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패드는 어떤 작품을 원천 IP로 주목할까? 해답은 2021 왓티 어워즈에!

작년 한 해 웹툰업계에 있었던 소식 중 가장 빅뉴스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네이버의 왓패드 인수일 것입니다. 투자는 자주 해도 인수는 드물었던 네이버가, 웹툰계 사상 최대 규모인 6600억원에 지분 100%로 왓패드를 인수할 것이란 내용을 발표했으니까요. 왓패드 인수 계획을 발표한 것이 작년인 2021년 1월, 그리고 인수를 완료한 것이 같은 해 5월입니다. 

왓패드에서는 매년 그 해 왓패드에서 연재한 작품들을 부문별로 뽑아 수상을 하는 ‘왓티 어워즈’를 진행합니다. 수상작은 왓패드 내부인으로 구성된 심시위원들의 심사로만 결정되며, 원천 IP가 필요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됩니다. 즉, 왓티 어워즈에서 어떤 작품이 상을 받았고, 어떤 경향성이 있었는지를 살펴보면 왓패드가 어떤 작품을 잠재력 있는 IP로 주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뜻이죠. 작년에 진행된 2021 왓티 어워즈는 네이버가 왓패드를 인수한 후 처음으로 진행된 왓티 어워즈입니다. 가장 최근 경향이 담겨있는게 바로 2021 왓티 어워즈인 것이지요. 그럼 2021 왓티 어워즈에서 어떤 작품들이 상을 받았는지, 나타나는 특징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왓티 어워즈란?

왓티 어워즈는 총 60작품을 수상하며 수상 부문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대상, 베스트 표지상, 베스트 캐릭터상, 베스트 세계관상, 베스트 반전상, 베스트 후킹상(catchiest hook)이 있는데요. 베스트 표지상을 제외하고는 각각 1작품씩 수상합니다. 또한 paid stories(유료) 상에는 3작품이 선정됩니다. 이외에 12개의 장르 부문이 있는데요. 각 장르별로 5개 내외 작품을 선정합니다. 12개 장르는 칙릿(chicklit), 팬픽션, 판타지, 역사, 호러, 미스터리&스릴러, 파라노멀(Paranomal 초자연적인), SF, 웨어울프(werewolf 늑대인간), Young Adult(주요인물이 10대 후반~20대 초반인 장르), New Adult(주요인물이 18~30세인 장르)입니다. 판타지나 SF 외에 파라노멀을 따로 구분하는 것, 영어덜트, 뉴어덜트를 장르로 구분하는 것, 그리고 웨어울프가 소재가 아닌 장르로 여겨진다는 점이 한국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네요.

왓패드가 글로벌 서비스인만큼 영어를 포함한 총 10개 언어로 진행되며 각 언어별로 각각 수상을 합니다. 또한 왓티 어워즈는 왓패드 구성원으로 꾸려진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하며, 주요 심사 기준으로는 캐릭터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얼마나 독자들을 확 잡아 끄는지(hook), 문체가 잘 구성되어 있는지, 세계관이 얼마나 잘 설계되었는지, 완급 조절을 얼마나 잘 하는지, 맞춤법과 문법은 정확한지 등이 있습니다. 

 대상 작품은 종이책 출간이 확정되고, paid stories 부문은 다음 해에 유료화가 진행되며(※왓패드에서는 왓패드의 선택을 받은 작품만 유료화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작품에는 왓티 어워즈 수상작 뱃지가 붙고, 왓패드의 프로모션을 받으며,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에서 원작 IP를 모색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됩니다.

 

왓티 어워즈 수상작들로 본 특징

 2021년 왓티 어워즈는 작년 7월에 접수를 시작해서 12월에 최종 수상자들이 발표되었는데요. 수상한 작품들을 살펴보며 몇 가지 특징을 뽑아보았습니다. 

 

1) 조회수가 높지 않아도 IP로서의 가능성은 인정

 왓패드는 월간 이용자가 9천만명이 넘는 초대형 플랫폼인만큼 조회수가 찍히는 숫자도 남다릅니다. 조회수가 최상급인 작품은 억 단위로 찍힐 정도지요. 그렇지만 2021 왓티 어워즈 수상작은 1만에서 10만 대의 조회수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가장 조회수가 높은 작품은 830만이고, 조회수가 천 단위인 작품도 10 작품이나 됐습니다. 대상을 수상하여 종이책 출간이 확정된 <Mask of Celibacy(독신주의의 가면)>?은 조회수가 8만입니다. 그나마 유료화가 되어 당장 수익을 내는 ?paid stories ?부문의 경우는 40만, 8만, 23만으로 다른 수상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정리하면 왓패드 심사위원들이 현재 가장 많이 읽히고 인기 있는 작품보다는, 작품의 내적인 완성도나 그 작품 고유의 매력 등에 집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지점입니다. 특히 왓티 어워즈의 목적이 IP 발굴에 있다고 본다면, 심사위원들은 당장의 조회수보다는 내부적으로 세운 기준에 적합한 작품들이 IP 확장을 위한 원천 IP로서 매력을 가진 작품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디터가 정리한 2021 왓티 어워즈 수상작 조회수 중 일부. 상대적으로 도드라지는 수치에 볼드처리를 했다.

 

2) 장르화가 덜 된 왓패드의 웹소설

 왓티 어워즈 수상작들은 장르 문법이 확고하고 특정 장르로의 쏠림이 심한 한국과는 달리, 같은 장르여도 소재나 전개가 판이하게 다르고 장르 분포도 고른 편입니다. 예를 들면 <Priestess of The Moon(달의 여제)>와 <The Dark Dark Woods(어둡고 어두운 숲속)>는 둘 다 판타지 장르에서 수상했는데, 전자는 고대 중국 배경의 운명적인 러브스토리고 후자는 마법이 있고 몬스터가 등장하는 무서운 숲에서 탈출하는 다크판타지입니다. 

 또한 스낵컬처로서 가볍고 빠른 전개가 아예 장르 문법으로 자리잡은 국내 웹소설과는 달리, 왓티 어워즈에서는 ‘한국 웹소설이었으면 절대 안 팔릴 것 같은’ 소재와 전개도 꽤 눈에 띄었습니다. 베스트 캐릭터상을 수상한 <All That Remains(남은 모든 것)>은 과거 학교 최고 인기남한테 성폭력을 당한 주인공이 자신을 괴롭게 하는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간다는 내용이고, 뉴어덜트 부문을 수상한 <Relative Fiction(비교적 소설)>은 마약 중독인 주인공이 약물 치료를 위한 테라피 그룹에 나갔다가 만나게 된 여성과 점점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입니다.

 어떻게 보면 마치 한국의 인터넷 소설 초창기였던 90년대에는 지금의 웹소설보다 문체나 소재면에서 훨씬 진지하고 거대서사가 많았던 것처럼, 북미를 중심으로 한 해외 방면에서는 아직 웹소설의 ‘장르화’가 덜 되어서 생겨나는 차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3) 로맨스 감성은 여기나 저기나 동일

 그럼 왓패드에는 소위 ‘장르맛’이 느껴지는 작품이 없냐고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왓패드에서도 가장 강세인 장르는 역시 로맨스인데요. ‘웨어울프’나 ‘칙릿’ 장르는 각각 2작품만 수상한 것에 비해 로맨스는 무려 7작품이 수상했습니다. 모든 장르를 통틀어 로맨스에서 가장 많은 작품이 상을 받았습니다.

 

 

2021 왓티 어워즈 로맨스 부문에서 수상한 작품들

 

이 로맨스 장르 작품들을 살펴보면 아주 익숙한 플롯과 소재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각 작품마다 달려있는 해시태그를 보는 게 재미있었는데요. #Childhoodfriends(소꿉친구), #friendstolovers(친구에서 연인으로), #enemiestolovers(혐관에서 연인으로), #lovetriangle(삼각관계), #forbiddenromance(금지된 사랑), #arrangedmarriage(정략 결혼) 등등…… 태그만 보아도 어디선가  본 웹소설들이 수없이 스쳐 지나가지 않나요?

줄거리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키선수였던 헤어진 전남자친구에게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남자친구의 라이벌인 나쁜 남자와 사귄다던가(<Offside>), 우연히 마주쳤던 여성 스파이를 잊지 못해 그녀를 찾던 잘생긴 귀족 남자가 우연히 위험에 처한 그녀와 다시 재회하게 되어 도움을 주며 관계를 쌓게 된다던가(<The Sable Spy>). 소재는 달라도 감성은 굉장히 익숙합니다.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가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원천 IP 발굴을 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볼 장르는 역시 로맨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4) 한국에는 없고 왓패드에는 있는 태그, ‘다양성’

익숙한 정서의 태그가 많이 보였던 로맨스 장르와 달리, 어떤 작품에는 국내에선 전혀 보지 못했던 태그가 달려있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POC와 #diverselit입니다. #POC는 ‘People of Color’의 약자로, 이 태그는 유색인종이 등장하는 작품에 달립니다. #Diverselit은 ‘diverse literature’의 줄임말로, 번역하자면 ‘다양성 문학’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 태그는 장애인, 성소수자, 유색인종 등 소수자들이 캐릭터로 등장하고, 그것을 긍정하는 작품에 달립니다. 그 외에도 #interracial(다른 인종간의), #bodypositivity(자기 몸 긍정주의), #freethelgbt(free-the-lgbt, 성소수자들을 해방하라) 등의 태그도 보였습니다. 특히 #freethelgbt는 정말 광범위하게 쓰이는 해시태그이고, 조회수가 높은 인기글에도 자주 붙어있습니다. 정치적인 운동이라기보다는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목적의 해시태그가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BL, #GL만이 태그로 쓰이는 국내와 달리 왓패드에서는 #homosexual 같은 태그도 자주 쓰일 뿐 아니라 #bxb, #gxg 같은 태그들이 #lgbtq와 혼용되어 쓰입니다. BL, GL이 실제 성소수자의 모습을 담기 보다는 장르화된 판타지에 가까운 한국에 비해, 북미를 비롯하 글로벌 방면에서는 BL, GL을 비롯한 퀴어물이 현실의 성소수자와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는 것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아직 개념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asexual(무성애) 태그도 꽤 자주 보였습니다. 대상을 수상한 <Mask of Celibacy(독신주의의 가면)>도 에이섹슈얼인 주인공이 다른 에이섹슈얼 친구를 만나며 마음을 열어간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점들에서는 국내와의 정서 차이가 확 드러나는데요.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면 이런 측면에서는 네이버 웹툰의 작품보다는 왓패드의 작품들이 IP로서의 잠재력이 좀 더 높지 않나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대상 수상작 <Mask of Celibacy>. 동시에 베스트 커버상, 영어덜트 장르 부문에서도 수상했다.
 

지금까지 2021 왓티 어워즈의 수상작들을 중심으로 두드러지는 특징들을 정리해보았는데요. 같은 웹소설 플랫폼이어도 어떤 면에서는 국내 웹소설 판과 비슷하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왓패드 인수로 우수한 원천 IP를 골라낼 능력과 그 작품들을 손에 넣은 네이버 웹툰, 어쩌면 국내 웹소설이 아닌 해외 웹소설 원작 웹툰을 보게 될 날이 머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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