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월간연재, 과연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월간연재, 과연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웹툰의 주간연재는 살인적인 스케쥴을 기반으로 한다. 작가들이 건강문제로 휴재를 선언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한 기사에서는 ‘군대, 장례, 신혼여행 이외엔 쉬어본 적이 없다’는 말을 제목으로 달기도 했다. 60-100컷 사이를 오가는 연재를 라이브로 해내야 하는 작가들은 마감 스트레스 뿐 아니라 댓글, 순위로 인한 스트레스를 덤으로 받는다. 때문에 작가들의 직업병에 ‘공황장애’를 꼽는 것은 이제 이상한 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플랫폼들의 체제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회차당 분량의 정상화, 웹툰 PD의 전문화, 악성 댓글에 대한 회사 차원에서의 강경대응, 작가 복지혜택 중에 정신과 진료 및 치료 지원 등의 의견이 웹툰 작가협회를 중심으로 논의 중이다. 그 가운데, 웹툰 플랫폼인 투믹스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바로 월간 연재, ‘월간 투믹스’다.

 

[ ‘월간투믹스’ 화면 ]

 

 

기존 일본의 연재방식은 주간으로 발행되는 잡지를 통해 만화의 1회 분량을 선보이고, 일정 회차가 쌓이면 동일한 출판사에서 단행본을 출간하는 방식이다. 8-32페이지 분량의 원고를 선보이고, 독자 투표 등을 통해 반응을 살피는 등의 방식으로 연재 지속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월간 투믹스는 기존 웹툰의 4회분량의 원고를 월에 1편 연재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주간연재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레진코믹스의 10일 연재, 다음에서 시도했던 사전제작 형태의 웹툰이 그것이다. 10일 연재는 주간연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월 4-5회 마감이 3회로 줄어들었으나 분량과 퀄리티가 올라가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월간 투믹스’의 시도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다.

 

‘월간’ 투믹스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투믹스는 마치 잡지처럼 새로운 브랜드를 꾸리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홈페이지에서도 주간-월간 탭이 분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주간마감으로 퀄리티와 분량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하나를 희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작가의 마감 선택지가 늘어날 가능성 등에 대해서 기대가 높았다. 한 작가는 현재 스타 작가 위주로 구성된 작가진이 다양화되어 신인 작가들에게도 마감의 선택지가 주어졌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독자의 입장에서 읽은 월간 투믹스의 1회분 분량 자체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싶었다. 자기 전에 가볍게 웹툰을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긴 분량이고, 작품을 깊게 소비하는 독자층에서는 긴 분량이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직접 세어 본 결과 작품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대략 230-250컷 정도에서 분량이 형성되어 있었다. 여기서 짚어볼 지점들이 생긴다.

 

첫번째는 분량 자체의 문제다. 요즘 웹툰의 1주당 분량은 60-80컷이 대부분이다. 단순히 계산했을 때, 240컷 분량이면 1달 마감이나 4주 마감이나 그리는 분량이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주간 마감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이 길 수는 있겠으나, 애초에 투입되는 노동량이 같다면 큰 소용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편집부와 작가들 간에 최소-최대 컷수에 대한 조율과 합의가 있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필명 YAKSU 작가는 이에 대해 “주 50컷 분량 정도로 약 200컷 내외로 그릴 수 있게 된다면 작가에게 휴식시간이 보장 될 것 같다”며 “다른 작가들이 300컷씩 그리고 있는데 나만 200컷을 그릴 수는 없다. 이런 부분이 해결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두번째 문제는 연재 주기다. ‘월간’이라는 이름 답게, 월간연재 웹툰은 12 작품이 돌아가면서 연재되는 방식으로 보인다. 하지만 웹툰 독자의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는 그리 높지 않다. 그리고, 주간 연재에 익숙해진 독자들에게 한달이라는 시간은 작품을 잊어버리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매 월 작품이 연재될 때 마다 플랫폼의 프로모션이 중요해 질텐데, 이 지점은 어떻게 해결할지도 주목해야 한다. 아예 어느정도 사전제작을 하고 주간연재 방식으로 업로드를 하는게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가격 또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다. 기존 투믹스의 작품들은 대부분 2코인을 지불해야 하지만, 월간 작품의 경우 3코인이면 충분하다. 독자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효과는 있겠으나, 더 많은 독자들이 작품을 읽지 않으면 투입대비 효율이 낮은 연재방식이 될 수도 있다. 연재는 상대적으로 편하지만, 보장금액 외에 추가 수익을 올리기는 더 힘들어진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남는다.

 

물론, 연재 주기 자체가 길다 보니 유료 웹툰으로서는 주간연재에 비해 장편 연재에 적당하다는 점, 완결 후 결제해야 하는 독자의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회차당 결제 코인이 적어지고, 더 많은 분량을 볼 수 있으니 유입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앞서 말한대로 상당히 긴 호흡으로 연재되다 보니 연재 도중에는 신규 유입이 적게 일어날 수도 있고, 회차별 편차가 심할 수도 있다는 단점은 리스크로 남는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었다면, 상대적으로 통신요금이 비싸고 인터넷이 느린 곳에서 다운로드 받아 소비할 수 있는 웹툰이라면 오히려 이 방식이 나을 수도 있다. 더 좋은 퀄리티에 많은 분량이 해외 독자들에게는 신규 유입요인으로 작용 할수도 있다. 

 

현재 월간 투믹스의 작품 구성은 주로 이세계 판타지, 폭력 느와르 등 남성향이 주 타겟이다.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주요 소비층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보통 월간 연재의 경우 주간 연재물보다 주제의식이나 표현에서 좀 더 무거운 경우가 많다. 일본의 경우도 같은 소년만화의 경우에도 주간 연재에는 <원피스>, <나루토>같은 작품이 연재되고, 월간 매체에서는 <강철의 연금술사>같은 만화가 연재된다. 하지만 투믹스의 월간 연재에서는 이런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매체의 한계를 차치하고라도 장르 다양성이나 작가풀의 다양화에는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직 작품이 공개되지 않은 모 작가의 경우 성추행/성희롱에 대한 폭로이후 연재가 무기한 연기되었다. 투믹스는 추후 진위여부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런 대응 또한 독자들의 반응에 주요한 요소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월간 투믹스는 런칭 소식을 알린 이후로 작가들과 독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웹툰이 본격 성장한지 10년여를 맞는 올해, 네이버-다음 주도의 서비스가 아니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지점이다. 앞서 언급한 우려들이 기우로 끝나고, 작가의 선택지가 넓어지는 방향으로 제대로 정착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웹툰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월간 투믹스가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앞으로의 방향이 주목되는 이유다. 

 

 

작성자: 웹툰평론가 이재민 

작성일: 2018년 3월 14일

등록일: 2018년 3월 15일

수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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