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비불패> 완전판 네이버웹툰 연재, “새로 태어난 만화”

한 시대를 풍미한 만화.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을 주름잡은 작품. 류기운, 문정후 작가의 <용비불패>는 1996년 연재를 시작해 2002년 본편이 총 23권으로 완결었습니다. 이 해에 ‘오늘의 우리만화’에 선정되기도 했지요. 말 그대로 만화계의 전설적인 작품으로 회자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무협 시대의 마지막 불꽃이 타오르던 때에 등장한 작품이지만 주인공이 쓰는 도검류가 가장 강하다는 설정인 ‘도검제일주의’를 깨고, 정의를 위해 싸우지 않는 주인공 등 파격을 선보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두말할 나위 없이 밀도높은 작화와 뛰어난 액션, 특유의 개그센스 등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2019년, 이 작품이 완전판으로 재연재되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용비불패> 완전판 로고 (출처=네이버 웹툰 캡처)

 

 

* <용비불패> 완전판, 스크롤 방식으로 ‘완전’ 재편집

 

아무리 명작이라 할지라도 등장인물과 작가의 시선을 거쳐서 서사를 전달하는 매체의 특성상 시대가 지나면 잊혀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류기운, 문정후 작가는 <용비불패>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고수>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세계관의 이전 시대를 그리는 <용비불패>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작가의 건강사정으로 휴재를 하기 전 에피소드들에서 <용비불패>의 등장인물들이 세월이 지나 나이가 든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용비불패>와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인기와 관심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완전판으로 다시 연재되는 <용비불패>는 현재 네이버 시리즈 등을 통해 찾아볼 수 있는 단행본판과 달리 스크롤 연출로 재편집한 모습이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출판만화 형식애서 구휘가 얻어맞는 장면(좌) vs 웹툰에서 한 화면에 꽉 찬 장면(우) (출처=네이버 시리즈, 네이버웹툰)

  

단행본을 보는 것처럼 시선의 흐름을 따라가기보다 컷을 분할, 재배치해 스크롤 연출에 적합하게 맞추는 한편, 단행본 편집에서는 구휘가 용비에게 맞고 고통스러워하는 코믹한 장면이 작은 한 컷으로 지나가는 반면 완전판 스크롤 편집에서는 화면 가득 그려져 구휘가 얻어맞는 장면이 박력있게 얻어맞는(?) 장면으로 느껴집니다.

 

이처럼 단행본과 웹툰의 독법이 완전히 다름을 인정하고, 연출에 있어 독자들이 어색하게 느끼지 않도록 다시 설계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였습니다. 예전 출판만화의 인기 작가들이 웹툰으로 넘어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이 스크롤 연출과 모바일에서 주로 소비되는 웹툰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때문에 밀도 높은 펜화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시선의 흐름을 작가가 강제하려고 하기 때문에 오히려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가독성이 떨어지는 효과가 나오곤 했던 것입니다.

 

반면 이번 <용비불패> 완전판은 컷을 과감하게 해체, 스크롤 연출에 적합하게 재배치하고 컷의 크기 역시 조절함으로써 스크롤 흐름에 익숙한 독자들이 작품을 컷 단위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화질의 컷이 크기가 커지면서 당연히 밀도높은 작화 역시 모바일 화면에서 만족스러운 선명도로 세세하게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폰X 기준으로화면을 확대하면 스크린톤의 문양, 명암에 들어간 획수까지 또렷하게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 시대에 맞춰 변화한 개그센스, 보다 대중적인 작품으로

 

하지만 이렇게 스크롤 독법에 맞는 연출을 해냈다고 하더라도 작품 자체가 담고 있는 내용이 시대에 맞지 않으면 기존의 팬들이 다시 읽게 할수는 있을지 몰라도 신규 독자의 유입은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명작으로 일컬어지는 <스타워즈> 6부작 역시 명작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이미 30년이 넘은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들이 현 시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지나간 시대의 명작으로 새로운 팬층을 끌어당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타워즈>시리즈는 2016년 <로그 원>, 2017년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등을 통해 스타워즈 시리즈의 확장과 다양성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로그 원>의 경우 로튼토마토 신선도지수 86%, <라스트 제다이>는 91%를 받는 등 호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만화의 경우 이런 ‘리부트’에 가까운 변화를 주기는 힘들었습니다.

 

구휘의 여동생 소희가 속옷을 도둑맞은 것을 눈치채는 장면. 출판만화(좌)에서 코피가 터지는 장면이 웹툰(우)에서는 사라졌다.
(출처=네이버 시리즈, 네이버웹툰)

 

하지만 이번 <용비불패> 완전판 연재에서는 이런 변화가 느껴집니다. 1화 부분에 등장하는 사흑련의 소휘의 속옷을 훔친 용비를 보여주는 장면이 특히 변화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고수> 1부 후기를 통해 공개된 초안 원고를 수정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공개된 <고수>에서는 이런 비하를 통한 개그 없이도 웃길 수 있다는 것을 1화부터 증명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개그가 웃기기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모두가 즐거울 수 있도록 창작자가 고민해야 하는 분야라는 점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용비불패>가 출판되던 90년대 작품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었던 성적 대상화, 외모비하 등을 이용한 개그가 이제는 더이상 공감을 얻기 힘들 뿐 아니라 특정 계층, 성별, 인종등에 대한 비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과감하게 변화를 주었습니다.

 

 

<고수> 연재 제안 당시 원고. 과장되게 뚱뚱한 강룡을 놀리며 웃는 모습이 보인다. 웹툰 원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이다.

(출처=네이버웹툰)

 

이런 변화는 이미 작품을 소비했던 팬 뿐 아니라 새로 작품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도 폭넓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18년 공개된 웹툰 자율규제안에서 모든 콘텐츠업계 최초로 ‘차별’ 항목이 포함된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변화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무협은 성인 남성 위주의 장르로 받아들여지고 있던 장르입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통해 보다 대중적인 작품, 나아가 장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열린 셈입니다.

 

이번 <용비불패>의 완전판 재연재는 단순히 출판만화의 연장선으로서의 연재가 아니라 연출 등에서 웹툰의 특성이 어느정도 정량화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더불어 웹툰에서 큰 성공을 거둔 작가들의 세계관을 최초로 등장시킨 원작이 등장하는 것은 이미 지나간 시대의 산물이라고 취급받던 고전 명작들의 부활 가능성을 기대하게 합니다. 바뀐 원작이 아쉬운 팬들은 여전히 네이버 시리즈 등을 통해 출판 당시 그대로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간 출판만화는 한번 출간되고 나면 다시 읽히지 않거나 빠르게 감가상각이 이루어져 미디어믹스가 아니면 연속성이 부족한 IP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출판시장에서 인기가 있었던 작품들을 이렇게 웹툰에 맞추어 연출을 다시 만들어내는 과정에 원작자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 이어진다면 충분히 대중을 사로잡을 ‘새로 태어난’ 웹툰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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