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왜 구글에 소송을 제기했나

 

미국 정부가 구글에 반독점법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검색 엔진과 인터넷 광고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입니다. 미 정부는 애플과 같은 거대 파트너와 함께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배타적인 독점 계약을 맺고 파트너사의 기기에서 구글 검색엔진 사용을 기본 옵션으로 제공하는 등의 행위가 반독점법에 위배한다고 봤습니다. 삼성 역시 지난 2017년 구글의 검색엔진을 기본 탑재하는 대가로 4조원 가량의 대가를 지급받았습니다.
* “경쟁 막는 구글, 이제는 문지기가 됐다”
실제로 애플과 미국내 통신사, 기타 제조업체와 계약을 맺고 검색엔진을 구글로 설정해 약 8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법무부가 발간한 57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에서 “구글이라는 제국의 초석인 검색엔진과 일반검색 서비스, 검색 광고, 일반 텍스트 검색 광고 시장에서 독점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 반 경쟁적인 전술을 사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소송을 제기한 미 법무부는 “20년 전 구글은 험난한 시장을 개척해 신흥 사업을 이끈 혁신가였지만, 지금 구글은 독점이라는 문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는 가장 부유한 기업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구글이 자신들의 20년 전 모습을 한 신생 기업이 새로 등장해 자신들과 경쟁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는 말입니다. 구글이 시장 독점을 통해 IoT 기술 등을 활용한 차세대 검색 기술 시장 역시 독점하고 있어 법적 제제가 없으면 구글은 계속해서 반 경쟁 전술을 펼칠 것으로 법무부는 해석했습니다. 
* 모바일 시장에서 경쟁의 씨앗을 말려버린 구글
미국의 전체 검색 시장은 500억달러(한화 약 56조 7천억원) 정도 되고, 대부분의 매출은 구글에서 발생합니다. 미 법무부는 “대부분의 사업자가 구글에 포커스를 맞춰 광고전략을 수립한다”면서 “규모가 크면 클수록 알고리즘이 정교해지는 특성상 구글이 앞서갈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iOS와 안드로이드 기반 모바일은 99% 이상을 차지하며, 이 중 검색 브라우저는 애플의 사파리가 55%, 구글의 크롬이 35%를 차지합니다. 두 회사의 모바일 브라우저 점유율이 90% 이상인 셈입니다. 모바일 시장은 전체 검색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하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검색시장입니다. 이에 구글은 사파리의 기본 검색엔진을 구글로 설정하기 위해 애플과 거액의 거래를 맺었고, 안드로이드 제조사와는 배타적인 협약을 맺어 타 업체가 경쟁할 기회를 박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 법무부의 보고서에 등장하는 구글의 배타적 안드로이드 협약. 
플레이스토어부터 크롬, 유튜브, 지메일, 구글맵스까지 독점 이용하도록 했다.
스마트폰 출고 단계에서 구글의 어플리케이션을 독점적으로 설치해 초기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타사 경쟁을 막는데 주력했다는 내용입니다. 미 법무부는 이 때문에 Bing, 야후, DuckDuckGo 등 미국의 다른 검색엔진들이 시장에 참여할 기회가 없어졌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 모바일 시장 독점, “선 넘었다”

모바일 검색시장 점유율(좌), PC 검색시장 점유율(우)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미국 검색엔진 점유율은 구글이 80%내외를 점유하다가 스마트폰이 본격 대중화된 2010년대 중반 이후 9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미 법무부는 특히 모바일 분야에서는 구글의 점유율이 94%에 달한다면서, 82%를 점유하고 있는 PC시장과의 격차를 보면 이 지점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복합 검색엔진의 경우 오직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만이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독점으로 인해 공고해지고 있다고 봤습니다. 또한 익스피디아, 아마존, 옐프 등 특정 목적을 위한 검색엔진 역시 구글에서 광고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구글은 애플 기기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연간 80억 달러에서 120억 달러 가량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는 애플 수익의 15~20%에 해당합니다. 구글 내부에서는 아이폰에서 독점적 지위를 잃는 것을 ‘코드 레드’라고 보고 있다고 알렸습니다. 거대 공룡 기업이 서로 의존하며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고 법무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구글의 최고 법률책임자인 켄트 워커(Kent Walker)는 “사람들은 강제가 아닌 대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구글을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인위적으로 품질이 낮은 대안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앱스토어&플레이스토어 내용은 빠져있어

 

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법 소송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소송은 구글이 독점 지위를 이용해 검색엔진 시장을 장악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웹툰, 게임 등 콘텐츠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애플의 앱스토어,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등 앱 마켓 부문의 독점은 빠져 있습니다. 아마도 애플의 앱스토어와 구글의 플레이스토어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앱 마켓은 분리되어 있지만, 검색엔진은 구글과 애플의 디바이스에서 모두 독점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결과적으로 애플과 구글이 경쟁구도에서 서로를 견제하고, 보다 나은 기술을 실험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 소송의 목적이기 때문에 앱 마켓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막대한 수수료를 벌어들이는 애플과 구글의 앱스토어의 질주를 막지 못하면 ‘반쪽짜리’ 소송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소송은 아마도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이 미국 정부에 보상금을 내고 합의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구글은 보고서가 발표되고 소송이 제기된 직후 “결함이 많은 보고서”라며 즉시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품고 있지만, 이번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트럼프 행정부의 존속기간보다 오래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온다고 해도 소송이 취하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난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소송의 경우 소송과 그 후속조치가 완전히 종결되는데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구글에서는 소송 시작까지 1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소송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길고 지난한 싸움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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