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정말로 동네서점 걱정하는 거 맞으시죠?

 

 

 

말 그대로 융단폭격이었다. 문체부가 도서정가제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후 지난 한달간 ‘동네서점 생존 위협하는 도서정가제 개악 반대’를 외치며 칼럼과 기사가 쏟아졌다. 네이버 검색 기준으로 한달간 나온 기사가 147개니, 하루에 4~5편꼴로 기사와 칼럼이 나온 셈이다. 대형 출판사에서도 카드뉴스를 통해 문체부의 도서정가제 개정이 동네서점을 위협할 것이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출판계는 그동안 도서정가제 개정을 위한 협의체가 토론을 진행해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문체부가 그 안을 무시하고 전면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동안 폐쇄적인 협의체 내에서 출판계와 서점 위주로 협의체를 운영해오던 출판계는 지난해 웹툰과 웹소설이 도서정가제 대상이라는 주장을 했고, 때문에 지난해 말에야 이미 십여차례 넘게 회의가 진행된 협의체에 웹툰과 웹소설계가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 마저도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회의가 제대로 열리지도 못 했다.

 

그리고 지난 7월 공청회에서 문제제기가 있은 이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문체부는 도서전 및 재고도서 적용 제외, 전자책 할인폭 확대 및 웹소설·웹툰 적용 제외 등을 골자로 하는 ‘도서정가제 개선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출판인회의는 이 안을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 왜 갑자기 웹툰과 웹소설 얘기를 꺼내시나요?

 

사실 웹툰과 웹소설 업계 입장에서는 동네 책방 살리기를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찬성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동네 책방 이야기만 하던 출판인회의를 비롯한 출판계에서는 전자책과 웹툰, 웹소설 이야기에 이상한 말을 덧붙였다.

 

“전자책 20~30% 할인과 웹 기반 연속 콘텐츠(웹툰과 웹소설)의 적용 제외는 출판사업자로 볼 수 없는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자본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창의적인 중소 전자책 업체를 고사시킬 것”

 

물론, 원론적으로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플랫폼이 독점을 원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폐해는 수도 없이 이야기했다. 그런데 거기에 도서정가제가 낄 자리는 없다. 이들이 말하는 ‘창의적인 중소 전자책 업체’에는 웹소설 에이전시나 웹툰 스튜디오가 포함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들 에이전시나 스튜디오의 매출 대부분은 그 플랫폼에서 발생한다.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것과, 원론적으로 맞는 말에서 아전인수(我田引水)하는 것은 경우가 다르다.

 

한달간 쏟아낸 기사와 칼럼처럼 정말로 동네서점을 살려야 한다면, 그에 맞는 주장을 하면 된다. 그런데 왜 동네 서점과는 전혀 상관없고, 심지어 종이책과는 유통구조가 완전히 달라서 소규모 출판사와도 상관없는 웹툰과 웹소설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 ‘대형 플랫폼의 시장 지배’는 어디서 일어나고 있나요?

 

한국 서점조합연합회의 통계를 보면 2003년 3,589개였던 서점이 2019년에는 1,976개로 줄었다. 16년간 1,613개가 없어졌으니 연평균 100개의 서점이 사라진 셈이다. 동네서점 감소세를 걱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서점은 증가하지 않았지만, ‘감소세가 줄었다’는 것이 주된 도서정가제가 동네 서점을 지키고 있다고 주장하는 주된 이유다.

 

그래서 출판계는 동네서점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서 지키고 있는데도 줄고 있으니까.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서점을 살릴 방법에 주목해야 하는게 아닐까? 실제로 2019년 출판유통활성화를 위한 개선 분야 1순위는 25.1%를 차지한 도서정가제다. 이상하게도 매출 규모가 높은 출판사일수록 도서정가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 개선 방향이 나와있질 않다. 무슨 답을 내리고 싶었던 걸까?

 

데이터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매출이 큰 출판사일수록 초판 판매부수가 2017년 591부에서 2018년 542부로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매출액 100억원 이상의 대형 출판사는 같은 기간 초판 발행부수가 2,227부에서 3,509부로 늘어난다. 

 

그러니까,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자본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창의적인 중소 업체를 고사’시킨다는 말은 바로 여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같은 기간 매출액 1억원 미만의 작은 출판사들의 초판 발행부수는 479부에서 416부로 오히려 줄었다. 빈익빈 부익부가 출판계에서 이어지고 있으니, 전자책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논리다. 심지어 그 유통사인 플랫폼은 출판과 관계도 없는 곳 아니냐고(!) 말하고 있는 거다. 

 

마치 웹툰 플랫폼을 온라인 서점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웹툰 플랫폼은 디지털 콘텐츠를 온라인상에서 판매하고, 온라인 서점은 실물이 있는 책을 택배로 배송한다. 온라인 서점들은 직접 물류 관리를 통해 무료배송, 당일배송으로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물류로 성장한 플랫폼이 바로 아마존이고, 때문에 유럽 등의 도서정가제는 ‘반 아마존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실제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웹툰과 웹소설을 걸고 넘어지는 출판계의 문제는 도서정가제에 대한 ‘우려’만 있고, 명확한 설명이 없다는데 있다. 동네 서점이 정말로 걱정되는게 맞다면, 동네서점 살리기에 집중해야 한다. 대형 출판사들의 베스트셀러 위주의 시장이 문제라면, 도서정가제 안에서 그걸 해결할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대안은 없이 ‘우려’만 난무하고 있다.

 

책 판매 부수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심지어 작가조차 제대로 자신의 책이 어떻게 팔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주먹구구로 굴러가는 판, 막대한 자본으로 판을 굴리는 온라인 서점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애꿎은 웹툰과 웹소설에는 ‘플랫폼 독점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이미는 출판계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로, 동네서점이 걱정되는 거 맞으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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