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만화는 독립할 수 있을까

 

 

웹툰이 세상에 등장한지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웹툰은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고, 우리나라 만화가 한번도 닿아본 적 없는 1조원 시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런 성과는 산업의 측면에서 해석한 한 단면일 뿐이다. 만화를 들여다보던 프레임을 핀치아웃해 보면 만화 시장의 규모인 1조 1천억원은 매일유업의 매출액인 1조 3천억원(2019년 12월 IFRS 연결기준)보다 작다. 때문에 웹툰 플랫폼을 비롯한 기업들이 IP확장을 통한 추가수익 창출에 힘쓰는 가운데, 만화시장의 단단한 허리를 만들 수 있는 창작환경이 갖추어져 있는지 묻고 싶어진다.

 

데뷔작 이후 차기작 연재를 성공하는 비율은 정확한 통계로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비율이 절반을 넘지 않는다는 점에는 대부분이 동의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플랫폼에 연재할 수 있는 웹툰작가의 자리가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때문에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은 꽤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지만, 웹툰이 대세가 된 현재 웹툰을 제외하고 작가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묘연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논의에서 다시 독립만화가 주목받고 있다. 독립만화(또는 인디만화)는 소규모 독립 창작자가 저예산으로 활동하며 작품을 창작하고 판매한다. 웹툰이 대세가 된 시점에서 독립만화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대형 플랫폼이 보여줄 수 없는 새로운 시도들이 독립출판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독립만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플랫폼에서 독립하기

 

독립만화의 대표 사례는 2017년 오늘의 우리만화에 선정된 <며느라기>다. 당시까지 <며느라기>는 어떤 플랫폼도 거치지 않은 첫번째 오늘의 우리만화 선정작이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합계 60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던 며느라기는 시의성과 화제성을 모두 가진 작품으로, 가장 성공한 독립만화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당시만 해도 없었기 때문에, 단행본 출판 등으로 수익을 만들었다.

 

윤태호 당시 만화가협회장은 심사평에서 “만화가 플랫폼으로부터 독립한 원년”이라고 며느라기의 등장을 평가했다. 그동안에는 프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플랫폼에 데뷔해 연재를 하는 경우 하나만이 있었다. 하지만 <며느라기>의 등장은 플랫폼 밖에도 작가의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시장의 성장과 함께 독립만화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대안만화 등 대형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작품을 발표하고 판매하는 방법을 찾아내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웹툰 시대로 넘어오면서 온라인에서 연재하는 프로 작가와 아마추어 작가 사이의 선택지로 온라인에서 연재하는 것 만이 지속가능한 창작의 유일한 길이었다. 때문에 소셜미디어 등 플랫폼 바깥의 연재물은 플랫폼 안으로 진입하기 위한 방법으로 역할이 한정되는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며느라기>를 기점으로 소셜미디어 연재와 단행본 및 굿즈 판매, 크라우드펀딩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플랫폼을 벗어나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만화가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미 오래전부터 동인 작품등을 연재하는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던 ‘포스타입’과 2018년 새로 등장한 ‘딜리헙’등의 플랫폼이 새 가능성을 열었다. 2019년 포스타입에서는 마사토끼 작가가 <만화 스토리 매뉴얼>을 연재해 월수익 최고 1천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고사리박사 작가는 딜리헙에서 <극락왕생>을 연재해 2019년 매출액 2억원가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며느라기>의 수신지 작가는 <곤>을 딜리헙에서 연재하며 <며느라기>가 아닌 새로운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외에도 소셜미디어 연재와 단행본, 굿즈 쇼핑몰을 운영하는 <왜 욕을 하고 그래>의 호호 작가는 ‘호호와 거난이’ 이모티콘, 굿즈 판매 등으로 활로를 개척하며 인스타그램에서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

 

* 독립만화 지원, 독립만화를 독립시킨다

 

하지만 플랫폼에서의 독립이 곧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만화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대중예술이다. 대중예술은 곧 대중을 상대로 한 판매를 전제한다. 플랫폼에서 벗어난 독립만화라고 하더라도 상업적 판매가 받쳐주지 않으면 작가들이 작품활동을 유지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그 간극이 크게 벌어져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일부 작품의 성공이 독립만화 전체의 성공이나 상승효과를 담보하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이런 점을 들어 아예 언더그라운드(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일었던 상업성을 배제한 실험적인 예술 풍조를 일컫는 말) 코믹스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작품마다 가치가 다르고 상황에 따라 가치가 다르게 평가받는 예술작품과는 달리 만화는 기본적으로 정해진 가격에 책 등을 판매하기 때문에 성격이 다르다.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다고 해도, 최소한 1백권 이상을 찍어내는 책이 작가에게 수익을 고스란히 돌려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한정판 또는 독립출판, 또는 통신판매 등으로 소량만 생산한 책에 프리미엄을 붙여 재판매하는 행위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결국 독립만화라고 할지라도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한 기본적 소양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의 유통망이나 사용자를 바탕으로 한 매출을 따라잡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독립만화를 판매하는 플랫폼인 사이드비(SideB)가 생겨난 이유도 점점이 흩어져 있는 독립만화가들에게 유통망을 제공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고민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업성이 우선되는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태생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독립만화는 플랫폼에서 찾는 상업주의적 만화가 아닌 작가주의적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상업주의 시장이 원하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생겨난 시장에서 작가들이 자생하는 것이 우리 만화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립만화에 대한 지원이야말로 ‘진흥’목적의 지원사업이 빛을 발할 기회인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작가들이 주를 이루는 독립만화의 현실상 지원사업 신청 자체가 너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국가에 의한 지원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초기에 작가들이 안정되기까지 훌륭한 지원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지원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지원사업을 위한 지원이 아닌, 독립만화가 독립하기 위해 지원을 받는다는 아이러니를 벗어날 수 있는, 체질과 토양을 개선시키는 지원이 필요하다.

 

독립만화는 만화의 ‘종 다양성’ 뿐 아니라 새로운 실험과 시도를 통해 만화가 가지고 있는 예술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이다. 독립만화가 진정으로 ‘독립’하려면, ‘독립만화’라는 수식어가 사라지는 순간이 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다각적인 지원을 하는 한편, 작가들 역시 만화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독자로서 읽는 즐거움을 담은 작품들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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