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협회 연구원 칼럼과 똑같은 “웹툰업계 관계자”와 “웹툰 작가”의 말

 


지난 7월에 열린 도서정가제 개선을 위한 공개토론회.

 

도서정가제가 사실상 ‘현행 유지’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웹툰과 웹소설, e북 등은 추후에 계속 논의하는 것으로 일단 일몰기한에 맞춰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대해 여러가지 의견이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이 논의를 통해 웹툰과 웹소설 등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해치지 않으면서 물성이 있는 책과 동네서점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진다면 가장 좋은 해결책을 찾는 방안이 될 겁니다.

 

그런데, 2020년 11월 12일에 뉴스앤북에서 나온 기사에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웹툰업계 관계자와 웹툰 작가가 마치 출판계의 논리를 그대로 전하는 것 같은 말을 했다는 내용의 인용 인터뷰였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웹툰업계 관계자가 “도서정가제를 개정하더라도 ‘전자책’은 정가제에서 제외하거나 별도 적용을 해달라는 것”이라면서 “전자출판물의 예외 적용 주장들 가운데 도서정가제의 취지나 성과를 깎아내리는 잘못된 정보로 소비자를 호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한 작가의 말이라고 적은 부분에서는 “전자책은 동네 서점에서 팔지 않기 때문에 위협 요소가 아니라는 주장은 도서정가제의 취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확산하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동네 서점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며 “도서정가제를 도입한 목적은 문화 공공재이자 문화적 자산인 책의 가치와 다양성을 보호하고, 독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책을 만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토대인 다양한 서점의 생존을 지원하는 것이다. 도서정가제는 창작의 다양성, 출판의 다양성, 유통의 다양성, 독서의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함에 취지가 있다. 유통의 다양성만 따져 보아도, 대형 서점도, 동네 서점도, 웹소설·웹툰 대형 플랫폼도, 중소 플랫폼도 모두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일성했다고 적었습니다.

 

 

* 대한출판문화협회 산하기관 선임연구원 칼럼과 똑같은 ‘웹툰 관계자’의 말

 

그런데 이 내용은 2개월 전인 2020년 9월 11일, 웹데일리에 실린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독서정책연구소 정원옥 선임연구원의 칼럼과 내용이 똑같습니다. 일부 부분은 아예 논지만 비슷한 게 아니라, 표현에서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해당 칼럼에서 “도서정가제는 문화 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중요하고도 실질적인 제도”라고 표현한 부분이 ‘웹툰업계 한 관계자’의 코멘트로 넘어오면 “도서정가제는 문화 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제도”로 옮겨옵니다.

 

 


뉴스앤북의 기사(좌)와 웹데일리에 실린 칼럼(우)

 

웹툰업계 관계자가 했다고 믿기엔 어려운 내용이지만, 심지어 ‘웹툰업계 한 관계자’와 ‘웹툰업계 한 작가’의 말, 그러니까 두사람이 말한 내용이 출판협회 선임연구원의 칼럼과 상당부분 일치합니다. 양쪽 모두가 출판협회의 선임연구원의 칼럼이라면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에디터는 이 기사가 어떻게 쓰였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사 하단에 나와있는 주소로 메일을 보내 취재원을 밝힐 수 있는지 물어보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두번이나 시도를 했는데도 메일 주소는 ‘존재하지 않거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휴면 상태’라는 자동 메일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어떤 웹툰업계 관계자가 출판협회 산하 연구기관의 선임연구원이 한 말과 똑같은 주장을 했는지 알아내는데 실패했습니다.

 

뉴스앤북의 기사에서는 ‘전자책 도서정가제 적용 여부 논란, ‘무료 보기’놓고 가짜뉴스 난무’라는 부제목을 달고 있었습니다. 가짜뉴스는 불신을 먹고 자랍니다.? 가짜뉴스는 가짜 정보를 설명하고, 가짜 정보를 먼저 접한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진짜 정보를 골라내기 어렵게 만들어 건강한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도서정가제는 필요하다면 고쳐서 쓰면 되는 제도입니다. 웹툰과 웹소설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등장했다면, 무조건 적용이 아니라 적용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웹툰업계의 주장이라면서 출판협회 연구원의 말을 그대로 옮겨 적어 놓는다면, 이렇게 떨어진 신뢰를 다시 얻기는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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