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이슈, 이제는 웹툰의 별도 식별체계 만드는데 목소리 모아야

최근 도서정가제 이슈가 뜨겁습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산하 출판유통 심의위원회에서는 ISBN을 발급받는 출판사업자로 등록한 웹툰, 웹소설 플랫폼에 도서정가제에 맞추어 앞으로 차차 정가표시 및 15% 이내 할인율을 준수해줄 것을 공문을 통해 요청했습니다. 플랫폼은 물론 많은 작가분들과 독자분들 역시 많은 혼란과 불안을 느끼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어떤 부분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지, 또 논의 중에 나온 “새로운 식별체계를 만들자”는 의견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알아보겠습니다.

 

* 현행 슬라이딩 방식 결제와 프로모션 방식

현재 대부분의 플랫폼에서는 ‘슬라이딩’ 방식의 코인 결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슬라이딩 방식이란 결제 금액이 커질수록 구매하는 재화의 양이 늘어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1만원에 100개의 코인을 구매했다면, 슬라이딩 폭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1만원에 1500개의 코인을 구매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자의 경우 코인 1개당 가격이 100원, 후자는 코인 1개당 가격이 67원으로 서로 달라지게 됩니다.

 

결제금액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보너스를 지급하는 슬라이딩 방식

 

슬라이딩 방식의 장점은 이렇게 유동적인 코인 가격을 바탕으로 많은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프로모션을 통해 이벤트용 코인을 발행하거나 독자들에게 더 많은 방문과 결제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대부분의 이벤트가 가능한 것은 이런 유동적인 슬라이딩 방식의 코인 결제 방식 때문입니다.

 

반면 이렇게 코인의 가격이 유동적이다 보니 정확한 정산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유저들이 각자 결제한 코인의 가격이 다르고, 여기에 프로모션으로 발행된 코인의 가격이 더해지면 코인 가격을 정확하게 추산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웹툰을 구매하는데 사용된 코인의 갯수가 같더라도 프로모션 방식에 따라 매출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도서정가제 도입과 관련한 문제점

현행 도서정가제는 2014년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발매일과 상관없이 최대 10%만 할인이 가능하며, 적립금과 포인트는 최대 5%로 정가의 15%로 할인폭이 제한됩니다. 개정 전에는 18개월이 지나면 무제한 할인이 가능했지만, 개정안에서는 발매 후 18개월이 지나도 정가 조정만이 가능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참고서 등 예외 서적 조항이 사라졌습니다.

 

2012-13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웹툰 유료화 당시 면세사업자 등록과 웹툰을 판매의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이유로 ISBN 발급을 신청하고 있었습니다. 웹툰이 책으로 발매되면 ISBN이 발행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웹툰도 ISBN을 발급받은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1회차당 1개의 ISBN이 발급되었으나, 곧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의 과부하로 작품당 1개의 ISBN이 부과되고, 회차의 ISBN은 병기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유통 단위’별로 ISBN이 부과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회차당 ISBN을 등록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출판유통심의위원회의 문제제기가 있었고,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에서는 국세청의 유권해석을 요청해놓은 상태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2014년부터 5년이 지나는 동안 고속성장한 웹툰시장은 별도의 생태계를 만들었고, 그 이전에 발행되기 시작한 웹툰의 ISBN 역시 관행이 되어 지속적으로 발급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코인 갯수로는 정가 산정이 어렵기 때문에 계속해서 ISBN을 발급받으려면 현행 비즈니스 모델을 없애고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 웹툰시장 성장 발판 “기다리면 무료”는?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현행 슬라이딩 방식은 물론 프로모션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합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모델은 2016년부터 웹툰, 웹소설계의 성장 동력이 되었던 ‘기다리면 무료’ 시스템입니다. 기다리면 무료 시스템을 ‘대여’로 볼지, 아니면 ‘할인’으로 볼지에 대한 해석 등 새로운 문제는 차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료로 풀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도서정가제를 위반한다고 볼 가능성이 큽니다.

 

카카오페이지를 중심으로 대성공을 거둔 ‘기다무’

 

기다리면 무료 시스템은 이미 레진코믹스가 특허를 출원하는가 하면 카카오페이지는 일본 픽코마에서 기다리면 무료 시스템을 도입해 2018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내기도 했습니다. 이미 시장에서 성공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어 다수의 업체들이 다양한 이름으로 ‘기다리면 무료’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웹툰 시장이 고속성장을 하자 그 핵심인 기다리면 무료 시스템을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당사자인 웹툰 플랫폼과 작가들과 논의가 없었다는 점, 지금까지는 문제제기를 위한 어떤 움직임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상황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독자들 중에도 “웹툰에 도서정가제를 도입한다는 말은 웹툰 산업을 위축시키겠다는 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기다리면 무료 시스템은 웹툰의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크게 성장하는데 기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반응 역시 좋아 ‘산업 활성화’의 측면에서는 웹툰시장이 출판시장보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평입니다. 도서정가제의 옳고 그름을 떠나 웹툰이 굳이 ISBN을 발급받는 출판사업자로 등록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 “웹툰의 독자적인 규격 필요” 목소리 높아

이런 상황 때문에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웹 콘텐츠’ 중에서도 유의미한 산업단위로 커지고 있는 웹툰과 웹소설의 독자적인 유통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4월 30일 만화가협회에서는 입장을 발표하며 “별도의 식별체계 도입”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출판계 역시 “ISBN을 발급받지 않고 웹 콘텐츠로 유통하면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웹툰과 웹소설등 웹 콘텐츠 전반의 유통기준과 식별체계를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웹툰과 웹소설계에서는 여기에 향후 다양한 웹 콘텐츠들이 정액제 모델을 도입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콘텐츠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별도의 유통기준이 필요해 보입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입니다. 산업의 근간이 되는 창작자들이 최전선에 있고, 플랫폼 정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최근 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98%의 작가들이 불공정 계약을 경험했고, 그 중 다수는 정산 내역의 불투명함과 MG제도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 산업 공정상생 생태계 조성전략 연구” 보고서? 중 일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천천히 시간을 들여 현행 슬라이딩 방식의 문제점을 타개하는 동시에 다양한 프로모션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 보다 투명하고 작가들이 믿을 수 있는 정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러려면 단순히 정책 입안자들이나 주요 관계자들만 목소리를 내는 탁상에서 고민한 내용으로 논의하기보다 보다 당사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열린 협의체가 필요합니다.

 

만화가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 국회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방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밝힌 만큼 만화계의 목소리가 한데 모일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합니다. 동시에 플랫폼 사업자와 작가 등 당사자들의 면밀한 합의를 통해 웹툰을 정의하는 등 법적인 근거와 제도 안에서 다양성을 보장해 실험과 성장이 가능할지 타당성을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긴 논의가 필요한 만큼, 향후 웹툰과 웹소설계에서 어떤 논의가 일어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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