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국 웹툰 수입, 어떻게 봐야할까?

중국 웹툰 수입, 어떻게 봐야할까?

 

“중국 웹툰의 침략이 시작됐다” 요즘 기사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지,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에서 중국 작품의 비중이 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1억명 이상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중국 시장의 작품들이 우리 시장에 들어올 경우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였다. 이런 우려의 발단은 네이버 만화에서 사상 최초로 본격 BL작품이 연재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작품을 번역해 연재하는 <Here U Are>가 무료로 연재되기 시작하자 작가들은 크게 동요했다. 대표적인 유료 장르였던 BL 작품이 무료로 공개된 것에 대한 우려임과 동시에 중국 작품이 ‘네이버 최초’ 타이틀을 가져갔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섞여 있었다.

 

 

이런 우려의 너머에는 앞서 이야기한 ‘규모의 경제’에 대한 공포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인구 두배가 넘는 1억명의 독자가 만들어내는 시장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고, 때문에 가파르게 늘어난 양, 앞으로 더 좋은 퀄리티의 작품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의 ‘만화’(웹툰과는 다르다) 코너에서는 중국 작품들이 심심찮게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그 중 <하룻밤 아내(원제: 패정악소)> 같은 경우엔 네이버의 월간랭킹 1위, 카카오페이지 실시간랭킹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성인작품 뿐 아니라 소년만화 장르에서는 <정령사: 나타르 전기(원제: 어령사)>는 2월 연재를 시작해 3월 랭킹 1위를 기록, 12월 말에는 9위를 기록중이다. 그러나 2년 전부터 진출을 시작, 대략 200여편의 중국 작품이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 과연 걱정만큼 큰 위협인지는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 분량과 제작방식

한때 ‘중국 웹툰은 기본 100컷이 넘는다’고 잘못된 정보가 알려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소위 ‘공장형 만화’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50컷 전후로 보는 것이 옳다. 실제로 텐센트만화에서 주간 상위 랭킹 작품들을 확인해보면 작품당 컷수는 대략 30~40컷 정도다. 한국에 수입되는 과정에서 이 회차들을 2~3회당 1회씩으로 묶어 수입해오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 상황에서 걱정해야 하는건 시스템이다. 현재 우리 웹툰의 경우에는 개인이 모든 제작역량을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선 스튜디오 방식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스토리의 유연성이나 다양성을 확보하기엔 확실히 개인 창작 시스템이 유리할 수 있으나, 한번에 많은 회차를 공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기엔 유리하다. 1회당 분량보단 선제작 회차가 늘어난 작품들이 먼저 전면에 깔리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 텐센트만화(QQ) 메인 화면 ]

 

 

다만, 이런 작품들의 경우 비독점작인 경우가 많고, 때문에 플랫폼에서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미 상위 플랫폼들이 어느정도 굳어져 가는 우리의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비독점 작품들의 분량은 플랫폼에 유입되는 독자의 숫자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라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독점작의 경우 한국 제작에 비해 많은 에피소드를 공개할 수 있거나 심지어 우선제작으로 공개할 수 있는 중국이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주간연재 방식으로 제작했을 때 현재까지 중국 작품과 우리 작품의 질적 차이를 생각하면 크게 위협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200편 가까운 작품중에 성공을 거둔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은 손에 꼽기에도 민망한 정도이기 때문이다. 제작 방식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도 현재 본격적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스튜디오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규모나 다양성이 확보되어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는 힘들어 시간과 성과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 장르 잠식

반면 BL과 같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그러나 확실한 구매력을 가진 장르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팬덤의 규모가 작아 ‘마이너’로 분류되는 장르일수록 작품의 다양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중국의 물량공세가 시작된다면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실제로 작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네이버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BL 작품이 중국 작품이라는건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아니라 중국내 게임과 영화업계를 시작으로 불고 있는 검열 바람이 만화에도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에 BL 장르 등은 중국에서 제작/판매가 불가능하고, 때문에 우리나라로 타겟을 돌릴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작품 <Here U Are>의 댓글창에는 한국에도 좋은 BL작가가 많다는 독자들의 이야기가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물론, 네이버가 BL작품을 모두 중국에 몰아줄 것이라는 생각은 억지다. 작가들의 불안은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파급력에 있다. 웹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 웹툰이 업계에 어떤 ‘신호’를 준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작가들의 문제의식이라고 보는게 정확하다. 

 

[ ‘Here U Are’ 댓글 중 일부 ]

 

 

◆ 가장 걱정해야 하는 것은?

현재까지 중국 웹툰의 수입은 우리나라의 웹툰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작품의 교류가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 옳다. 훨씬 규모가 큰 시장에서 인기가 있는 작품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작품들을 몰아낼 만큼의 위력을 발휘한다고 보기도 힘들다. 콘텐츠 시장 중에서도 웹툰은 특히 더 역동적이다. 보다 주목해야 하는건 자본의 크기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만약 중국 거대 자본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에 웹툰 플랫폼을 세운다면? 지금의 플랫폼들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복지와 까다로운 선별과정을 통해 작가들을 ‘모셔’가고, 적극적인 한국 웹툰 IP 확보에 나선다고 가정해보자. 그때의 대응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한국의 법을 지킨다면 우려의 목소리는 쏟아지겠지만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없다고도 할 수 없다. 비록 추정일 뿐이지만, 플랫폼들이 작가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바라볼 때 느낄 수 있는 역지사지라고 할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큐레이션도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텐센트 만화의 카테고리 분류는 엄청나게 다양하다. 선택 가능한 장르만 20여개에 달하고, 연재 형식, 제작 지역, 심지어는 작가 경력에 따른 분류까지 정해져 있다. 네이버의 경우 현재 장르별 카테고리로 13개, 테마별에는 4개 등으로 분류 되어있는 것이 전부다. 웹페이지 기준으로 텐센트 만화의 경우 메인 화면 상단에 21개의 장르구분을 만날 수 있고, 장르를 누르면 우측에 “장르 전체보기” 탭이 등장한다. 여기에서 더 세부적으로 취향에 맞는 작품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플랫폼이 거의 유통 전권을 쥐고 있다. 작품의 다양성을 플랫폼의 의지에 맡겨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결국 콘텐츠 산업의 본질, 그러니까 ‘재미’를 찾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알리며, 숨어있는 독자들을 찾아내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큐레이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독자들의 경험이 곧 재산인 시대다. 한국 웹툰은 너무 오래 이 경험을 날려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실 한국 웹툰은 한두개 플랫폼을 제외하고는 사용자 경험이 천편일률적이다. 

 

[ 텐센터만화(QQ) 카테고리 화면 ]

 

 

작가들 사이에서 자조섞인 목소리로 ‘쿼터제(일정 분량을 할당하는 것)라도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18년 한 해는 웹툰계에 작가권익을 위한 투쟁의 한 해였다. 그리고 이 싸움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작가 권익보호를 위한 약속이나 규정들이 명문화되지 못하고 ‘관행’으로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작가들의 불안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현재 많은 플랫폼들이 문제를 해결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플랫폼에게 쏠려 있는 상황은 결국 업계 전체에 부정적이다. 작품은 결국 작가들이 생산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중국 웹툰의 수입은 현재상황에선 크게 우려스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의 정부발 검열 리스크가 분명히 있고, 분량의 문제는 몰라도 퀄리티의 문제, 문화적 차이는 쉽게 좁혀지는 부분이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준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중국이 가진 콘텐츠 시장의 자본 잠재력과 세분화된, 그리고 점점 발전하는 큐레이션은 분명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현재 명문화된 조항이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표준계약서 등 작가들의 불만이 지속되는 상황은 우리 시장 내부에서 고쳐야 할 문제로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만화시장에 대한 재조사와 내부 조정을 통한 전략 수립이 필요해 보인다.

 

작성자: 웹툰평론가 이재민

작성일: 2018년 12월 28일

등록일: 2018년 12월 28일

수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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