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주관 도서정가제 토론회에서는 무슨 말이 오갔나

문화체육관광부가 15일 주관한 도서정가제 개선을 위한 공개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오갔습니다. 보다 자세히 어떤 말이 오갔는지를 풀어봅니다.

 

 

 

이번 토론회에 앞서 문체부에서는 “16회에 걸친 협의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웹툰, 웹소설계가 참여한 것은 2019년 12월 19일 이후로, 그 마저도 코로나19 사태가 촉발되며 회의가 미뤄진 경우도 있어 웹툰, 웹소설 등 전자출판계의 의견을 전달하고 설득시킬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민관협의체 참여위원인 법무법인 가로수의 김필성 변호사는 공개토론 시간에 “이미 결론이 난 상황에서 토론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작가들의 입장은 도서정가제 반대 입장이 많은데, 이미 10회 이상의 회의가 진행된 상태에서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는 곳에 추가로 들어오게 됐다. 협의체에 들어와 보니 이미 결론이 나 있고, 시스템에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이익단체지만 정부는 자존심이 있다?

 

이어 “도서정가제는 상시 적용되는 정책인데, 도서정가제를 총괄하는 상시적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본다. 출판유통심의위원회가 지금은 공문을 보내고 과태료를 결정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데, 출판계 관계자들의 입맛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게 아닌가 의문이 든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이에 이선주 출판인쇄독서진흥과장은 이에 대해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서 출판유통질서를 유지하도록 되어있는데, 이걸 위해서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정관에 출판유통심의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되어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판단하기보다 현장 전문가와 업계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함께 심의하기 위한 곳으로, 현행 도서정가제의 집행을 위해 필요한 기구”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위원께서 ‘다 진행된 곳에 끼워넣었다’는 인상을 받으셨던 것 같다. 그래서 협의체 내에서 의견개진이 별로 없으셨던 것 같다. 저희가 위원들을 모실 때 ‘정해진 대로 따라오라’는 취지는 아니었다. 그 안에서 이야기를 충분히 해 주셨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협의체 내에서는 이야기를 해 주지 않으셔서 논의할 기회가 없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답했습니다. 

 

문체부 김태헌 미디어정책국장은 여기에 “출판업계의 이익단체가 맞다. 하지만 이익단체의 결정에 정부가 끌려다니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자존심이 있다. 민관협의체는 자율 결정구조다. 좀 더 좋은 합의를 내놓고 논의하는 곳이다. 정부가 민관협의체의 결정에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쟁점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이미 회의가 수차례 진행된 협의체에 들어간 전자출판계가 제대로 의견개진을 할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정보가 외부에 공개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자존심’만 믿고 기다리기엔 지난 몇 년간 블랙리스트 사태를 포함해 문체부가 보여준 ‘자존심’이 믿을만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웹툰의 경쟁상대는?

 

한 플랫폼 관계자는 질의응답에서 “웹툰의 경쟁자는 출판되는 책이 아니다. 넷플릭스와 게임, 유튜브 등의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가 경쟁상대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한달 무료같은 것은 논의 대상이 안 되지 않나. 왜 웹툰에만 이렇게 하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이선주 출판인쇄독서진흥과장은 “전자출판물이 다양한 웹 콘텐츠와 경쟁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웹툰을 타게팅한 것이 아니고, 출판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 도입된 것이다. 출판계를 과보호한다고 보실 수 있겠지만, 헌법에서 언론, 출판사를 강하게 보호하고 있기도 하고, 도서는 지식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호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웹툰은 2003년 도서정가제 도입 당시에 고려대상은 아니었다”면서 “지금 전자출판물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사항을 충족하는 것들이 전자출판물에 해당되는데, ISBN, ECN 등을 부여받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래서 초기에는 ‘ISBN 받지 않고 유통해도 문제가 없다’고 안내를 했다. 그런데 웹툰, 웹소설계가 들어와 논의가 시작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웹툰과 웹소설이 ISBN을 받기 시작한 것은 현행 도서정가제가 시작된 2014년 이전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현행 도서정가제 시작 이후에도 5년간 관행으로 굳어진 ISBN 발행이 2019년 출판유통심의위원회 공문으로 알려진게 최초입니다. 웹으로 주로 유통되는 웹콘텐츠의 특성을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음에도 이런 내용까지는 이번 토론회에서 ‘현행 도서정가제의 한계’로 지적되었을 뿐입니다.

 

또 다른 웹툰업계 관계자는 “현행 도서정가제를 유지한다면 최소한으로 구체화한 조항을 만드는게 맞다고 본다”면서 “웹툰, 웹소설 같은 경우 플랫폼의 대부분의 매출을 내는 ‘독점 작품’이 있다. 한 플랫폼에서만 유통되는 독점 작품은 도서정가제의 취지인 ‘서점간 유통격차 해소’와는 다르다. 이런 예외 사례를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출판계는 도서정가제 도입 이유로 중소 서점과 플랫폼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웹툰 플랫폼에서는 거꾸로 도서정가제가 도입되면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는 독점작품이 비독점 작품과 똑같이 프로모션을 하게 되어 손해를 보게 된다는 입장입니다. 웹툰의 유통구조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이런 사례를 막기 위해 보다 시간을 들여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후진적인 출판 유통구조 개선은?

 

이 외에도 이번 토론회에서는 “출판계의 후진적인 유통구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가격정책만 가지고는 출판계의 전체적인 비용을 높이는 후진적인 유통구조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때문에 점점 굿즈와 마케팅, 광고에 집중하게 되고, 이는 다시 도서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서 이선주 국장은 “현재 출판유통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2018년부터 시작해 현재 2단계 사업이 진행중이고, 내년 3단계 사업을 통해 최종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당일배송 등 택배문제와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는 지적에도 노동계가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도서정가제는 2020년인 올해가 기한입니다. 4개월여밖에 시간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민관협의체가 최선을 다해 협의할 것이라고 믿고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다는 점이, 아마 많은 창작자와 소비자들의 답답한 지점일 것입니다. 때문에 보다 투명하게 정보가 공개되고, 관련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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