서 더 편하게 볼 수 있는 콘텐츠’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열을 올리고, 아직 콘텐츠 제작에 손을 대지 않고 있는 왓챠가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지 않는 HBO의 드라마 서비스를 전면에 광고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하지만 케이툰에는 그런 것이 없다.

 

최근 2년간 꾸준히 상승하던 넷플릭스의 공헌이익은 18년 4분기 급격하게 하락한다

 

비독점 작품은 독점작에 비해 저렴하게 들여올 수 있지만, 플랫폼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체제작 콘텐츠를 늘리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케이툰이 그 전 작품들을 ‘실패’로 규정하고, 새로 플랫폼 전략을 만들기로 했다면 그동안의 케이툰 독자들을 버리고 새로 시작해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더군다나 넷플릭스 역시 글로벌 가입자수가 크게 늘며 성공했지만, 그만큼 많은 돈을 마케팅에 사용해 공헌이익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었다. 넷플릭스는 매출에서 변동비를 제한 공헌이익을 공개하는데, 넷플릭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8년 4분기 글로벌 마케팅 투자는 매출액 대비 20% 수준이다. 18년 3분기에는 15% 수준이었지만 오히려 마케팅 비용을 늘렸다. 그만큼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케이툰은 마케팅에 굉장히 소극적인 플랫폼이다.

 

* 돈은 쓰기 싫지만, 콘텐츠는 유통하고 싶어

뿐만 아니라 계약의 문제도 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때 제작비 이상의 돈을 지불하는 대신 자신들이 독점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도록 모든 권리를 함께 산다. 이후의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한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업계에서 넷플릭스의 진출을 거대자본의 진출이라는 측면에서는 환영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득이 될지 실이 될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자본의 유입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넷플릭스의 계약 방식이 업계를 살리는데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반면, 만화는 개인 창작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는 부분이 크다. 보통 웹툰의 경우 작품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고, 회사는 온라인 전송권을 위임받는 계약을 한다. 넷플릭스는 작품을 ‘구매’하는 것에 가깝다. 현재 독점 작품을 잘라내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것 역시, 들이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는 최근의 콘텐츠 업계 흐름과 정반대로 가는 모습이다. 비단 넷플릭스만이 아니라 게임업계에서도 스팀과 에픽스토어의 독점작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과 플레이스테이션을 만드는 소니와 엑스박스의 독점작 경쟁을 생각해보면, 플랫폼에게 독점작은 ‘킬러 콘텐츠’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큰 노력이 들어가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초기 MS의 엑스박스를 먹여살린 헤일로 시리즈

 

넷플릭스가 콘텐츠 업계의 공룡이 된 것은 다름 아닌 독점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일을 하면 돈이 마를 일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단순히 높은 임금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확실한 보상의 측면에서 하는 이야기다. 넷플릭스는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어떤 작품이 얼마만큼의 뷰가 나오는지, 또 얼마만큼의 플레이타임을 보이는지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

 

반면 유튜브는 크리에이터에게 플레이타임, 효율적인 광고 운용방법 등을 모두 공개한다. 콘텐츠 제작자가 그것을 염두에 두고 영상을 만드는 것이 본인들에게도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케이툰은 어떠한 데이터도 작가에게 공유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데이터를 통해 가장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제시하지만, 케이툰은 데이터를 감출 뿐 작가에게 어떻게 해야 높은 반응을 얻는지, 현재 반응은 어떤지에 대한 정보를 작가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

 

만화시장은 아직까지 개인 창작자에게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다. 이제 에이전시와 전문 제작사들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장기적 관점, 거시적 관점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로의 전환이 옳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현재 만화계를 이끌어 온 작가들을 져버리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힙’해 보이는 신사업에 아무런 준비 없이 뛰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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