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혁 ‘오버스팀’ 스토리 작가 인터뷰 – “오버스팀, 다양한 인간 군상 아우르는 판타지로 만들고 싶었다”

어떤 때는 만화가, 어떤 때는 음악가, 어떤 때는 웹툰 스토리작가로 나선 사람이 있다. 다재다능하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동시에 “욕심이 많고 재능이 많다 생각하진 않는다”라고 말하는 사람. 만화와 음악은 물론,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인문학과 엮어 거리낌 없이 내비치는 사람. 웹툰 ‘오버스팀’의 유동혁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오버스팀은 그가 처음으로 2011년에 단편을 연재하며 다음 웹툰에 데뷔한 후 스토리를 맡은 작품이다. 어느덧 3년차를 맞은 이 웹툰은 이제 131화로 길었던 1부를 끝내고 2부에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완결을 앞두고 그를 만나 작품, 그리고 그 배경에 대해 들어 보았다.

* 본 게시물은 웹툰인사이트와 웹툰 인터뷰/상품 전문매체 팀 프레젠트[바로가기] 공동 기획입니다. 

 


?< 유동혁 ‘오버스팀’ 스토리 작가 >
 

 

오버스팀, 수년에 걸친 기획과 연재까지

 

유동혁 작가는 2011년 8편짜리 단편 ‘그녀의 수염’으로 데뷔했다. 단편으로 데뷔해서 반응을 보고 정식 작가가 되는 루트를 타는 시대였다. 웹툰이라는 포맷을 통해 돈보다는 만화를 그리고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데뷔를 결심했다. 정식과 비정식이라는 개념도 모호했고, 고료도 적었지만 상관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한 작품을 마친 그는 2007년부터 기획에 들어갔던 오버스팀의 구현에 들어간다.  

“원래는 다른 작가님하고 작업을 하다, 이 친구가 힘들 것 같다 해서 접으며 제가 넘겨받게 된 거에요. 뜻은 소위 ‘스팀받는다’라는 말에서 나왔는데, 쉽게 말해서 엄청 열 받았다는 거죠. 분노나 폭주를 말하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고 싶었어요.”

 

오버스팀은 처음부터 다크판타지를 의도하고 진행된 작품이었다. 유 작가는 이에 대해 어린 시절 좋아했던 작품들을 들며, 당시 작품들의 어두운 정서와 인간 심리에 관한 이야기들을 최근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게 아쉬워서였다는 이유를 들었다.  

“사람들이 저는 판타지 만화를 제일 안 할 것 같은 사람이라고들 생각하시더군요. 그런데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고 지배적인 영향을 준 게 ‘기동전사 건담’과 ‘에반게리온’이었어요. 이후로는 ‘기생수’나 ‘카우보이 비밥’을 즐겨 봤죠. 다루는 정서가 어둡고 인간 심리, 그 중에서도 열등감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하려고 노력하는 작품들입니다. 21세기 장르물에서는 이런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불만이었기에 한 번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첫 번째 독자도 제 자신이었고요.”

 

이런 의식들이 반영되며, 오버스팀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기본 틀로 잡고 시작됐다. 주인공격인 캐릭터 ‘도리안’이 있음에도, 다른 캐릭터들의 심상 묘사는 물론 과거까지 일일히 서술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연재를 진행하며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주인공이 누구냐’였습니다. 도리안이라는 캐릭터가 결국 제일 중요한 건 맞아요. 그렇다고 해서 다른 캐릭터의 생각이나 심리를 놓치면 안된다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이게 더 어려워요. 그래도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묘사해내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일 뿌듯한 댓글이 무엇이냐 하면, ‘이게 판타지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간다’입니다. 제가 만든 세계 안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이 현실 속 대상들을 떠올리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장편 전개의 밀도를 더하기 위해, 유 작가가 주목했던 것은 ‘상징’과 ‘입체감 있는 캐릭터’였다. 상징 같은 부분은 단어는 새롭게 만들되, 내면에 현실의 상황을 가져와 담는데 주력했다. ‘탈라이브’와 ‘드라칸’과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판타지라고는 해도 너무 현실과 동떨어지는 건 원치 않고 좋아하지도 않거든요. 그래서 상징성이 중요하다 생각했어요. 인간이 드라칸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문명을 발전시킨다는 것은, 현실에서 공룡의 화석을 원료로 하는 석유를 이용해 문명을 발전시킨 것을 상징합니다. 공룡이라는 존재가 인간에게 있어서는 공포의 대상이었을 테고, 여기서 만들어낸 것이 탈라이브와 인간 관계인 거죠. 이런 식으로 신화성을 띄는 상징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캐릭터 쪽에서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다룸과 동시에, 과거 극화에서 강조됐던 ‘입장’과 ‘퇴장’의 시점에 특히 중점을 둔 모습이었다. 유 작가는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마스터’와 ‘케니’”였다고 언급하며, 죽는 시점을 다루는 데 무척 신중했음을 말하기도 했다.  

“등장인물은 사실 다양한 인간군상이죠. 어떤 사람은 누군가를 끊임없이 배신하는 존재지만, 어떤 사람은 맹목적으로 이 사람을 도와주려는 사람도 있고요. 또 어떤 이는 이 사람을 계속 배신하는 존재처럼 묘사됐지만 실제로는 이 사람을 끊임없이 도와주려 했죠. 마스터나 케니 같은 경우, 죽으려는 모습 같은 게 저한테도 되게 중요했던 거 같아요. 현재 이야기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 생각하는 부분이거든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 이야기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죠.”

 

이런 전개가 되며, 애니메이션 풍의 그림 스타일이 필요해졌다. 그림을 맡은 서윤교 작가와 힘을합친 것이 이 때였다. 학교 동기이자 미술학원에서 함께 일한 사이였기도 했지만, 두 사람이 되면서 작업은 더욱 힘들어졌다. 한 사람 분의 고료를 두 사람이 나눠서 생활을 겨우 지탱할 정도였다.  

“힘든 상황에서 작업을 계속 했었어요. 스토리를 작업해 나가는 것도 어려운 문제였지만, 생활쪽으로는 생활고에 시달렸어요. 현실적으로 너무 아쉬울 때가 많았어요. 서윤교 작가님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냥 휴재를 하고 싶은데 그러면 생활이 안 되니까…쉽지가 않죠.

한 명분 고료 100만원을 둘이서 나눴다 보니, 처음에 50만원씩 받고 했어요. 결국 짬짬이 다른 일도 했는데, 4년간 조금씩 고료가 올라가며 지금은 어느 정도 생활은 될 정도가 됐습니다. 문제는 몸이 안 좋아졌죠. 저도 지병이 생겼고, 서 작가님도 손 근육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유 작가의 현실적 문제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됐다. 그는 이 중에서도 특히 유료화에 대한 아쉬움을 꼽기도 했다. 실제로 설정이나 전개가 심화되는 부분에서 갑작스레 유료화를 진행한 현실적 타협 부분 이야기다.  

“유료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본래는 1부를 끝내고 유료화를 할 생각이었죠. 그런데 다음 측에서도 계속 유료화를 권했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니 타협을 볼 수밖에 없었어요. 저도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무료로 계속 풀어 두고 싶었는데 많이 힘들다 보니까 어쩔 수 없었죠. 사이드 스토리를 처음에 기획한 이유기도 한데, 새 시즌 시작할 때 이것만 보고도 어느 정도 정리될 수 있도록 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됐어요.”

 

 

그림과 스토리 작가, 두 사람이 만든 하나의 작품

 

두 명이 함께 작업하는 만큼, 스토리 못지 않게 그림 작가인 서윤교 작가의 비중도 적지 않을 터.인터뷰 중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유 작가는 기본적으로 캐릭터 디자인이나 작화, 연출의 편의는 최대한 서 작가에게 일임하되, 스토리에서는 함께 작업해나간다는 이야기를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서 작가님이 이야기나 콘티가 납득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시기도 합니다. 대부분 제가 설득하곤 하지만, 이야기가 맞다 싶으면 변경을 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빌렌’ 캐릭터는 본래 기획안이 이 정도로 길지 않았어요. 그런데 서 작가님이 캐릭터가 죽었을 때 임팩트를 줄려면 더 밀도있게 다루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셨거든요. 제 의견으로는 죽이는 거였는데, 살려두는 게 전개상으로 재미있는 요소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을 주셨죠. 그래서 이야기를 짜는 게 복잡해지고 어려워질 수 있겠지만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버스팀의 전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캐릭터의 생존과 사망’ 역시 이런 토의 속에 완성됐다. 캐릭터를 무척 아끼는 서 작가의 반대 속에 캐릭터를 죽이고 살리는 시기에 더욱 신중해진 것이다. 유 작가 역시 가장 아끼는 캐릭터를 이렇게 고민 끝에 죽이겠다 결정했다고 한다.  

“처음에 정말 안 죽을 거 같은 캐릭터를 단번에 죽인다 의도했을 때 서 작가님이 엄청 반대하셨어요. 결국 제가 이야기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게 필요하다, 한 번 보고 나면 다음에 비중 있는 캐릭터가 위기에 처했을 때 진짜 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아슬아슬한 상태를 독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된다고 합의를 봤죠.  

제일 애정이 있던 캐릭터인 케니가 그렇게 죽었어요. 그러고 나서는 죽일지 말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해요. 제 쪽에서는 먼저 죽이자는 이야기를 던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전개상으로 죽이는 게 옳다는 입장을 취하죠. 서 작가님이 사실 저보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더 크신 거 같아요. 웬만하면 다 살려두고 가시려는 편이라 많은 토론을 통해 생사여부를 결정합니다.”

 


<연재 당시 많은 화제가 된 70화>

 

이렇게 논의를 통해 결정된 것 중에는 웹툰 연출에서 처음 시도된 ‘역방향 스크롤’ 구성도 있었다. 기억을 읽는다는 능력을 역순으로 구성해, 스크롤을 내렸다 다시 올려가며 이야기를 보도록 연출한 것이다. 유 작가는 이 역시 서윤교 작가의 아이디어라고 공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 연출은 서 작가님의 아이디어가 컸어요. 도리안의 능력은 발동시켰을 때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데, 이게 암시됐었죠. 특수한 형태의 능력을 가지고 역순으로 생각을 읽어가는 거죠. 이 구성을 서 작가님이 이야기하셨을 때는 보기 너무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고민은 했는데, 반대는 하지 않았죠.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고 아이디어가 있다면 도전하는 것이 좋다 봤고, 해 보니 실제로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그래서 이후로 서 작가님의 비중이 더욱 커진 것 같습니다.”

 

 

미리 듣는 오버스팀 시즌 2,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

 

그럼 이후의 오버스팀은 어떻게 될까. 먼저 주인공인 도리안이 앞으로 얼마나 더 고생하게 될지부터 질문을 시작했다. 유동혁 작가는 “고생할 수밖에 없죠”라고 웃으며 답하고는, 다음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금까지가 1부 마무리 단계입니다. 액션이 중요하고 그 안에서의 중요 캐릭터…처음에는 빌렌이라는 남자와 대령, 로잔느가 있었고, 여기에 전쟁이 시작되면서 다른 캐릭터들이 나오고 마무리를 도리안이 짓는 구도로 가게 되고요. 이 부분이 끝나고 나면 2부가 시작될 지점에서 지금까지 이야기들을 하이라이트처럼 정리하고 들어갈 생각입니다. 보고 1부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볼 수 있게 말이죠.”

 

독자의 이야기나 많이 지적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신경써서 읽고 있지만, 동시에 작가로서의 의도를 지키며 끝까지 진행하고 나면 인정을 받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조연 같은 캐릭터는 살아남고 주인공 같은 캐릭터는 죽는 전개를 계속 의도했는데도 산만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받았어요. 1화 처음 올라왔을 때 이 이야기는 “스토리의 원칙을 파괴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어요.

저희 세대는 이런 전개에 어느 정도 익숙한데, 지금 독자 세대는 속도감 있는 만화에 더 익숙해 보여요. 그런데 모든 작품은 현재 시점에서는 전개가 늘어지는 걸로 보일 수밖에 없어요. 일본의 잘 나가는 만화, 예를 들면 배가본드 같은 경우도 4년째 농사만 짓고 있거든요. 결국 작품의 완성도는 여러 편을 늘어놓고 처음부터 길게 봤을 때에야 얼마나 좋은 작품인지를 알 수 있는 거라 보거든요. 저는 당장의 이야기보다는 오래 가고 지속될 수 있으면 결국에는 사람들이 인정해 줄 수밖에 없다 봐요.”

 

여기까지 말을 마친 그는, 마지막으로 이후의 전개에 대해 기대해달라는 말을 했다.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을 작품을 만들겠다는 포부, 오버스팀 시즌 2에서 그 결실을 만나 볼 수 있지 않을까.  

“1부보다는 2부가 훨씬 재미있을 거다, 이것 하나는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이야기가 계속 쌓이는 형태다 보니까, 한장 한장 봤을 때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쌓여 거대한 산이 됩니다. 보시는 분이 한 분이라고 해도 ‘진짜 이 작품은 너무 좋아.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아’라 말할 수 있는 분을 위해 만드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죠. 정말 봐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고민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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