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일본연구소 “BL 미디어와 젠더-섹슈얼리티의 변용”, “일본 만화속 여성간의 사랑의 계보” 강연 개최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에서는 가나가와대학의 제임스 웰커 교수와 메이지대학교의 후지모토 유카리 교수를 초빙해 제 241회 일본전문가 초청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제임스 웰커 교수는 “BL 미디어와 젠더-섹슈얼리티의 변용”을 주제로, 후지모토 유카리 교수는 “일본 만화속 ‘여성간의 사랑’의 계보’를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먼저 1부에서 진행된 제임스 웰커 교수는 강연에서 “BL은 비단 일본만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 팬덤을 형성하며 글로벌화 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국가에 따라 양상의 차이는 있지만, 언어권에 상관없이 BL 팬덤은 이미지로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동시에 “BL은 처음부터 여성 독자를 타겟으로 했지만, 여성 독자는 물론 LGBTQ 커뮤니티에도 일정부분 ‘숨 쉴 공간’으로 작동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웰커 교수는 “BL은 1) 초국가적 미디어 현상, 2) 젠더-성역할에 대한 도전, 3) LGBTQ 이슈와 밀접하게 연관이 있으며 4) BL은 정치적이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먼저 BL이 단순히 장르의 창작물로서가 아니라 2차창작물인 팬픽션에서 시작해 많은 파급효과를 낳았으며, 이 팬픽이 다시 다른 나라들에서 소비되면서 순환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렇게 순환하는 문화는 인터넷 밈(Meme)에 영향을 주어 서브컬쳐 뿐 아니라 대중문화 전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BL이 “특히 젊은 여성 독자들에게 전통적 의미의 남성성-여성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작점이 되고 있다”면서, “특히 문화적 터부가 심한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도 BL 독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종교적 관점이나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응답이 50%를 넘었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그 숫자가 아직 적긴 하지만, BL이 가부장제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역할을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대만에서는 동성결혼 법제화 운동에도 BL 독자들이 영향을 주었다고 밝히면서 95% 이상의 BL 독자들이 동성결혼 지지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동시에 “넓게 보자면 BL은 공공선을 위한 진보적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고정관념으로 굳어 있던 의견들을 ‘다시 생각하도록’만드는 장르”라고 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BL 소비 역시 개인적으로 이뤄지지만 정치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진 메이지대 후지모토 유카리 교수의 강연에서는 “1970년대 BL과 함께 등장한 백합/유리/GL은 19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까지는 그 숫자가 줄었다가,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다”고 전했습니다. 후지모토 교수는 “1970년대에는 연극부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했던 주인공들이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지는 경우가 클리셰처럼 등장한다”고 분석하면서 “동시에 같은 시기 BL과는 다르게 GL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저거 레즈비언 아니야?’라고 말하는 모습이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80년대 GL에서는 “이 시기에는 70년대 초 많았던 작품 숫자가 줄어들고 70년대의 플롯을 답습하면서 ‘여성이 여성을 사랑하면 어떻게 이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나’와 같은 질문이나, 등장인물 본인들이 ‘남성에게 사랑받는 것이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일’과 같은 가부장적인 모습들이 종종 등장하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후지모토 교수는 “그러나 1990년대가 되면 ‘명백한 레즈비언의 시대’가 열린다고 본다”면서 “등장인물 여부와 관계없이 상존하던 남성의 존재가 사라지거나 약해지고, 여성 등장인물들이 ‘남자따위 필요없다’고 생각하는듯한 모습이 특징적”이라고 전했습니다.

 

후지모토 교수는 “결국 이런 질문들은 여성이 자신의 성, 그러니까 ‘자신이 여성임을 사랑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이어진다”면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GL 속의 ‘자매애’는 남성에 의존하지 않는 여성간의 연대와 서사로 묘사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우리에게도 익숙한 <세일러 문>, <소녀혁명 우테나>, <카트캡터 체리>등의 작품을 통해서 GL의 특성을 가진 작품들이 폭넓게 소비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후지모토 교수는 “2000년대 중반 ‘유리히메’라는 잡지와 소프트한 잡지인 ‘유리히메S’가 등장하는데, 흥미롭게도 ‘유리히메’의 독자는 여성이 7:3 정도로 많지만, ‘유리히메S’의 경우는 6:4정도로 남성 독자가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2007년이 되면 라이트한 백합물이 남성 독자 타겟의 작품에서도 등장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70년대부터 지금까지 일본의 백합만화의 독자 반응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후지모토 교수가 “70년대에는 연재가 중단되는 등의 모습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독자반응이 뜨겁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990년대가 되면 인기작들이 많아지면서 독자들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이 외에도 문화적 변용과 젠더롤에 대한 복합적이고 심도깊은 질문들이 나와 30분이 넘도록 열띈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이번 강연은 만화를 중심으로 한 BL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어떻게 문화적 영향력을 끼치는지, 그리고 일본의 유리(백합) 만화의 계보를 통해 어떻게 점차적인 형태로 진화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로, 대학원생 등 연구자는 물론 개인 자격으로 비가 오는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강연을 듣는 등 이색적인 모습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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