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으로서의 작품과 창작물 사이의 균형 잡기

 

 

 

웹툰은 상업예술이다. 이걸 부정할 수는 없다. 웹툰을 검색하면 항상 웹툰 작가 수입에 대한 질문이 따라오고, 공모전은 상금 규모를 자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초경쟁시장이 만들어지고, 그 경쟁을 버티면서 살아남으려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감상하고, 결제한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다음 회차를 궁금하게 만들고, 그에 따라 결제를 하게 만드는 ‘기술’역시 지난 몇 년간 엄청나게 발전해왔다.

 

10년간 웹툰시장의 변화는 상전벽해가 따로 없었다. 알바를 병행하지 않으면 연재를 고민해야 했던 작가들은, 이제 스튜디오를 꾸리고 어시스턴트와 함께 일하지 않으면 주간연재가 힘들 정도로 발전했다. 2010년보다 10년 전인 2000년에는 IMF의 후폭풍과 일본만화의 부상, 대여점 문제 등으로 수축됐던 만화가, 이제는 처음으로 ‘자본’이라는 규모의 돈이 흐르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독자들 역시 작가에게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를 두고 표현의 자유와 연결시키려는 시도들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논의에서 웹툰이 ‘상품’일 수 있다는 논의는 빠져 있는 것 같다. 더 많은 사람이 들여다보면서 보는 눈이 늘었기 때문에 기존의 문법으로는 해석이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시장은 이미 웹툰을 상품으로 다루고 있는데, 상품을 소비하는 독자들의 다양한 요구가 여과없이 쏟아지면서 마치 작가 개인에 대한 것으로 곡해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야 한다.

 

 

* 웹툰 시장의 고도화

 

먼저 시장이 고도화된다는 말은, 그만큼 많은 자본(돈, 인력, 시간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자본)이 투자되고, 그 대가인 수익을 기대하게 됐다는 말이기도 하다. 웹툰은 상대적으로 생산에 많은 자본이 투자되지 않지만, 일단 성공하면 투자대비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성공하기가 어렵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리스크가 적다는 말이기도 하다. 실패하더라도 애초에 투자금이 적기 때문에, 실패했을 때 위험부담이 적다는 얘기다.

 

영화로 예를 들면, 디즈니가 만든 <뮬란>은 2,380억원 수준의 제작비가 들었고, 촬영기간만 3개월, 총 제작기간 3년여가 소요됐다. 글로벌 개봉일이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1주차가 지난 9월 20일까지 전세계 박스오피스에서는 667억원 정도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특히 개봉 첫주차에는 디즈니+에서 2015년 개봉작 <신데렐라>에도 밀리는 스트리밍 순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쪽박인 셈이다. <뮬란>의 제작비 2천억원은 네이버웹툰의 1년 매출액으로 고시된 약 1,600억원보다 많은 돈이다.

 

하지만 웹툰은 이런 위험부담이 적다. 이제는 웹소설 원작 웹툰뿐 아니라 영화 제작을 위한 사전 밑그림으로 웹툰이 제작되기도 한다. <미스테리오소>는 ‘시간의 숲’등을 연출한 송일곤 감독이 스토리를 맡았고, <스틸레인> 시리즈는 양우석 감독이 스토리를 맡아 영화 ‘강철비’로 제작된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전문 제작사의 기획작품도 참여하면서 점차 ‘실패할 리스크를 줄인’ 웹툰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웹툰 산업의 고도화를 반증하는 중요한 요소다.

 

 

* 웹툰 시장의 사정

 

웹툰은 개인 창작자를 기반으로 성장한 산업이다. 하지만, 1주일에 1편을 연재하는 주간마감 형태가 자리잡고, 유료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분량과 퀄리티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때문에 지금 웹툰은 개인 창작자가 혼자서는 도저히 마감을 맞출 수 없는 스케줄을 견뎌내야 한다. 물론, 초경쟁시장이기 때문에 ‘그걸 이길 수 있는 사람만 남는’ 구조임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건강을 망쳐가면서 불태우듯이 연재하는 지금 상황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자신을 불태우는 연재’라는 말은, 조금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개인 창작자가 연재하는 작품은 리스크가 높다는 말이 된다. 창작자가 건강상의 문제로 휴재하게 되면 수익이 0이 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어시스턴트가 투입되어야 한다면, 기업의 입장에선 투자금을 높이는 대신 IP 사업권을 가지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고, 그것이 지금 집단창작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 작가진이 스태프로 참여하는 형태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웹툰이 상품의 영역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웹툰 시장의 노력은 자연스럽게 비용의 상승, 많은 인력의 투입으로 이어지는 자본의 투입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작품을 ‘잘 팔기 위한’ 기술 역시 발전하는데, 작품 편집인력은 물론 웹툰 마케터, 기획자 등 다양한 직군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웹툰 시장에서는 ‘상품’ 판매를 위한 전략이 다양화되고 있다. 웹툰 시장은 ‘작품을 팔기 위해’ 발전하고 있다.

 

 

* 대중문화 웹툰, 대중문화의 시선으로

 

문제는, 원래 만화시장이 개인 창작자의 창작물을 판매하던 시장이었다는 점이다. 작가들은 자신의 IP를 걸고 작품을 만들고, 출판사가 판매해 서점에서 최종 소비되던 시장에서 작가가 플랫폼에 직접 작품을 걸고 플랫폼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시장으로 넘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웹툰이 ‘상품’이라는 인식보단 ‘창작물’로만 보는 인식이 더 강한 것처럼 보인다. 판매되는 시장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선 무리수가 될 수밖에 없다.

 

독자들의 요구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 역시, 작가가 창작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거대 웹툰 플랫폼은 웹소설-웹툰-영상물을 같은 플랫폼 안에서 소비할 수 있는 멀티플렉스의 형태를 띄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모으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일 방문자는 8백만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고, 카카오페이지 역시 수백만명이 사용하며 2020년 7월 평균 앱 사용시간에서 넷플릭스를 제치고 월평균 15.52시간으로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연히 이런 큰 시장에서 유통되는 작품에는 필터링이 필요하다.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규제 이야기가 아니라, 시장의 자정 차원에서의 필터링이다. 이 필터링은 결국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에 포함되게 마련이다. 상품 판매를 가속화할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대 플랫폼에 연재되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면, 대중을 상대로 작품을 판매하는 셈이다. 웹툰은 더 이상 소수의 팬덤에게만 소구하는 서브컬처가 아니다. 작가의 긱(Geek)한 취향이 각광받을 수는 있겠지만, 대중에 그 취향을 설득하지 못하면 실패하게 된다. 보다 쉽게 설명하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단순 숫자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방문객 수가 수백만이 넘고, 조회수는 수억을 자랑하는 만큼, 웹툰은 이미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소비되고 있다. 

 

대형 플랫폼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상품을 만드는 것에는 일정 수준의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대중문화로 소비되는 작품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보기 때문에 따라오는 책임이 붙는다. 만화에 공공성을 논하는 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매일 천만명 가까이 소비하는 웹툰에는 당연히 자연스럽게 사회의 책임에 대한 부분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게 ‘국가에 의한 강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토론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 창작과 상품 사이

 

그렇다면 개인 창작자는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마음껏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지금까지는 어떤 분야도 마찬가지다. 판매 플랫폼에서 막대한 자본을 들여 연재하면서 수익을 내는 경쟁시장에 뛰어들던가, 아니면 자본과 시스템에서 독립한 독립시장에서 작품활동을 이어가던가. 이 과정에서 중간 단계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것이야 말로 창작자들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판매시장의 허들은 점점 높아져 갈 것이고, ‘대박’을 노리는 경쟁시장인 만큼 상품으로 가공되는 과정은 필연적이다. 결국 창작과 상품은 대결이 아닌 균형의 문제다.

 

물론, 그 무엇도 양보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분명히 시장은 냉정하다. 때문에 균형을 잡아가는 작가들이 버텨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장 밖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만화들이 계속 나와주어야 한다. 웹툰이라는 거대한 성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자유로운 표현과 작가의 생각을 직접 전달하기 위한 선택지로서의 독립만화가 있다면 표현의 자유는 안전할 수 있다. 하지만, 웹툰만이 만화로 인정받는 세상이라면 다양한 시도가 어려운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 환경을 시장에 참여한 사람들 스스로가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작가는 작품을 창작하지만, 동시에 판매해서 수익을 올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시장이 고도화되면서 자본이 투입되는 동시에, 개인 창작자들도 자기 작품을 발표하고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만화계의 다음 과제다. 웹툰의 고도성장만 보고 가다간 개인 창작자들이 예전처럼 배고픈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웹툰과 웹툰 아닌 만화로 구분되어 개인창작 시장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화문화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분명 균형점을 찾는 작업과 동시에 독립만화의 저변을 넓히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만화는 경쟁시장이다. 초경쟁시장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시간 역시 지금이다.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장, 그리고 상업적인 작품으로 도전할 수 있는 시장이 공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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