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은 돌아오고 있는가 – 교보문고 만화 판매량 증가 뉴스에 비쳐 본 우리 만화 시장의 현재 진단 1부

안녕하세요. 저는 만화 칼럼니스트 서찬휘입니다.

이 글은 시사저널 1440호에 실린 「만화책이 돌아왔다… 다시 부는 카툰 열풍 – 만화 원작 콘텐츠 인기 영향, 새로운 트렌드 만화 카페 등 즐기는 방법 다양해」라는 기사 작성을 위해 서면 인터뷰를 요청받아 작성한 내용입니다. 

해당 기사가 저만을 인터뷰한 내용이 아니었던지라 답변의 일부만 실려 있는지라, 기왕 적은 내용을 공개하였다가 웹툰인사이트에도 전재하게 됐습니다. 질문자인 시사저널의 김은샘 객원기자님의 양해를 구해 원 질문과 함께 공개합니다. 기사에 담긴 다른 분들의 견해도 함께 참고하여 읽어주십시오.

이 글의 내용은 모두 저의 생각이며, 웹툰인사이트의 편집 방향과는 논조가 다를 수 있습니다.

 

 

※ 편집주) 내용 상 2부로 나누어 등록하였습니다.

* ‘만화책’은 돌아오고 있는가 1부

* ‘만화책’은 돌아오고 있는가 2부? 

 

안녕하세요, 시사저널 김은샘 기자입니다. 인터뷰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만화 칼럼니스트 서찬휘입니다.

 

1. 교보문고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만화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2015년보다 13.4% 늘어난 130만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역대 최다 판매라고 하는데요. 올해 1~4월 판매량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0.5% 증가해 올해 역시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평론가님께서 보시기에는 만화책 시장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저는 출판업계가 워낙 불황인 가운데, 만화는 꾸준히 소비하는 독자들이 있어서 튀어(?)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도 해봤는데요. 만화책 시장의 부활이라고 볼만한 건지 궁금합니다. 즉 이게 유의미한 통계일지 궁금합니다.


2. 특히 30-40대가 구매독자층의 중심이라고 합니다. 2007년 연령별 판매 비중과 비교했을 때 주요 독자층의 연령이 10~30대 중심에서 20~40대 중심으로 바뀌었다는데요. 2007년 16.76%에 달했던 10대 비중은 지난해 6.45%로 늘어난 반면 30대는 24.66%에서 31.44%로 늘어, 전 연령을 통틀어 가장 비중이 컸고 40대 역시 17.15%에서 25.07%로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저는 30~40대가 크게 늘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원래 소비하던 마니아층일까요?

 

(묶어서)

 

교보문고가 지난 5월 8일 발표한 통계 자료가 여러모로 화제인데요. 말하자면 ‘만화로 분류되는 종이책’의 판매고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흐름이 숫자를 만들고 그 숫자가 흐름을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읽을 수 있겠습니다만 숫자의 이면을 읽어본다면 조금 계산법이 복잡하다는 느낌입니다.

기자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출판업계 자체가 불황이고 이는 만화 출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장르 구분 없이 대체로 골고루 잘 나갔다고 합니다만 이를 잘 살펴보면 이 판매 부수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 건 해외 라이센스 도서입니다. 통계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만 있는 웹툰 분야도 신장했다는 점은 긍정적이기는 합니다만, 전체 비율 가운데 다수는 여전히 만화 콘텐츠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이를 바꿔 말하면 판매부수 신장이 곧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이 책으로 나와 팔릴 수 있는 환경이 무르익은 증거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 작가들의 주 활동 창구이자 수익을 낼 수 있는 창구는 아직 웹툰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오히려 두드러지는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요.

흔히 ‘전통적인 만화 독자층’을 이야기할 때엔 소싯적에 잡지와 단행본을 통해 만화를 접했던 세대와 마니아층(+ 오덕층)을 이야기하겠습니다만, 이들이 주로 접해 왔던 형태의 만화들이 판매고 상승이라는 흐름을 이끌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코어 유저층은 일정 연령대가 되면 자기가 가장 활발하게 보고 읽고 즐겼던 형태 앞에 멈춰 서서 새로운 흐름에 잘 편입되지 않거든요. 그리고 만화 출판 시장에서 소위 코믹스 판형이라 불리는 일본 잡지 연재 만화 형식의 만화책은 여전히 유지를 위한 종수 늘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당 통계에서 신장세로 나온 장르 가운데 빠진 몇 안 되는 대목이 재밌게도 ‘직업문화’와 ‘순정만화’인데 이는 곧 꽤나 만화 좀 보고 자랐던 연령대들이 남녀 공히 나이를 먹어서도 만화를 계속해서 읽으면서 지갑을 열었다-고 해석할 여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근거라고 생각합니다.

직업 문화에 관심을 둘 만한 연령대는 3~40대 이상 남성이고 순정만화는 특유의 깊고 섬세한 서사와 깊은 세계관으로 여성 독자층에서 고른 연령대에 걸쳐 인기를 모아 왔던 장르거든요. 그 계층은 지금 만화 시장의 주류로 같이 나이 들어간 게 아니라 과거 영광(?) 속에 머물러 있는 거지요. 분석 자료는 3~40대들이 만화에 친숙했던 세대기 때문에 이 숫자가 가능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그 조건이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럼 저 숫자가 무의미하냐, 그렇진 않습니다. ‘웹툰 독자층’이라는 새로운 독자층과 맞닥뜨렸던 2000년대 초중반 사이에 만화계가 겪었던 충격과도 비슷한 상황이라 해야 할 텐데, 이 흐름을 만든 건 만화책으로 만화를 봐 왔던 사람과 웹툰 부가 상품으로서의 만화책을 집어 들어 왔던 이들과도 다른 사람들입니다. 웹툰 독자층도 마찬가지긴 했습니다만 더더욱 심화한 부분이 바로 ‘딱히 만화라서 읽는 게 아닌’ 이들의 유입이라 보는데요. 예전에는 ‘만화기 때문에’ 집어들고 읽었다면 웹툰 이후에는 사람들이 ‘이게 만화라서’ 집어드는 게 아닙니다. 뭔가 색다른 읽을거리의 하나로 받아들이거나, 더 많은 경우 최신 이슈에 예민하게 대응하는 가운데 선택받은 결과물에 가깝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히어로물을 예로 들자면 시공사 등이 주도해 그래픽노블을 국내에 들여오기 시작한 건 벌써 수 년이 지나고 있었고 슈퍼 히어로뿐 아니라 독특한 필체와 세계관을 지닌 그래픽 노블 작품들이 소개되어 왔지만, 마블 표 영화가 저 정도로 화제가 되지 않았다면 저만치가 몰렸을까는 의문입니다. 다시 말해 만화여서가 아니라, 마블 로고와 아이언맨, 토르 등이 찍힌 티셔츠를 사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과 딱히 다를 바 없는 감각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걸 슬퍼하거나 노여워할 필요는 없는 게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말든 그건 어쨌든 만화거든요. 많이 팔리면 좋은 거고 많이 팔리면 그만입니다. 애완동물 만화 같은 게 늘었다는 것도 근래 이슈의 반영입니다. ‘30년 마약 방석’ 대통령이 반려 동물들을 데리고 청와대에 입성했으니 관련한 관심은 더 커지겠지요. 간편하면서도 세밀한 정보 전달과 이입 효과를 내는 데에 만화 형식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할 테니까요.

다만 아쉬운 건 그 흐름이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수입물에 편중될 것 같다는 점입니다. 국내 작가들의 작품들이 서점에서 폭발력을 내기엔, 출판에서 먹히는 형태의 만화를 만들던 시스템과 작가군과 독자층이 적잖게 붕괴한 상태입니다. 살아 있는 건 웹툰이고, 웹툰이 책으로서 승부해 서점이라는 시장에서 팬들의 구매 외에 저 ‘만화여서가 아니라 흥미로워서 집어드는’ 새로운 독자층을 상대로 압도적인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는 이제 좀 더 지켜봐야겠지요. 외연 확장은 정치에서만 통용되는 화두가 아닙니다. 시쳇말로 박스권 돌파를 꾀할 수 있느냐 아니냐가 관건이고 이걸 뚫지 못하면 웹툰의 미래가 그렇게 밝진 않겠지요. 봐주던 사람들이라고 언제까지고 쳐다봐주진 않거든요. 많이들 잊고 있지만 웹툰 독자층도 초기에 비해 벌써 10년 이상이나 나이를 먹었습니다. 웹툰 자체도 그 시기에 이미 만화여서가 아니라 재미난 읽을 거리여서 접한 이들이 유입되며 폭발한 케이스지만, 그것도 이만치나 시간이 지나 장르로 굳어져 온 겁니다. 매체는 애저녁에 포화상태고 웹 환경의 유입층도 이미 서비스 업체 판도에 따라 고착화하는 상태죠. 결국 웹툰의 확장은 역으로 온라인 바깥을 향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10~20대는 웹툰 등으로 만화에 익숙하지만 그게 구매로 이어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무료 플랫폼에 익숙해져서일까요? 이게 만화 산업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러한가요? 여담으로 제 친구는 10대, 20대는 그저 돈이 없어서라고 하는데, 이는 어떻게 보시나요

10~20대가 돈이 없는 건 맞습니다. 지갑이 매우 얇은 편이긴 하지요. 하지만 무턱대고 돈을 안 쓰느냐면 그렇진 않고 엄밀히 말해 돈을 쓸 우선 위를 정할 때 콘텐츠 소비는 완전히 논외로 놓는 게 일반화했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하지만 이걸 지금 젊은 층에게만 무어라 할 수가 없습니다. 만화는 ‘팔리는 책’으로 취급됐던 시기가 90년대 10여년 정도고 그 이외 시기에는 대부분 만화방이나 대여점에서 대여라는 형태로 취급됐습니다. 도서대여점 활황기 직후와 웹툰 정립기 직전에는 불법 스캔 만화라는 형태로 돌면서 그나마 권당 300원이라는 대여비조차 아까워하는 세태가 만연했고요.

이 흐름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만화책은 불법 스캔판으로 웹툰은 캡쳐판으로 구해 보는 게 굉장히 똑똑하다고 여기는 세태로 연결돼 있는 겁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만화는 돈 안 내도 되는 매체라는 생각이 그냥 기본이고 지배적이죠. 안 그래도 돈 쓸 곳 많으니까요. 실제로 비슷한 연령대에서 게임은 많이들 결제하지요. 결제도 편하지만 그래야 게임 자체를 즐기기도 편하게 설계하고 있으니까요. 만화는 이런 대응이 콘텐츠 차원에서도 쉽지 않고, 결제 자체도 여전히 복잡하지요. 새 정부에서 액티브 엑스를 없애겠다고는 했는데 이게 정말 중요합니다.

반면에 30~40대가 늘어난 걸로 보이는 까닭은 전통적인 만화 독자의 귀환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독자층 자체가 코어한 계층 바깥에서 대거 유입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만화여서 집어들 정도의 충성도는 없는 사람들요. 이들은 이런 저런 거 재 가면서 돈을 안 내기 위해 기꺼이 불법 사이트에 포인트를 유료료 결제할 만큼의 멍청한 노력을 들일 만큼 시간과 일상이 잉여롭지 못하거든요. 불법을 저지르는 데에 필요한 노력이 귀찮은 세대는 그냥 지갑 열고 삽니다. 그렇게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4. 인기 웹툰과 같은 경우는 단행본으로 제작되곤 하는데, 웹툰 팬들이 일종의 굿즈를 구매하듯이 단행본을 구매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소장용으로 구매를 하는 거죠. 만화책 판매율이 올라갔다는 데는 이러한 요인도 한 몫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웹툰 독자들의 단행본 구입은 굿즈 개념이 맞습니다. 유료화 정책의 정착으로 굳이 책을 사지 않는다 하더라도 작가에게 유의미한 수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책을 사는 건 말씀하신 바와 같이 소장용이죠. 통계에서 웹툰 장르의 성장세는 이 점을 분명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웹툰과 책의 편집 방법과 호흡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 두 차이를 이해하는 작품이 아주 많지만은 않습니다. 그래픽의 밀도도 차이가 커서 책으로 볼 때 난감한 경우도 비일비재하죠. 지금까지는 인기를 볼면 단행본으로 나온다는 게 일련의 단계처럼 여겨져 온 경향이 있는데, 소장용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으면 많을수록 이 경향도 힘을 잃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작품이 책으로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오히려 웹 독자들에게 집중하겠다고 선을 긋는 작가들도 있어요. 양쪽의 선을 잘 조율하면서 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아예 안전하게 크라우드 펀딩으로 확실한 독자층을 만들어내는 작가군도 늘고 있지요. 이게 대형서점 통계에 오롯이 잡히는 건 아닙니다만, 큰 인기를 끌어야만 가치가 있다는 방향에서 약간 비껴난 작품들도 독자들에게 손에 잡히는 형태로 접근해 사용자 경험성을 확장시킨다는 측면에서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는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단행본을 제작한 <여자 제갈량>

 

5. 지금 만화가 각광받는 이유가 인기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영화의 원작이 만화인 경우가 많아서라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론가님께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사실 저는 원작 만화가 인기가 있어서 영화 등으로 제작이 됐는데, 그게 다른 사람들을 원작 만화로 끌어들이는 요소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거든요.

마블이나 DC 히어로 그래픽노블이 화제인 건 분명 영화의 역할이 큽니다. 하지만 미국쪽 히어로물은 애초에 만화 제작과 영화를 떼어놓을 수 없게 된 입장이고, 다매체전략의 일환으로 접근한 작품들이 반드시 영향을 주고 받는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이건 말 그대로 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문제지 그리 단순하게 “애니메이션,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이 만화라서 만화도 인기”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전략을 잘 세운 작품은 인기를 끌고, 그렇지 않으면 고만고만하고 반짝 인기를 끌었어도 곧 내려갑니다.

예를 들자면 국내에서 만화 원작의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구입해 영상화했다는 작품 가운데에 원작이 다시 잘 팔리는 결과물을 낸 작품은 실상 <미생> 정도입니다. 다른 작품들과 관련해선 이를테면 저작권 구입비가 싸서 선택했다네, 표절 시비가 붙어서 나중 가서 합의했다네 같은 소식이 주로 들려왔습니다. 작품 자체가 원작을 전혀 존중하지 않고, 만화라는 매체가 영상 제작 측에 전혀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정작 영상화한 작품이 나올 때 내용 자체가 너무 엉망진창으로 뒤틀리거나 원작자의 불만이 나올 정도인 경우가 왕왕 있었죠. 이러면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문제가 자꾸 일어나니 이제는 소송이 걸려도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만 적당히 짜깁기한 혐의가 짙은 작품들이 등장하기도 하죠. <미생>이 화제 선상에 오를 수 있었던 까닭은 작품의 제작 단계에서 출판사가 이걸 어떻게 밀 것인가, 몇 부가 나갈 것을 목표로 삼을 것인가를 정확히 재고 덤볐기 때문입니다. 200만 부를 넘긴 <미생> 단행본 부수는 기획의 승리지 그냥 드라마가 ‘터져서’ 된 게 아닙니다. 일부가 인기를 끌고 부수에도 일부 영향을 끼치긴 했겠으나 <미생> 부수만큼 나온 작품이 여럿 나왔다고 확정된 게 아닌 이상 이게 일반화됐다고 이야기하기엔 무리가 있겠죠. 만화와 드라마/영화가 서로 윈윈한 결과물로서 활황세를 이루었다는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는 단순 도식으로 설명하면 안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국내 애니메이션계가 유아용으로 고착화한 지가 하도 오래라 한국 작품은 어찌 이야기할 방법이 없네요. <너의 이름은>이 화제여서 연결 짓는 이들이 많긴 합니다만, 이 작품의 히트도 제가 앞서서도 계속 언급한 전통적 수요층 바깥의 사람들이 대거 반응한 결과물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오타쿠의 표현 문법을 들고 왔으면서도 보편적 소재를 잘 버무리면서 오타쿠 아닌 넓은 연령대에게 모두 통용된 것이죠. 일본에서도 그랬고, 일본에서의 화제를 타고 한국에서도 화제를 모은 것이고, 그 화제가 한국 한정으로도 압도적인 숫자로 증명되니까 만화책도 화보집 구입하듯 산 거고요. 일반적인 결과물은 아닙니다. 결국은 접근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돌아오는데, ‘어떻게 전통적 독자층을 만족할만한 품질과 문법을 갖고 그 바깥까지 포용할 것인가’가 관건인 듯합니다. 만화도 마찬가지겠고요. <너의 이름은>을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이라서 봤을까요? 저희 때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보러 갔고 국산 애니메이션이라 보러 갔거든요. <너의 이름은>의 성적을 보면, 그걸 노려서는 숫자는 못 만든다는 걸 실감합니다. 만화 도서도, 일정부분은 마찬가지입니다. ‘만화여서 보는 사람들’ 바깥을 끌어 들여야 합니다.


TV 드라마화한 <미생>. 

 

6. 예전 만화 대여점 등 만화방이 사라지고 만화 카페가 성행을 하고 있습니다. 창업의 주 아이템이 됐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갑자기 만화 카페가 인기를 얻게 된 이유가 만화의 인기와 큰 관련이 있을까요?

저는 만화 카페가 ‘세련된 휴식 공간’을 찾는 수요와 만화가 지니는 비치 품목으로서의 유효성이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만화방과 대여점의 한창 때와 비교할 만큼 폭발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만화가 인기 있어서 만화 카페가 생긴다기보다는 다양한 테마 카페가 등장하는 흐름 가운데 하나로 이해해야 할 것 같고, 생각보다 황금향이 아니라는 건 운영에 진입하신 분들의 직간접적 토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바지요. 게다가 저작권 문제가 여전히 해결돼 있지 않기도 하고요.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의 문제인데, 만화 카페는 방점이 만화보다는 공간성에 찍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예전에 학급 유인물 등을 통해 학습된 부정적 이미지와 연결하지 않고 들어선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유지보수 차원에서 이게 오래 갈 수 있을까 하는 건 약간 의문입니다. 운영하시는 분들이 좀 더 만화를 잘 이해하고 장기 계획을 세워나가지 않으면 만화방, 도서대여점들이 걸었던 쇠락의 길을 고스란히 답습하겠지요.?

인터뷰를 진행하고 바로 얼마 후 CJ가 만화카페 사업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골목상권 침해기도 하지만, 그 전에 무슨 비전을 어떻게 본 걸까 걱정이 앞서는군요. #그런데_저작권은??

 


작성자 서찬휘는 1998년 이후 지면과 형식을 가리지 않고 만화 이야기를 해온 만화 칼럼니스트. 자생한 한국산 2세대 오덕으로 한국 오덕 문화의 흐름과 성격을 역사라는 맥락 안에서 꾸준히 탐색하고 정리해왔습니다. 만화, 애니, 성우, 애니송, 라이트노블 등을 덕질하다 현재는 만화를 중심으로 정착 중. 만화 정보 웹진 ‘만화인’ 운영을 비롯해 대학 강의, 인터뷰, 팟캐스트 진행, 전시 기획, 세미나 기획 및 진행, 캘리그래피 등 만화와 연관성 있는 일들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키워 드오덕학’ 도서를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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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책’은 돌아오고 있는가 1부

* ‘만화책’은 돌아오고 있는가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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