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협회가 네이버 카카오에게 ‘생태계 파괴를 멈추라’며 발표한 성명은 어딘가 이상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네이버와 카카오의 출판 생태계 ‘파괴행위’ 시정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출협은 “구글 갑질 방지법이 통과되었지만,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갑질도 구글과 다를 바 없다”며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대기업의 독점이 우려되는 지점, 특히 플랫폼의 독과점이 악영향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은 정당합니다. 하지만 출판협회가 지적한 내용은, 그동안 출판협회가 보여준 행동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 독점작은 나쁘다?
출판협회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불공정행위를 파악한 바에 따르면, 카카오는 소위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자사의 독점작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마케팅을 추가로 해준다는 명목으로 유통수수료 20%를 별도로 출판사와 작가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말하며 “이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결과물이지만 공정위는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유통사가 독점작의 매출을 신장시키기 위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집행하는 것이 불공정인지는 논의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특정 제작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카카오엔터가 투자를 단행한 기업에게만 이런 계약을 진행한다면 불공정하지만, 매출신장을 위한 계약에 출협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어딘가 이상합니다. 공정위가 왜 침묵을 하는지 잘 생각해봐야 하는 지점입니다.
웹툰, 웹소설 플랫폼은 서점과 다릅니다. 하지만 출판협회는 똑같다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지점입니다. 만약 출간된 단행본을 서점 한 군데에만 독점 공급하도록 하는 건 불합리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독점작이 곧 플랫폼의 파워이기도 합니다. 출판협회의 지적은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가 IP확보를 위해 벌이는 ‘IP 전쟁’, 넷플릭스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더 많은 매출, 더 높은 사용자 확보가 목적인 플랫폼간의 경쟁의 일환인 독점작 프로모션과, 서점 한군데에만 진열하는 책과는 산과 바다만큼의 차이가 있습니다.
* 출협 ‘표준계약서’의 포괄적 조항은 잊었나
더불어 출판협회는 “‘웹소설 원작 웹툰화’를 명목으로 영상화, 드라마, 해외판권 등 2차적 저작권을 출판사와 작가에게 강요하다시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 출판협회가 발표한 이른바 ‘표준계약서’에는 하나의 계약서에 오디오북을 포함한 2차적 저작물 계약을 포괄적으로 묶은 계약서를 ‘표준계약서’라고 발표한 걸 생각하면, 현재 별지로 분리되어 계약을 맺는 웹툰계와도 맞지 않습니다.
심지어 출판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표준계약서’가 작가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신청인이 주장하는 사정 및 제출 자료만으로는 문체부 고시로 인해 어떠한 구체적 손해가 발생한다는 것인지 소명이 부족하다”며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스튜디오N을 통해 <타인은 지옥이다>, <스위트 홈> 등을 제작해 선보인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엔터는 카카오M을 통해 <아만자>, <며느라기>등이 호평을 받으며 안착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강요하면 불공정 소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작사들 중에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회사가 보유하고 있기를 원할 경우, 계약을 맺지 않는 경우도 흔합니다.
* 기다무가 무료작품?

 

출판협회는 “‘기다리면 무료’ 마케팅 때문에 작가의 작품이 무료로 서비스 된다” 고 주장했습니다. “노출의 주목도와 빈도로 작품의 판매량이 결정되는 카카오 판매 시스템상 카카오가 원하는 대로 무료로 제공하지 않는 이상, 매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작가와 출판사는 어떤 대가도 없이 작품을 무료로 풀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는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경쟁 플랫폼조차 대가 없이 무료로 제공하는 작품의 숫자만 늘릴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웹툰과 웹소설 유료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2013년 이후, 지금의 웹툰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가 바로 ‘기다리면 무료’라는 점은 빼놓고 있습니다. 물론 ‘선택권’ 자체가 사라진다는 점,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지만, 그 한계를 만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출판협회가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도서정가제라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기다리면 무료는 단순히 작품을 무료로 제공하는게 아닙니다. 말 그대로 플랫폼에 더 오래 독자들을 머물게 하고, 락인(Lock-in)효과를 불러오기 위한 전략의 일환입니다. 결제하면 결제했기 때문에, 기다리면 기다렸기 때문에 플랫폼에 머물게 되고, 익숙해지게 되는 거죠. 전략에 대한 이해 없이, 출판계의 입장에 맞춘 무조건적인 비판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 기다리면 무료가 나쁘다는 건지, 좋다는 건지
출판협회는 또한 “카카오는 투자 자회사에게 ‘기다리면 무료’ 프로모션을 1개월 미만의 빠른 시간 내에 제공하기도 하지만, 비투자 출판사들에 대해서는 심사기간만 최소 6개월 이상 기다리게 하는 등 마케팅이나 유통과정에서 불이익한 차별 대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단, 앞에서는 기다리면 무료가 작품을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나쁘다고 말 해 놓고, 자회사에게는 ‘기다리면 무료 프로모션’을 제공한다고 말한 것부터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다리면 무료가 나쁘다는 건지, 좋다는 건지 입장을 명확히 했으면 더 이해하기가 쉬웠을 겁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웹툰, 웹소설 업계의 진통은 디지털 콘텐츠 분야의 성장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아직 제도가 따라오지 못하고, 업계가 급변하면서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당연히 플랫폼의 반성이 필요한 지점이 있고, 힘과 정보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 역시 필요합니다. 출판협회의 이번 성명에서 납득이 가는 부분은 ‘차별적 대우는 나쁘다’ 입니다.
네이버는 네이버 쇼핑과 동영상을 상단에 보여주도록 알고리즘에 손을 댔다가 과징금 269억을 부과받은 바 있습니다. 이렇게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건, 기존의 법으로도 충분히 살필 수 있습니다. 그간 출판계에서는 웹소설을 두고 “우리에게도 ‘중간 문학’이 생겼다”거나, “그동안 없었다가 갑자기 등장한” 같은 수식어를 붙였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선 어이가 없는 평가입니다. 그동안 여기에 있던 작가와 독자들은 모른 척 해 놓고, 이제 와서 ‘책’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자세니까요. 그러면서 이른바 ‘구름빵 사태’를 없는 셈 치고, 자신들의 잘못은 가리고 타인의 잘못은 크게 부풀리는 출판계의 성명은, 당장 3년 뒤인 도서정가제 개정과 출판계의 욕망을 향한 질주처럼 보입니다. 
Categories: NEWS
웹인편집부

Written by:웹인편집부 All posts by the author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