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소 맨처럼 일본에서 모두가 박수칠 때 떠나는 작품이 늘어나는 이유

 

NHN계열의 일본 미디어 기업 라이브도어에서 재미있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인기 절정에서 연재종료하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에 대한 분석인데, 이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박수칠 때 떠나는 작품들로는 최근 완결을 발표한 <체인소 맨>, <약속의 네버랜드>, <귀멸의 칼날>, <하이큐!>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 ‘새로운 판’ 짜는 점프
단순히 애니화된 작품이 아니라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작품들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아쉬움도 컸습니다. 더군다나 소년점프는 그동안 작가를 어떻게든 설득해 작품의 연재를 길게 끌고 가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따끈따끈 베이커리>등의 괴작(..)도 적지 않았습니다. ‘인기작을 길게 연재해 인기를 유지한다’는 기존 전략을 바꾼 건, 결과적으로 생태계를 위한 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원피스>에 대한 독자들의 불만 역시 비슷한 맥락이죠.
소위 “원나블”의 시대에 소년만화라는 장르 자체가 침체됐던 것 처럼, 새로운 작품보단 기존의 이야기를 답습하는 작품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성공이 보장된’ 장르가 있다면 새로운 도전을 하기 어렵고, 기존 편집자들의 눈 역시 거기에 갇히게 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신인 작가를 키우기 어렵게 만들고, 독자를 매혹시킬 새로운 틀을 가진 작품을 찾아내기 어렵게 만드는 색안경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당연히 연재가 길어지면 주제부와 이야기가 반복되고, 새로운 것을 위해 무리수를 두거나 아예 작가 본인의 애정이 식어버리는 일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작가들이 등장할 시간을 벌고, 다양한 작가들이 자신의 매력을 뽐낼 수 있도록 하는 이 흐름은 소년점프가 예전부터 가졌던 ‘신인 육성’기조를 더 강력하게 가져가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라이브도어의 기사에서는 슈에이샤 내부의 디지털 만화+웹툰 연재 플랫폼인 ‘소년점프 플러스’의 등장이 큰 자극제가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내부의 경쟁자가 소년점프가 새로운 선택을 하도록 유도했다는 이야깁니다. 결국, 이런 경쟁체제가 소년점프가 새로운 판을 짜게 만들었다는 거죠.
* 상업적 판단 역시 주효했다
단순히 ‘경쟁과 새로운 작가 유입’을 위한 판짜기만은 아닙니다. 그간 수십년동안 보유한 데이터를 통해 터득한 것을 적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원작이 지나치게 길면 미디어믹스가 어렵고, 미디어믹스를 하더라도 원작 팬들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2쿨 정도의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가볍게 볼 수 있고, 더 많은 독자들을 유입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만화만으로 승부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믹스 전략을 세워 수익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판단이 가능했다는 점을 제외할 수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런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그동안 기회를 받지 못했던, 또는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았던 작가들을 다시 발굴해 연재를 할 수 있는 작가풀을 갖추고 있는 점프에겐 ‘다양한 실험’의 장이 열리게 됩니다. 큰 부담 없이, 연재 경험이 있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작가들의 흥미로운 시도가 가능해지는 거죠.
그 과정에서 발굴한 것이 바로 <체인소 맨>이었다고 라이브도어의 기사에선 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잡지 연재에 대한 독자 반응뿐(소위 앙케이트)이 아니라, 훨씬 더 다양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거죠. 애니메이션화 이후의 반응, 굿즈, 단행본 발매 후의 반응 등을 살펴보면서 작품을 보다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 웹툰은 어떻게 봐야 할까?
먼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마친 조석 작가가 <후기>까지 완결하면서, 기존 장기 연재 시대가 어느정도 저물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2010년대를 주름잡았던 신-노-갓 중 한 작품인 <노블레스>도 완결을 맞았죠. 하지만 5년 이상 연재중인 작품도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웹툰은 지금까진 기본적으로 수년간의 연재를 기본으로 합니다. 주간연재를 기준으로 1년 연재는 대략 50화 내외고, 2년 연재를 해야 100화 정도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어느정도 이야기를 전개할지 정해놓고 연재를 들어가더라도 이야기가 길어지기 마련입니다. 역시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편집부의 역량입니다. 이야기를 만들기 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이야기의 전개방향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주간연재에 한번 쉬는게 큰 영향을 주는 현재 분위기에선, 일단 연재가 들어가면 이야기를 논의하고 수정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합니다. 또,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전반적으로 편집자와 깊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품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작가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미디어믹스와 글로벌 플랫폼 진출이라는 과제는 어느정도 궤도에 올랐습니다. 당연히 페이지라는 한계를 가지는 잡지 시스템보다 더 많은 작품을 연재할 수 있고, 따라서 신인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은 장점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주간마감을 모두 책임지고, 시간이 부족해 편집자의 서포트가 빛을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무리가 따른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단순히 미디어믹스를 통해 판매부수를 끌어올리고 연재를 유지하는 그동안의 시스템을 갈아엎은 소년점프가 보여주는 쇄신은 웹툰계에도 고민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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