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고용보험, 만화가는 어떻게 될까?

 

 

 

문재인 대통령이 3주년 연설에서 “전국민 고용보험”을 언급했다. 이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내년에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예술인을 대상으로 고용보험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사실상 노동자로 일하고 있지만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 택배기사, 배달 플랫폼의 배달기사 등이 포함된다. 이에 국회는 5월 11일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먼저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를 포함하는 고용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19일 개최가 유력한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술인과 관련된 법안이 먼저 통과된 것은 특수고용자의 범위가 너무 크기 때문에 각계의 의견을 청취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 예술인의 지속적인 창작 토대 마련될까

 

예술인에도 고용보험이 적용되면 그동안 예술인들의 사회적 안전망 부재가 창작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험이 예술인으로 확대되면 예술인들이 실업급여, 출산전후급여 등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작품을 끝내고 나면 다음 작품까지 수입이 없는 예술가들에겐 단비같은 소식이다.

 

현재 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근로자에 해당하는 예술인에게 국민연금, 고용보험 부담금 일부를 지원하고, 프리랜서 예술인에게도 산재보험과 국민연금 부담금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를 이미 시행중이다. 하지만 ‘고용된 근로자’에 한정하는 고용보험의 경우 아직까지 근로자가 아니면 받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웹툰작가의 경우 연재중에는 소득이 있지만 연재가 끝나면 사실상 소득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차기작 준비를 해야 하는 기간에 일을 병행하거나, 아예 일을 하다보니 차기작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도 종종 벌어진다. 데뷔작에 비해 이미 경력작가가 된 2번째 작품에서는 더 높은 수준의 작업을 보여주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당장 수익이 없는 입장에서는 작품활동에 매달리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인에 대한 고용보험제도 적용은 지속적인 창작 토대가 될 수 있어 기대를 모은다. 작품과 작품 사이에서 지속적인 수입이 발생할 수 있도록 할 수 있고, 일반 사기업에서 제공되는 복지혜택 일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 확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만화계만 해도 작품과 작품 사이에 예술분야와 관련된 일을 구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농담이 아니다. 그렇다고 플랫폼에 책임을 묻기도 애매하다. 플랫폼은 작가가 아니라 작품을 계약한 것이기 때문에, 차기작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지원하라는 말도 플랫폼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

 

하지만 글, 그림을 모두 담당하는 경우 작가가 여러개 플랫폼에 동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에이전시를 통해서 연재하더라도 결국 플랫폼에 작품을 유통하기 때문에 플랫폼의 책임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플랫폼의 일방적 연재중단 통보 등을 받았을 때 지금까지는 작가들이 구제받을 방법이 없었던 반면, 예술인을 대상으로 고용보험이 적용될 경우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된다. 물론 플랫폼의 일방적 계약 해지 통보는 사라져야 하지만, 안전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그래서 웹툰의 경우에는 고용보험 적용이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연재 중에는 플랫폼과 작가가 고용보험금을 부담하고, 연재가 종료되면 차기작을 준비할 수 있는 지원이 금전적 지원으로 이루어진다면 작가들이 연재와 연재 사이에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플랫폼이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책임을 지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보험제도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안전망을 구축하는 방안이다. 비록 직접적인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안전망 구축이라는 점에서 플랫폼의 참여만 이루어진다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아직 현실적 문제 많다는 지적도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다. 일단 문화예술계 일부에선 예술인 대상 고용보험이 ‘특례’로 적용되는 것에 반감을 보이고 있다. 고용보험에 완전히 편입되는게 아니라 특례로 적용되면 노동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특혜와 시혜를 주는 제도로 변질되어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예술가와 받을 수 없는 예술가로 나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화예술노동연대 오경미 사무국장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전화로 출연해 “근로자 정의 조항이 저희(예술계)가 특례로 빠졌다는 건 근로자 정의 조항에 포함될 뻔 했다가 빠졌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특수고용노동자와 예술계가 같이 가게 되면 근로자 정의 조항을 넓히는 것이고, 그럴 경우 경직된 고용보험법을 완화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오 사무국장은 “물론 현재 상정된 조항들만 보면 예술인 입장에서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핵심 조항이 대통령령으로 시행되어 대통령령을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액 상한가, 실질적인 혜택 부분이 모두 시행령으로 빠진 상태”라고 전해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 결국 공은 21대 국회로

 

현재 예술인으로 분류되는 11개 분야(문학, 미술, 사진, 건축, 무용, 음악, 국악, 연극, 영화, 연예, 만화)는 분야별로 특징이 다양하다. 특정 주체가 명확하게 작품을 유통하거나 판매하는 방식이 아닌 경우에는 고용보험을 부담하는 주체가 불명확하고, 현재 실업급여 지급 기준 중 하나인 ‘구직활동’ 역시 예술계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예술계’로 묶었지만 미술계는 작품을 준비하는 기간은 길지만 작품 발표는 한순간으로 실제 일하는 기간과 작품을 준비하는 기간의 경계가 불명확한 분야가 많다.

 

만화는 작품 유통과 창작-제작의 주체가 비교적 명확한 편이고, 또 연재물의 특성상 작품 창작-제작 기간이 명확하게 일치하는 편이기 때문에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는 플랫폼 연재 작가에 한정되어 있고, 자신이 직접 스튜디오나 출판사를 운영하는 독립만화의 경우에는 예술인이면서 동시에 사업자이기 때문에 어떻게 지원하게 될지 불명확한 상황이다. 독립만화의 경우 앞서 언급한 문제가 작가 지원을 막지 않을지 눈여겨 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에이전시와 계약한 작가의 경우, 그리고 플랫폼이 에이전시들과 계약하는 방식을 택할 경우 웹툰작가는 예술가인 동시에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해 근로자, 즉 일하는 사람의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 지적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내년부터 예술인들이 고용보험제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위법령 신설 등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어렵고 크기 때문에 속시원한 해결책을 바랄 수는 없다. 먼저 5월 19일 본회의 가결 여부, 이후의 문제는 사실상 열쇠는 5월 30일 임기가 시작되는 21대 국회로 넘어가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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