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분해, 재구축: 이 세계에서 연금술은 과학입니다

 

 

친구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이 난리가 났다. 친구들이 나를 찾는 건 드문 일이다. 아침부터 왠 난리람, 하면서 톡방을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갔더니, 이유가 나왔다. 바로 <강철의 연금술사> 때문이었다. 연재가 끝난지 10년이 된 작품이 다시 이슈가 된 건, 당연히 웹툰 버전으로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를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출판만화로 첫 선을 보였던 명작을 웹툰으로 만들었던 시도는 몇차례 있었다. 2019년 2월에는 <용비불패>가 스크롤 방식으로 재편집되어 <용비불패 완전판>으로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됐고, 2019년 11월부터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시리즈에서 임혜연 작가의 <눈이 나려 꽃>이 풀컬러 웹툰으로 재탄생해 연재중이다. 이 작품은 단행본으로 연재되던 중에 웹툰으로 형식을 바꿨다. 7월에는 <기생수(기생수 [컬러웹툰])>가 네이버 시리즈에서 선보였고, 그리고 9월에는 <강철의 연금술사(강철의 연금술사 컬러웹툰)>까지 온 셈이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지금도 흔히 쓰이는 ‘작품 연성’이라는 말의 뿌리로, ‘등가교환’이라는 밈의원천으로 잘 알려져 있다. 10년 전에 엔딩을 본 작품이 다시 연재한다는 말에 가슴이 웅장해진 친구들에게 저런 내용을 설명할 수는 없으니, 친구들의 질문을 찾아냈다.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은 내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러게, 나는 어떻게 생각하지?

 

 

* 이해: 출판만화 <강철의 연금술사>

 

<강철의 연금술사> 속 세상에서는 연금술이 과학의 일종으로 여겨진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작품 속에서는 분자에 가깝지만)를 이해하고, 연성진을 그려 분해하고 재구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 모래에서 철로 만든 창을 뽑아낼 수도 있고, 철의 형태를 자유롭게 변형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의 세계에선 조금 다르다. 물질을 변형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특히 <강철의 연금술사>처럼 아예 다른 물질로 변성시키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론 작품 속에서도 이 에너지에 관한 부분을 풀어내긴 한다. 그런데, 현실에선 이 과정에서 소실되는 부분이 생긴다. <강철의 연금술사> 속 ‘등가교환’과 달리, 필연적으로 소실되는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이건 작품을 다른 매체로 ‘연성’할 때도 마찬가지다. 웹툰 원작의 드라마를 만들 때, 영화로 제작할 때, 웹소설을 웹툰으로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출판만화 <강철의 연금술사>는 물론이고 모든 출판만화를 웹툰으로 만들게 되면 소실되는 부분이 생긴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보는 출판만화의 시선의 흐름이나 넘기는 행위 덕분에 가능한 연출이 불가능해지고, 시선의 흐름에 따라 컷의 크기를 조절하고 말풍선을 배치하는 것 역시 무의미해진다. 그러니까, 웹툰화를 하면 ‘출판만화’로서의 장점이 모두 소실되는 셈이다.

 

 

* 분해: 어디까지 분해해야 하나

 

먼저 출판만화를 웹툰으로 재구축하려면 제대로 분해하는 것이 가장 우선 과제다. 기존의 다른 작품들의 경우 페이지 판형을 그대로 스크롤로 이어붙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경우에는 페이지뷰와 스크롤 방식을 병행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스마트폰에서 가독성에 문제가 있었다. 또, 한 페이지 전체를 사용하는 연출의 경우 독자경험을 해치기도 했다.

 

또 다른 방식은 컷을 잘라서 웹툰 편집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용비불패 완전판>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페이지 방식에서 작은 컷이었다 할 지라도 웹툰에서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컷의 크기를 키우고, 불필요한 컷은 줄이거나 잘라내는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방식 역시 애초에 페이지 만화에 맞춰 기획된 작품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웹툰판 <강철의 연금술사> 2화 중 일부 갈무리. 출처 카카오페이지

 

<강철의 연금술사>는 보다 과감한 방식으로 분해했다. 캐릭터 하나하나에 붙어있는 스크린톤을 전부 제거하고 채색을 한 것은 물론이고, 말풍선 위치는 물론이고 필요한 부분은 더하고, 필요 없는 부분은 잘라내고, 연출의 방식에서 독자 경험을 살리는 방식을 최대한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예를 들자면 웹툰판 2화에서 로제가 에드워드와 알이 아닌 코네로를 선택하는 장면은 출판만화에선 가로로 길게 그려져 있지만, 이걸 그대로 살리기보다 위-아래로 컷을 나누고 시선의 흐름이 닿는 순서대로 배치했다.

 

 

* 재구축: 웹툰 <강철의 연금술사>

 

이렇게 거의 완전 분해 후 재구축을 통해 만들어낸 웹툰판 <강철의 연금술사>는 출판만화로서 맞춰져 있던 구성을 과감하게 버리고 웹툰으로 완전히 재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재구축’이라는 표현만큼 딱 맞는 표현을 찾기 힘들 정도다. 이렇게 ‘표현되는 방식’에 대한 이해-분해-재구축 3단계가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 <강철의 연금술사>가 가지는 특징 덕분이다.

 

 

간단하게 도식화한 <강철의 연금술사> 10권 크세르크세스 유적 발견 장면. 읽는 순서는 우-좌.

파란색은 말풍선을 기준으로 시선의 흐름을 맞췄다. 맨 아래는 말풍선이 아니라 에드워드의 얼굴이 있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양 페이지 전체를 쓰는 연출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단행본 10권에서 에드워드가 크세르크세스 유적을 발견하는 장면에서, 마지막 왼쪽 페이지에 시선이 닿는 거대한 크세르크세스 유적을 양 페이지에 할애해 압도적인 감각을 선사하기보다 에드워드의 시선을 따라 한 페이지 내에서 유적을 발견하도록 만든다. 또한 액션을 제외하면 동작을 묘사하는 컷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20여년 전에 연재를 시작해 10년 전에 끝난 작품이다 보니 서사의 속도가 지금의 작품과 다르다는 점이 앞으로 웹툰으로 감상하면서 살펴봐야 할 점이다. 물론, <강철의 연금술사>는 끝도 없이 늘어지는 파워업 과정과 등장인물 TMI 풀어내기가 없는 작품이다. 카카오페이지에서도 “가장 완벽한 기승전결”이라는 문장으로 이 작품을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권’으로 소비될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출판만화와 1화씩 소비를 전제로 만들어내는 웹툰의 속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는 작품의 연출에 따라 분량을 조절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지 제공 분량 기준으로 3화는 59쪽, 5화는 128쪽인데, 단행본의 1~2화 분량이 웹툰에서 1~5화 분량에 해당한다. 약 2.5화가 단행본판의 1화 분량인 셈이다. 분량에 얽매이거나 출판 판형에 맞춘 연재분량을 생각하기보다, 웹툰에 최적화된 연재 분량을 맞추는걸 우선으로 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웹툰’으로 표현방식은 바뀌었지만, 그 방식이 표현하는 서사 자체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웹툰 <강철의 연금술사>는 굉장히 훌륭한 컨버전이자, 기대작이기도 하다. 또한 <강철의 연금술사>를 출판만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만 접했던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뿐만 아니라 웹툰으로 읽다가 간질거리는 덕심에 e북을 구매한 나와 내 친구들처럼, e북 판매량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끼쳤는지도 궁금해졌다. 이래저래, <강철의 연금술사>는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명작일 뿐 아니라 어떤 형태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힘을 가진 작품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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