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BLACK LIVES MATTER

 

 

 

2020년 5월 25일, 미네소타에 위치한 미니애폴리스에서 46세의 조지 플로이드씨가 사망한다. 조지 플로이드는 20불짜리 위조지폐를 사용한 사람과 인상착의가 같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차량에서 내릴 것을 요구받았고, 순순히 요구에 응한 조지 플로이드를 경찰관 데릭 쇼빈은 수갑을 채운 플로이드를 바닥에 눕힌 다음 무릎으로 목을 눌렀다. 1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가 없어요.(I can’t breathe)”, “저를 죽이지 마세요(Don’t Kill Me)”라는 말을 계속해서 가쁜 숨으로 말하던 플로이드는 “어머니, 어머니…”라고 되뇌이다 코피를 흘리며 사망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항의하고 앰뷸런스를 불렀지만, 현장에 앰뷸런스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기까지,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던 시민이 찍은 영상이 언론에 공개되며 미국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흑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시위에 나섰다. 시위의 구호는 “I CAN’T BREATHE”, 그리고 “BLACK LIVES MATTER(BLM)”였다. 시위는 격해졌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위와 시위를 진압하는 상황이 전 세계로 퍼졌다. 

 

 

* 만화로 연대하는 작가들

 

시위 소식이 실시간으로 들려오면서, 웹툰 작가들도 만화를 통해 연대의 메시지를 냈다. 미국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하던 중에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을 그렸던 돌배 작가는 주인공 가야가 BLM 마스크와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피켓에는 “ALL LIVES CAN’T MATTER UNTIL BLACK LIVES MATTER”라는 메시지를 적었다. 흑인의 생명이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는 한, 우리 모두의 생명은 소중해질 수 없다는 말이다.

 

작가는 인스타그램에서 “가야는 인종 다양성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은 어디에도 소속될 수 없었던 이방인 가야가 화랑관에서 공동체를 구성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다양한 연령과 인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는 작품의 주인공이 할 수 있는 말이기에 더 의미가 깊다.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를 그린 예롱 작가 역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촉발된 시위에 대해서 만화로 다루면서 문제적인 지점을 짚어내고 있다. 이미 지난 단행본에서 한국내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인 만큼, 이번 시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연대의 메시지를 표시하고 있다. 

 

 

* 프론티어의 역할과 아쉬움

 

작가들뿐 아니라 네이버웹툰의 북미 서비스를 담당하는 북미 라인웹툰에서도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이뤄낼 것인지 보여줬다. 북미 라인웹툰은 직원을 교육하고, BLM 단체와 P.S ART에 10만달러를 기부하는 한편, 스토리텔링 전문가들과 사회공헌 사업과의 지속가능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큐레이션 점검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고 보다 포괄적인 공간으로 웹툰을 꾸미겠다고 발표했다.

 

네이버웹툰은 해외 웹툰시장의 개척자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지의 소비자들이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안에 메시지를 내고, 연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산업의 입장에서도 도움될 일이다. 개척자, 즉 프론티어로서 웹툰이라는 ‘상품’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물론,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아직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할 때, 국내 최대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이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단순히 기업과 유명인의 적극적 사회적 참여를 요구하는 미국 문화와 한국의 문화 차이일수도 있지만, 그동안 네이버웹툰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큐레이션 검토와 플랫폼 편집부의 책임에 대한 지적에 대한 해답을 북미에서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지우기는 힘들다.

 

 

수많은 게임 제작 및 유통사는 물론 ‘퍼니셔’의 공동 제작자, ‘캡틴 아메리카’ 역을 맡은 크리스 에반스와 같은 셀러브리티와 넷플릭스등의 대기업은 물론 소셜미디어에서 #ComicsWriterChallenge를 통해 DC의 CCO를 맡고 있는 짐 리(Jim Lee) 등 수많은 유명 작가들이 자신의 애장품, 원화 원고 등을 경매에 내놓아 수익금을 BLM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참여는 그들이 흑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모두가 평등하기 전까지는 모두가 평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기업이나 작가를 포함한 유명인이 ‘입장’을 가지는 것에 대중의 거부감이 상당한 편이다. 2016년 여름의 ‘티셔츠 사태’에도, 작가들이 플랫폼의 부당대우에 항의할 때에도 비슷한 비난이 있었다. 이런 ‘문화’ 속에서, 작가 개인은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만화는 기본적으로 대중을 상대하는 예술일 수밖에 없고, 대중을 상대하는 작가들이 대중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다. 대중을 상대하는 작가로서, 작가들의 작품 이외의 목소리를 부정하는 분위기에서 사회 운동에 동참하는 연대의 메시지를 낸 작가들이 반갑다. 앞으로 더 많은 작가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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